중국 붕괴론
중국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이른바 중국 붕괴론이다. 한국 언론을 보면 '민주화 요구와 경제 위기 등으로 중국이 곧 무너진다'는 기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사들이 클릭을 한다.
영국과 프랑스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고, 아일랜드와 영국은 거의 원수지간인 것을 보면 주변 국가와 사이좋게 지내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이 '잘 안된다'는 뉴스를 더 선호하는 듯하다.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희망'하는 바가 '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서구의 무력을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하고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시작했다. 반면 1863년 집권한 흥선대원군은 '서구 오랑캐'의 기술을 무시하며 쇄국정책을 고집했다. 1863년부터 1900년까지, 조선이 자신만의 힘으로 근대화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는 그렇게 날아갔다. 현실은 변하고 있는 데 여전히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때 역사의 패배자가 되기 쉽다.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히 사고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국은 붕괴할 것인가?
중국은 붕괴할 것인가? 국민 소득이 높아지며 민주화 요구가 높아져 기존 권위주의적인 정치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이른바 '민주화론'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관련 근 : 중국 붕괴론(1/2) : 정치적 설명)
경제적으로 중국은 무너질 수뿐이 없는가? 한국 뉴스 기사처럼 개발에서 소외된 농민들, 저임금 농민공들이 시위하고, 지방정부 부채가 증가하고, 위안화가 흔들리고, 싼샤댐이 무너져(!) 중국 경제가 무너지게 될 것인가? 세계은행은 2012년 한국을 1960년에서 2008년 사이 중진국을 뛰어넘어 선진국 진열에 합류한 13개 국가 중 하나로 선정했다. 13개 '국가' 중 산유국과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 일본, 대만 세 곳 뿐이다. (참고로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이를 극복하고 선진국에 반열에 오를 것인가.
중진국 함정의 원인
중진국 함정에 대한 연구의 최초의 보고서는 세계은행이 2007년에 발간한 《동아시아 르네상스: 경제성장을 위한 생각들 An East Asian Renaissance: Ideas for Economic Growth》이다. 2016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006 달러 이상 12,235 달러 이하인 국가들을 중진국에 분류했으니 중국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 수준이니 아직 중진국에 속한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을 극복하는 성공적인 전략으로 다음 세 가지를 뽑았다. 이를 통해 중진국 함정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1. 생산과 고용에 있어 선택과 집중
Diversification will slow and then reverse, as countries become more specialized in
production and employment
2. 투자가 덜 중요해지고, 혁신이 가속화됨
Investment will become less important, and innovation should accelerate
3. 교육 시스템의 변화 : '새로운 기술에 적응'으로부터 '새로운 제품과 프로세스를 창조'로
Education systems will shift from equipping workers with skills that allow them to adjust to new technologies to preparing them to shape new products and processes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나무 위키에서는 중진국 함정의 원인으로 다음 9가지를 뽑았다.
1. 낮은 투자 비중
2. 경제 성장률에 비해 지나친 인구 증가
3. 느린 제조업 성장
4. 다각화되지 못한 산업
5. 생산비용 상승에 대한 경쟁력 상실
6. 양극화의 확대
7. 적절하지 못한 세금정책
8. 정치적 불안
9. 느린 의식변화
두 내용을 종합해보면 1. (비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산업구조 재편의 실패, 2. 기술 혁신의 실패, 3. 기타 리스크 관리의 실패(양극화, 세금정책, 정치불안 등)가 중진국 함정의 주요 경제적 원인이다.
그럼 중국은?
1. 산업구조 재편
세계은행 보고서는 중진국 함정에 수십 년 간 빠져 있는 나라로 라틴 아메리카와 중동 국가들을 지목한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정치 불안, 신기술 개발 투자 저조, 빈부 격차, 낮은 교육 수준의 등의 문제로 중진국 덫에 바쪘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과도히 자원(석유)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극복하지 못했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산업구조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중국 경제의 서비스업 비중은 이미 제조업보다 높다. 온라인 상거래 등 디지털화 가속, 금융업 및 정보통신업 발달, 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로 음식숙박업 확대 등이 이유이다. 대두, 옥수수, 쇠고기, 닭고기, 포도 등 1차 산업(농축산물) 중심인 라틴아메리카와 오로지 석유에 의존하는 중동 국가들과는 차이가 크다.
주요 산업을 보면 중국 산업구조의 다양성과 미래 지향성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산업 별 중국 산업 전체에 대한 생산/판매 비중보다 전 세계에 대한 생산/판매 비중으로 보는 방법이 더 의미 있다. 중국의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철강은 세계 1위이다. 스마트폰, 가전도 세계 1위이며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게임도 세계 1위이다. 중국은 전통 제조업부터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사업까지 세계 1~2위를 이미 차지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예측한 향후 성장 전망은 더 충격적이다. 향후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요 산업의 대외 수출이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통신기기(스마트폰 등)의 경우 연평균 5%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중국은 저부가가치 임가공 중심 산업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였고 미래 사업 중심 산업구조 재편에 이미 성과를 보이고 있다.
2. 기술 혁신
중국은 R&D 투자 금액은 2018년 기준 4,680억 달러로, 미국의 5,820억 달러 대비 80%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가파른 상승률과 그 구체적 투자 내용이다. 향후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쟁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되는 AI 분야 특허 건수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 IT기술 발전은 놀랍다. 알리바바는 2018년부터 포드와 협력하여 '자판기'로 차를 팔고 있다. 주차타워에 차가 준비되어 있고 그 아래 '자판기'에 가서 본인 확인을 하고 대금을 지불하면 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도로에서 무단 횡단하는 행인을 안면 인식하여 신원 확인한 후 바로 앞 영상 띄워버린다. 이런 '감점'이 누적되면 고속철도 못 탄다. 위챗의 간편한 결제, 띠띠추싱이 대표하는 공유경제 등 중국의 IT 기술발달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중국 정부는 정치 자유화 요구에는 민감히 대응하지만, 경제에 대해서만큼은 '선 허용, 후 법제화'라는 과감한 방식으로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기술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단순히 금액, 특허권 수와 같은 '양'만 가지고 미래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휘 아래 미래 사업을 위한 R&D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양으로 압도하고, 다음 질로 전환하는 것이 현재 중국의 미래 전략이다.
3. 기타 리스크 관리의 실패
중국의 빈부격차, 고령화, 부정부패는 중국 정부도 인정하는 중국의 최대 리스크이다. 도농 간, 연안/내륙 지방간 빈부격차는 사회 불만을 가중시킨다(관련 글 : 중국의 빈부격차). 중국의 고령화 속도도 무시할만한 이슈가 아니다(관련 글 : 중국의 인구 고령화). 시진핑 주석도 부정부패야 말로 당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외 유일한 정치권력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급격한 정치불안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보수적인 금융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도 어렵다.
리스크의 정의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Risk를 또 다른 말로 Unknowns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2009년 한 연설에서 Unknowns를 Known unknowns (알려진 리스크), Unknown unknowns (알려지지 않은 리스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알려진 리스크'가 아닌 '알려지지 않은 리스크'에서 발생한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리스크에 대해 적어도 '잘 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잘 알고,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이상 빈부격차, 고령화, 부정부패 문제들이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도도 확대되기는 어렵다. 일상적인 사회 불만을 시스템 리스크까지 확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을 중국 정부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도 '체제 붕괴' 가능성을 낮게 한다.
중국 경제는 붕괴하지 않는다
자료를 찾고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중국이 생각보다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고, 왜 중국인들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일부 '양보'하면서까지 현 정부를 그토록 지지하는지 일부 이해된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신중국 건설 이후 대약진 운동, 문화 대혁명 등 30년간 시행착오를 거쳤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42년을 이렇게 '옳은 방향'으로 달려오며 여러 기록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만들어 왔다. 중국 국민들은 이 흐름을 놓지지 않고 싶어 한다.
중국의 산업구조와 미래 발전 방향, R&D 투자와 성과, 당 지도부의 리스크 인식과 대응을 보면 중국 경제가 근시일 내에 쉽사리 무너질 일은 없을 듯하다. 지방정부 부채,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아직 정부가 시장화하지 않고 당의 강력한 지배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만큼 보수적으로 운영된다.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근시일 내에 붕괴될 일은 없다.
관련 글
: 중국의 빈부격차
참조 링크
: An East Asian Renaissance: Ideas for Economic Growth(2007, World Bank)
: 중진국 함정
: 중진국 함정에 빠진 브라질, 한국 본받아야 살아남아?
: 중국 서비스산업의 성장 배경 및 주요 특징(2020.04.05, KOTRA)
: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한·중 경쟁력 변화와 대응전략(2020.09.15,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중국 및 신흥국 영향(2020.11.23, 국제금융센터)
: China Closes The Gap In R&D Expenditure(Jan 21, 2020, statista)
: China again boosts R&D spending by more than 10%(Aug. 28, 2020, AA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