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우리가 확실히 앞서는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외에 없다.
한국과 중국 산업 경쟁력, 몇 년 차이일까?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한·중 경쟁력 변화와 대응전략'
올해 9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한국과 중국의 주요 산업 경쟁력 차이에 대한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5년 후 주요 산업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유지하는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가 유일하다.
원 보고서는 경쟁력을 가격, 품질, 기술, 신사업 대응 네 파트로 나누어 비교했다. 위 표의 종합 숫자는 네 파트 숫자의 단순 평균을 낸 결과이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이 절대 우위인 사실을 고려할 때 단순 평균 가정에 무리가 있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현재 한국의 경쟁력이 100이라고 할 때 현재 중국의 경쟁력은 97, 향후 5년 후 한국의 경쟁력이 100일 때 중국의 경쟁력은 101이 된다. 5점 차이가 1년의 기술 차이라고 하니 현재 기준으로도 1년 차이가 안 나고 5년 후에는 '종합 경쟁력 점수'가 역전이 나는 꼴이다. 5년 후에도 확실한 경쟁력 차이를 유지하는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가 유일하다. 1년 차이가 5점이라고 하니 메모리 반도체도 앞서 나가는 정도가 2년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보고서가 5년 전에도 한 번 나왔었고 그때 5년 후라고 예측했던 경쟁력 격차 축소 정도가 실제로는 4년 만에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여당/야당, 진보/보수, 금수저/흙수저, 미국/중국, 남자/여자로 나뉘어 싸우고 있을 때 중국은 세계 1등이 되어보자 열심히 달리고 있다.
주요 산업별 비교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고 있는 12개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중화학 공업이다. 정밀 기계는 아직 독일,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만 중화학 공업을 뒷받침하는 일반 기계는 그래도 한국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다. 소비재로 식품과 가전 산업이 있고 한국이 자랑'했던' 정보통신 관련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기기가 있다.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인공지능, 게임 산업의 경쟁력도 비교하였다.
가격 경쟁력을 말할 것도 없이 현재나 5년 후나 중국이 우위이다.
품질 경쟁력은 현재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나 5년 후 격차는 축소되고 게임은 도리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니지가 전 세계에 팔리던 시절은 끝났다. 텐센트는 2016년 Clash of Clans로 유명한 슈퍼셀을 10조 원에 인수했다. 넷마블, 카카오 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에 20% 미만이지만 지분 투자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게임회사 넥슨이 텐센트는 인수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넥슨 게임 '베끼던' 텐센트가 넥슨은 삼킨다고 하니 Copy Cat이 호랑이가 되었다는 평가다. 텐센트는 카카오에 6.7%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기술 경쟁력은 시스템 반도체, 가전, 인공지능, 게임 분야에서 5년 후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거나 동등한 수준일 것이라 평가된다. 인공지능은 현재 기준으로 중국이 108이니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중국을 따라잡는 꼴이다.
신사업에 대한 대응 능력은 지금은 절반, 미래에는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이 우리를 앞선다. 중국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한국을 앞서는 분야가 디스플레이, 통신기기,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추가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산업별로 구분하다 보니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에, 로봇은 일반기계에 포함되는 등 혁신 기술들이 잘 구분되어 보이지 않지만 이런 혁신 기술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현실은 더 비참하다.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 빅데이터, 안면인식, 드론, 5G 통신장비 등등 소위 미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이미 앞서가고 있다.
(각 산업 별로 할 이야기는 많지만 추후 별도 글로 설명하겠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나?
중국에서 주재원들이 발 마사지를 받으며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지금이야 우리가 이렇게 발 마사지를 받지만 우리 다음 세대에는.." 기분이 상할까 봐 그 이상은 생략하겠다. 지금 상황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중국이 각종 분야에서 한국을 뛰어 넘기란 정말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중국이 왜 그토록 '사회 안정'을 외치는지 알 것도 같다. 이렇게 흐름 탔으니 이 상승 곡선에서 내리기 싫은 거다. 왜 미국이 중국을 그렇게 공격하는지도 알 것 같다. 위기감이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나. 이 보고서에서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미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수요업체와 연계를 강화하고,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등등의 대안을 내놓는다. 다른 전문가들은 이제 With China, 즉 중국 Value Chain의 빈 곳을 잘 파고들어 중국과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수요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생각하여 이제 소비재 수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가 50:50 파트너십을 강요하고 어떡하든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며 십 년 넘게 노력해도 중국 자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고만고만하다. 중국 정부가 내연기관 차 시장보다 차라리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백 년 넘는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서구와 경쟁을 하느니 차라리 전기차와 같은 신시장에서 놀겠다 이거다.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위챗 QR코드 결제로 바로 넘어간 것과 동일하다.
반면 독일, 일본차의 시장 점유율은 견고하고 도리어 상승 중이다. 일본과는 영토 분쟁으로 중국에서 반일감정이 격해져 일시적으로 일본 차 시장 점유율이 낮아진 적이 있지만 이제 다시 서서히 회복 중이다. 반면 한국 차의 점유율은 최근 지속 하락하고 있다. 2019년 자료가 있다면 사드 영향으로 더 낮아진 점유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왜 독일차, 일본차는 중국 로컬 차보다 가격이 두 배가 되어도 더 인기가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 값을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싸도 품질이 된다. 디자인이 깔끔하다. 애프터서비스가 훌륭하다. 중국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있다. 그래서 브랜드와 인지도가 높다. 그런 제품을 만들면 중국이든 어디든 성공하는 것이고, 아니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고, 못해서 못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철학은 의외로 너무 간단하다.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겠다는 고집'이다. 일본항공이 1차 파산한 후 이나모리 가즈오가 경영을 맡게 되었다. 그가 한 일은 진정성 있게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원가절감의 중요성을 설파한 일이 다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하는 사람, 해내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한국은 그렇게 할 실력과 열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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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링크
: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한·중 경쟁력 변화와 대응전략(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