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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Jan 01. 2021

선의의 피해자 보호 vs. 악의적 남용자 방지

전광훈 목사 판결을 보며 대한민국과 중국을 비교하다

전광훈 목사의 무죄 판결


2020년 12월 30일 전광훈 목사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 부르고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한다는 그의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를 결정했다.  


“왜 제가 문재인을 끌어내려고 하느냐? 문재인은 간첩입니다."
(2019.10.9 문재인 퇴진 범국민대회)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저 문재인 주사파 일당이 지금 와서 김일성을 선택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공산주의자 조국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시도했던 것입니다. 조국이가 쓴 논문을 보면 대한민국을 반드시 공산화시킨다고 쓰여 있습니다”
(2019.12.28 문재인 퇴진 범국민대회)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하고 이를 제한하는 법령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는 곧 민주 사회의 근간"이며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에 비판적 의견"이지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에서는 판사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 기관이다. 판결 권한의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로또 판결' 비판도 있고 검찰이 판사의 성향을 '사찰'하기도 한다. 안희정 재판에서 1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2심과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법원의 독립'은 있지만 '법관의 독립'은 없어 법관(판사) 개인의 판결 권한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판결의 '일관성'은 보장되지만 판사에 대한 '정치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전광훈 목사의 무죄 판결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겠다. 대신 이 판결은 통해 대한민국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인지를 이해하고, 이와 비교하여 중국이 어떤 사회인지 이해해보고자 한다.  



악의적 남용자 vs. 선의의 피해자


고등학교 한 반에서 한 학생의 지갑이 없어졌다. 그 안에는 십만 원의 돈이 있었다 하자. 그 반에는 그 학생 외에 다른 10명의 학생이 있다. 누구도 자신은 도둑이라 아니라 말한다. 열 명의 학생을 모두 잠재적인 범인으로 취급해야 하는가 아니면 학생들을 믿고 범인은 외부에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가?


두 종류의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 1) 10명의 학생의 말을 믿고 모두 도둑이 아니라고 판단. 현재와 같이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선생님 2) 10명의 학생을 모두 (잠재적) 도둑이라 판단. 반에 CCTV를 설치하고 매일 하교 전 가방 체크한다


선생님 1)은 성선설을 믿는 사람이고, 선생님 2)는 성악설을 믿는 사람이다. 선생님에 따라 판단이 다르지만 두 선생님은 각각 다른 종류의 과오를 범할 수 있다. 먼저 선생님 1)은 모든 학생이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 이 기회를 활용하려는 '악의적 남용자'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선생님 2)는 모두를 잠재적 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 죄 없는 학생들을 범죄인처럼 취급하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통계학에서 테스트 결과를 적용하는 데 있어 유사한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를 각각 1종(알파) 오류, 2종(베타) 오류라고 부른다.    

판단과 진실에 따라 '악의적 남용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



대한민국은 무얼 중시하는가?


법은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재판주의가 이를 반영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에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일 때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 이상 조선 시대와 같이 주리를 틀며 "니 죄를 네가 알렸다" 고문하는 방법으로 없는 범죄자를 만들 수 없다.


2012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은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인지를  보여준다. 인터넷에 익명의 비방글, 이로 인한 유명 연예인의 자살 등이 문제 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와 '악플러 제제' 중 표현의 자유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를 남용하는 사람들을 제제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보다 인터넷 실명제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 양산이라는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너무 약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 악의적 남용자 방지보다는 선의의 피해자 보호를  중시하는 국가이다. 음주운전을 하고도 단속 현장에서 차를 두고 달아나 다음 날 자수하면 음주 증거가 없어 구속할 방법이 없다.


중국은 어떤 사회인가?


중국이 악의적 남용자를 잡기 위해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국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이 대체적으로 악의적 남용자를 방지하기 위한, 통제가 강한 나라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서방 국가들은 이를 '권위주의' 국가라 비판하지만 정작 중국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분열과 혼란보다는 안정과 평화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booknsword/71


이번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거듭 요청하지만, 눈치 보지 않는 중국 정부는 당의 지시 하나이면 도시 봉쇄, 천만 시민 전체 검사 등 못할 것이 없다. 시민의 불편함보다는 전체 사회의 방역(또 다른 의미로서의 안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booknsword/84 


안면인식 기술, AI와 빅데이터 기술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빅데이터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경우 전 국민의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물론 활용한 범죄인 단속, 심지어 무단횡단자 '사회 신용도 점수' 감점 및 고속철 탑승 제한도 이미 실행 중이다. 중국은 표현의 자유, 개인의 권리보다는 '사회 질서를 해하는 행위 제한'을 통한 '사회 안정의 추구'를 훨씬 더 중요시하는 사회이다. 한 마디로 강한 정부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예전 일이지만 2009년 영화배우 성룡은 한 포럼 자리에서 "지금 홍콩은 너무 혼란스러우며, 중국인은 관리가 필요하다" 말했다. (참조 링크 : 成龍批港台 自由多太混亂) 자신은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지금 홍콩인은 "너무 많은 자유를 가지고 있다", "인권 문제가 너무 남용되고 있다", "지금 십 년 전보다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 십 년 후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인식과 굉장히 유사하다. 주윤발은 중국 중앙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지만 성룡은 정부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有自由好还是没有自由好……真的我们现在已经混乱了、太自由了,就变成像香港现在这个样子很乱,而且变成台湾这个样子也很乱,我慢慢觉得,我们中国人是需要管的。
자유가 있으면 좋냐, 없으면 좋냐 문제에 대해... 정말 우리는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졌다. 너무 많은 자유가 있다. 홍콩은 대만과 같이 너무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중국인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점점 생각하게 된다
(성룡, 2009년 4월 19일 한 포럼 자리에서)


중국은 계속 변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은 우리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선의의 피해자 보호보다는 악의적 남용자를 방지하는 방식으로 사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우리는 "저런 놈은 사형을 시켜야 돼" 말만 했지 실행하지 않지만 중국은 바로 사형을 실제 집행해버리는 국가이다. 앞으로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변할지는 계속 두고 볼 일이다.



참조 링크

 : 1종 오류, 2종 오류

 : 전광훈 1심 무죄… 법원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근간"(종합)

 : “황교안은 지도자, 문재인은 간첩” 전광훈 ‘무죄’ 발언 보니

 : 위헌 결정받은 ‘인터넷 실명제’ 여론의 심판대 오르다

 : 成龍批港台 自由多太混亂(유튜브)

 : 请问成龙先生,中国人需要被谁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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