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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Dec 27. 2020

알리바바 반독점 조사

마윈의 굴욕은 현실화될 것인가?

카노사의 굴욕

 카노사의 굴욕. 1077년 1월 28일, 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 4세가 자신을 파문한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게 굴욕적인 용서를 구한 사건을 말한다. 교회의 성직자 임명권을 둘러싸고 독일 황제와 교황이 대립하였고 교황은 하인리히 4세를 파문한다. 하인리히 4세는 신성로마제국에서 반란의 기미가 보이자 교황이 머물고 있는 이탈리아 카노사로 간다. 교황은 하인리히를 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하인리히는 3일간 성문 앞에서 고해복을 입고 금식을 하며 기다린 끝에 교황은 파문 결정을 거두어들였다. 교황과 황제 중 교황의 우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 불린다.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


 중국 언론들은 12월 24일 국가시장감독총국이 알리바바 그룹의 반(反) 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가 자사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다른 쇼핑몰에는 입점하지 못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중국어로 二选一(둘 중 하나를 고르라)라고 하는데 판매자들에게 다른 플랫폼에 입점하려 한다면 알리바바를 떠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뜻이다. 한 완성차사에 납품하려면 다른 완성차사에는 납품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업체 관행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중국 당국은 공산당에 위협이 될 만한 어떤 세력도 용인치 않는다. 천안문 사태, 파룬궁 사건, 소수 민족의 독립 움직임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예외적으로 인정'한 사유 소유제(관련 글 :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점)와 기업의 힘이 커지자 거침없는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황제에게 파문이라는 결정적 보복을 가한 교황의 모습을 떠오른다. 중국 정부는 이번 기회에 마윈에게 '누가 우위에 있는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한다.



중국 정부는 왜 격분했나?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이렇게 마윈에게 화가 난 것일까. 마윈이 10월 24일 ‘와이탄 금융서밋’ 연설에서 한 말이 화근이 됐다. 왕치산 국가부주석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이 참여한 자리였다.

* 그의 발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참조 링크 : 뭐가 中정부 분노케 했나…'38조 IPO' 날린 마윈 문제의 연설


 핵심이 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好的创新不怕监管,但是怕昨天的方式去监管,
我们不能用管理火车站的办法来管机场,不能用昨天的办法来管未来
좋은 혁신은 관리 감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낡은) 방식의 관리감독을 두려워한다.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야 수많은 언론과 기업인들이 날마다 이런 식으로 정부를 비판하지만 아직 중국에서 중국 공산당의 권위는 신성하다. 중국 정부의 정책을 낡은 정책, 틀린 정책이라 비판한 것을 중국 정부는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체면을 중시하고 민감한 화제는 돌려 말하는 전통이 있는 중국 문화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관련 글 : 꽌시(인맥)와 미엔즈(체면)) 중국의 최고 지도층은 격노했다. 12월 5일 예정이었던 알리바바 핀테크 기업 앤트 그룹 상장은 중단되었고 언론매체들의 알리바바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불공정 거래를 기사화하며 반독점 규제를 예고했다. 참으로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다. 당국은 마윈에게 중국 국내에 머물라고 공지했고 마윈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마윈의 굴욕이 현실화될까?


 카노사의 굴욕 이야기에서 반전이 있다. 하인리히 황제가 반란이 두려워 1077년 굴욕적으로 용서를 받았지만, 반란을 평정한 후 7년이 지난 1084년에는 로마를 공격하여 끝내 그레고리오 교황을 강제 폐위시키는 보복을 한 것이다. 교황은 망명 길에 오르고 1085년 쓸쓸히 병사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마윈이 이렇게 중국 정부에 반격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중국에서 정부기관, 공안 및 군대, 입법 기관, 언론 등 모든 권력 기관을 통제하는 중국 공산당 권력에 항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는 없다. 이번 '반독점 조사'는 민영 기업의 과도한 부상, 정부에 대한 '도전'에 대한 시범적 응징이라는 의미가 있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마윈과 알리바바의 힘을 어느 정도 빼는 수준으로 결론이 날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시장경제와 민영기업의 활동, 더 나아가서는 사유재산의 보장 등 개혁, 개방의 근본적인 원칙을 거스를 정도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마윈은 이미 세계적인 인사가 되었고 많은 외국 언론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너무 무리한 대응을 하기에도 부담스럽다. 판빙빙의 사례와 같이 마윈이 스스로 뉘우치는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도록 중국 정부는 유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마윈이 이러한 정부의 '요구'에 굴복한다면 말이다. 마윈은 굴복할 것인가?



관련 글

 : 중국의 정치 체제

 : 알리바바의 미래 투자

 : 텐센트, 한국을 배워 한국을 추월하다

 : 중국 특색 사회주의

 :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점

 : 중국 최고 지도자의 주요 사상

 : 꽌시(인맥)와 미엔즈(체면)


참조 링크

 : 刚刚,国际大佬向习总求情:请放过马云!中央态度异常坚决,随后一幕让西方彻底闭嘴! : 카노사의 굴욕

 : 뭐가 中정부 분노케 했나…'38조 IPO' 날린 마윈 문제의 연설

 : WSJ “시진핑, 마윈 발언에 폭발… 앤트 그룹 상장 중단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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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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