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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Dec 18. 2020

텐센트, 한국을 배워 한국을 추월하다

메신저 → 게임 → SNS → 핀테크 →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 확장 중

중국 IT기업의 양대 거두 : 알리바바와 텐센트


 텐센트 Tencent (腾讯텅쉰)


 10 센트라면 한국 돈으로 110원에 해당한다. 텐센트의 QQ 메신저를 이용하면, 휴대폰 문자 1 가격인 10센트를 아낄  있다는 뜻으로 회사명을 텐센트(Tencent)라고 지었다고 한다. 오늘 기준으로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한화 788 원이 넘으니 십원을 아끼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치고는 기업 가치가 많이 크다.


 지금(2020년 12월 17일) 기준으로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5.59조 HKD,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5.58조 HKD로 박빙이다. 1 HKD가 한화 141원이니 텐센트 시가총액은 788조 원, 알리바바는 787조 원이다. 참고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94조 원이다. 알리바바가 전자 상거래를 기반으로 얻은 막대한 수익으로 각종 IT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면(관련 글 : 알리바바의 미래 투자), 텐센트는 게임과 메신저로 얻은 수익으로 핀테크,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 등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장 중이다.


 IT의 모든 기술이 스마트폰에 집중되듯 온라인 사업 생태계와 부가가치의 중심이 결제 시장이 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 페이'의 점유율은 94%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알리페이의 결제 시장 점유율은 55.4%, 위챗 페이는 38.9%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민간기업에 '빼앗긴' 결제 시장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중국 반독점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하니 이 두 기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텐센트, 한국에서 배워 한국을 추월하다.


 2017년 중국에서 한국어과를 나와 한국에서 유학도 했던 중국 직원이 나에게 '예전에는 텐센트가 한국을 따라 했지만, 이제는 한국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자랑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직원은 공산당원이라 그런지 중국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금 보니 그 직원이 말했던 '한국'은 '카카오톡'이고 '더 좋은 서비스'는 '위챗과 위챗 페이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텐센트의 창립 이후 성장 경로는 아래와 같다. QQ(PC 메신저)으로 시작하여 게임 사업 진출, 위챗(모바일 메신저)과 위챗 페이(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더니, 이제는 핀테크와 클라우드 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1998년 마화텅(창업자), 대학 동기와 텐센트를 설립

1999년 QQ(PC 메신저) 서비스 시작   * 이스라엘 업체 지적재산권 소송으로 이름 변경

2002년 QQ 사용자수 1억 명 돌파   * 싸이월드 아바타를 벤치마킹한 QQ쇼 출시

2003년 QQ닷컴으로 게임 사업 진출 (게임 유통 및 개발)

2007년 넥슨 던전 앤 파이터 QQ닷컴에 출시

2011년 리그 오브 레전드(일명 롤, LOL)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 인수

2012년 카카오 지분 720억 원 투자(현재 3대 주주, 6.7%)  *카카오를 배워 위챗을 만들다

2013년 위챗 페이, 사용자 수 12억 명 돌파. 금융, 쇼핑, 콘텐츠, 광고까지 사업 확대,
             
2016년 소프트뱅크로부터 '클래쉬 오브 클랜즈'로 유명한 슈퍼셀 인수(10조 원, 84%)   

2017년 중국에서 왕자영요(王者荣耀) 게임 출시, 대인기로 영업이익 15조 원 달성 (전년대비 61% 상승)
 *왕자영요는 리그 오브 레전드 포맷을 따라 하고 캐릭터들을 중국화 하여 출시한 게임

2017년 위챗 내의 미니 프로그램(小程序, 앱 속의 앱) 출시

2019년 핀테크, 클라우드 서비스를 독립 사업부로 사업부 재편, B2B 사업 강화   


 텐센트는 사업 초기 철저한 모방 전략을 구사했다. 1960년, 70년대 일본을 따라 했던 한국과 같이 후발주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이스라엘 기업, 한국의 싸이월드와 게임 업체를 적극적으로 따라 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카피캣이라고 이 중국 기업을 무시했다. 2012년만 해도 중국 게임업자 스스로가 게임 제작 역량은 아직 한국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인정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카카오에 투자하여 위챗을 시작한 후 위챗 페이 결제 시스템을 선보이고, 라이엇 게임즈, 슈퍼셀과 같은 일류 게임 업체를 인수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인수한 업체로부터 배운 기술을 응용하여 왕자영요와 같은 중국 시장에 맞는 최고 수준의 게임을 제공하면서 한국 게임업체들을 단순에 뛰어넘는다. 카피캣으로 조롱받던 텐센트는 이제는 세계를 호령하는 호랑이가 되었다. 이제 텐센트는 한국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왕자영요王者荣耀,2020년 춘절 하루 동안 1.7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의 대표 게임 기업인 넥슨의 2019년 매출은 2.7조 원, 영업이익은 1조 원이다. 넥슨은 일본 시장에도 진출하여 이 정도이지 다른 국산 게임사들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2위인 엔씨소프트는 2019년 매출은 1.7조 원, 영업이익은 5천억 원 수준이다. 반면, 텐센트의 2019년 매출은 66조 원, 그중 게임 매출은 20.7조 원이다. 전체 영업이익이 20.7조 원이다. 똑같은 게임을 만들어도 접근할 수 있는 시장 크기가 다르니 매출과 이익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렇게 번 돈으로 신생 IT업체 등에 과감히 투자한다. 이때까지 800개 투자했고 그중 70개 사가 상장했고, 160여 개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메신저, 게임 등 사업 초반 단순한 서비스로 중국 거대시장에 기반하여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그리고 그 돈으로 세계 선도 기업에 지분 투자하거나, 인수하여 고급 기술을 습득하여 다시 중국 시장에 최상의 서비스를 적용한다. 중국 거대 시장에 기반한 양질 전환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2년 텐센트가 카카오에 투자할 때 사람들은 왜 중국 PC 메신저, 게임 회사가 카카오에 투자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참고 기사 : 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카카오에 720억 원 투자 왜?) QQ의 모바일 버전 출시 목적 정도의 추측이 있었지만 그것이 지금의 11억 명의 활성 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강력한 위챗 생태계 탄생의 배경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텐센트의 미래


 텐센트는 이제 앱 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도 넘어서고자 한다. 2017년 별도 앱 다운로드 필요 없이 위챗 내에서 미니 프로그램(小程序샤오청쉬, 미니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앱 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다. 위챗 내에 새로운 미니 프로그램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2020년 7월 발표를 보면 위챗에 등록된 미니 프로그램은 320만 개를 넘어섰다. 일 사용자 수는 4.1억 명이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앱 스토어 등록 앱이 200만 개 이상이고 이는 전년보다 줄어든 숫자라고 하니 위챗 미니 프로그램이 앱 숫자로는 이미 앱 스토어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개발자들은 이제 앱 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아닌 위챗 플랫폼에 쇼핑몰, 음식 배달, 교육, 미용 등 미니 프로그램을 등록할 수 있다. 위챗 내 미니 프로그램에서 결제를 무엇으로 할까. 당연히 위챗 페이이다. 수수료는 당연히 텐센트의 몫이다.



 텐센트는 이제 핀테크,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2015년 5%에 불과했던 핀테크와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 비중이 2020년 1분기 기준 25%이다. 아마존이 압도적인 우위라고 생각했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이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도전장을 내고 있는 상태이다. 텐센트는 향후 5년간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85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업을 확장하며 번 돈을 여지없이 재투자하며 상승 곡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한 메신저, 게임으로 시작한 회사가 미니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쇼핑, 엔터테인먼트, 금융, 교육,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유 차 띠띠추싱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텐센트는 2017년 테슬라에 2조 원(5%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미래에는 자율주행 기술과 공유 차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무인 공유 차' 시대를 열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용을 보고 있자면 똑같은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미래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관련 글

 : 알리바바의 미래 투자

 : 쌍순환 : 미래 중국 경제의 키워드


참조 링크

 : "中 디지털 위안화 진짜 목적은 알리바바·텐센트 의존도 낮추기"

 : 텐센트(헤쉬넷)

 : 텐센트의 역사와 미래 한 방 정리(유튜브)

 : 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카카오에 720억 원 투자 왜? (2012년 뉴스)

 : "코로나19도 두렵지 않다"...거침없는 '투자 공룡' 텐센트

 : 中 ‘왕자영요’, 춘절 하루 매출 1조 7천억 돌파

 : 2020年上半年微信小程序数量超320万 日活超4亿

 : 중국 마케팅 이야기 6번째 한국에 부는 바람 중국 위챗 샤오청쉬小程序(위챗 미니 프로그램)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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