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역사 인식
앞서 중국인의 역사관을 설명한 바 있다. 자본주의는 필히 붕괴하며 공산주의 사회가 올 수뿐이 없고 과도기로서 사회주의 사회가 필요하다. 우선은 생산력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이른바 사회주의 현대화론이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중국인, 중국공산당이 보는 현재 인식이다.
그럼 언젠가는 공산주의 사회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를 통해 이렇게 빨리, 많이 발전했는데 생산력이 어느 수준 이상만 되면 다시 사유제가 폐지되고 모두가 ‘공평’한 공산주의 국가로 돌아갈 거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만나본 중국 사람들 중 다시 1958년 인민공사와 같은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역사에는 발전 단계가 있다. 인류의 역사에 일시적 퇴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크게 보면 진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계획경제의 비효율성, 반대로 자원 배분의 최적화 시장 참여자의 동기 유발 등 시장경제의 우수성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되었다. 그래서 덩샤오핑도 고양이 색깔을 들먹이며 과감히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시장의 실패에 대한 일부 보완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시장이 언젠가는 붕괴하고 전혀 다른 세상이 올 거라고 아직도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 당헌
하지만 놀랍게도 중국공산당은 그렇게 믿고 있다. 적어도 중국공산당의 정체성과 전략 방향을 설명하는 중국공산당 당헌(章程)을 보면 그렇다. 관련된 원문은 다음과 같다
我国正处于并将长期处于社会主义初级阶段。这是在原本经济文化落后的中国建设社会主义现代化不可逾越的历史阶段,需要上百年的时间。我国的社会主义建设,必须从我国的国情出发,走中国特色社会主义道路。在现阶段,我国社会的主要矛盾是人民日益增长的美好生活需要和不平衡不充分的发展之间的矛盾。由于国内的因素和国际的影响,阶级斗争还在一定范围内长期存在,在某种条件下还有可能激化,但已经不是主要矛盾。我国社会主义建设的根本任务,是进一步解放生产力,发展生产力,逐步实现社会主义现代化,并且为此而改革生产关系和上层建筑中不适应生产力发展的方面和环节。必须坚持和完善公有制为主体、多种所有制经济共同发展的基本经济制度,坚持和完善按劳分配为主体、多种分配方式并存的分配制度,鼓励一部分地区和一部分人先富起来,逐步消灭贫穷,达到共同富裕,在生产发展和社会财富增长的基础上不断满足人民日益增长的美好生活需要,促进人的全面发展。
우리나라(중국)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장기간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처해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원래부터 경제, 문화가 뒤떨어진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를 건설하는데서 건너뛸 수 없는 역사적 단계이기에 그 기간이 10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반드시 우리나라의 실정으로부터 출발하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로 나아가면서 사회주의를 건설하여야 한다. 현 단계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회의 주요 모순은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날로 늘어나는 수요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이다. 국내적 요인과 국제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계급투쟁은 아직 일정한 범위에서 장기간 존재할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는 격화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이미 주요한 모순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주의 건설의 근본 임무는 생산력을 한층 더 해방하고 발전시켜 사회주의 현대화를 점차 실현하며 이를 위하여 생산관계와 상부구조 중의 생산력 발전에 적응되지 않는 측면과 부분을 개혁하는 것이다. 반드시 공유제를 주체로 하고 다양한 소유제 경제를 공동으로 발전시키는 기본 경제제도를 견지하고 보완하며 노동에 따른 분배를 주체로 하고 여러 가지 분배 방식이 병존하는 분배제도를 견지하고 보완하며 일부분 지구, 일부분 사람들이 먼저 부유해지는 것을 권장하며 점차 빈궁을 퇴치하고 다 같이 부유해지도록 하며 생산이 발전되고 사회적 부가 증대되는데 기초하여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날로 늘어나는 수요를 끊임없이 충족시키고 인간의 전면적 발전을 촉진하여야 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선부론의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중국은 지금 사회주의 초급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이 단계가 100년 이상 걸린다는 구체적인 시간까지 적시하였다. 다음으로 현재 주요 모순('문제'를 중국에서 이렇게 표현한다)은 많은 수요 대비 부족한 생산력이며 당분간은 생산력 발전에 집중해야 함을 언급한다. 계급 갈등은 더 이상 주요 모순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일부의 사람이 먼저 부유해지고 점차 다 같이 부유해진다는 선부론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중국 경제 제도를 공유제를 주체로 하고 다양한 소유제 경제가 병존한다고 표현했는데 공유제는 국영기업을 의미하고 다양한 소유제 경제가 사유제와 시장경제를 의미한다. 중요하고 민감한 내용을 뒤쪽에 애매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중국인의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중국공산당 규약에 나와 있는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선부론은 격변의 시기 공산당 내부 극좌파를 위한 접대성 멘트였을까, 아니면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일까. 정말 지금의 과도기가 지나 다시 공유제 중심의 공산주의로 돌아가겠다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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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링크
: 中国共产党章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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