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중국 외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검 Oct 18. 2020

[외교] 미국과 중국의 적대적 공존 관계

적대적일 수록 존재의 가치가 빛나는 사람들

적대적 공존


 서로 간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같이 살아가는 관계를 말한다. 때로는 같이 살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 간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후자를 적대적 공생이라 별도 구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한국과 북한이다. 1953년 휴전 협정 체결 이후 현재까지 적대적인 상태로 공존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이 ‘적대적 공존 관계’라면 한국의 보수세력과 북한의 강경파는 ‘적대적 공생’ 관계에 가깝다. 한국의 보수 정당, 언론, 종교단체는 북한의 위협을 부각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 북한은 호시탐탐 우리를 적화 통일하고자 하는 불순한 세력이기에 자신들을 이 땅을 지키는 애국 세력,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평화의 수호자로 정의한다. 상대방과의 적대적 관계가 심화될수록 보수 세력의 발언권은 강화된다.

 

 1997년 있었던 총풍(북풍) 사건은 이런 적대적 공생 관계를 정치인들이 얼마나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 보여준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전에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측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비밀리에 베이징에서 북한 외교관을 만난다. 그리고는 선거 직전에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표면적으로 그토록 서로를 증오하는 것 같았던 한국의 보수 정당과 북한의 군부가 실제로는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니! 실상과 저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속을 수뿐이 없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미국과 중국


 대선에서 불리해지자 연일 중국을 때리기를 하는 트럼프와 공화당을 보면 적대적 공존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른다. 중국몽을 주장하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말라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시진핑을 봐도 같은 생각이 든다. 트럼프는 자신의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우한 바이러스’,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말을 고집해왔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된다고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멈출 것이라 전망하지 않지만, 그래도 트럼프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미국을 중국에 팔아넘길 것”이라며 자신이 ‘미국의 수호자’ 임을 강조하려 한다. 외부의 위협을 강조하여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좋다.

  

"If Joe Biden becomes president, China will own the United States, and every other country will be smiling also, "
Trump, White House news conference, Sep. 2020


 반면 시진핑도 정치적인 측면에서 별로 잃는 것이 없다. 원래 중국 정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지지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높다. 많은 한국 뉴스 기사는 서구 언론을 직역하여 중국 국민들이 정부의 통제와 탄압에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중국 사람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중앙 정부에 대한 만족도는 90%, 지방정부에 대한 만족도는 70% 수준이다. 중국 통계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통계 조작일 거라고 의심하겠지만 하버드 대학 연구팀에서 실시한 결과이다. 혹자는 중국의 언론 통제 때문에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의 실상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한국, 미국의 대통령 직선 선거,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의 탄핵 등 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중국 사람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고 있다. 인터넷 상 노골적인 반정부 의견은 삭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사람들이 ‘일반 생활’ 관련된 의사 표현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 문화 대혁명 이후 민감한 정치 문제에 대해서 일반 사람들이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풍토는 항상 있어왔다. 일반 중국 사람들에게 있어 중국 공산당 정부는 “분열과 대립의 중국 대륙을 통일하여 서양 세력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G2 수준으로 올려놓은 고맙고 효율적인 정부”로 인식된다.


 중국몽,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대표되는 ‘시진핑 신시대’에는 중국 사람, 특히 젊은이들의 애국주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영화, 드라마, 언론의 선전이 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의 무역 분쟁은 이러한 경향은 더 강화시킨다. 외부의 적은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 문재인 정부가 아베 정부와 싸울 때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중국에 비판적인 사람에게 무차별적인 비난을 가하는 중국의 ‘젊은 애국주의자’를 부르는 샤오펀홍(小粉红)이라는 말이 새로 나올 지경이다. 이 말은 중국에서도 과도한 애국주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뜻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은 마오쩌둥의 의도에 따라 전국에서 조직되었다면 샤오펀홍은 90년대생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조직이라는 점에서 홍위병과 다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미국 보수당의 중국 비판과 중국의 애국주의 강조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공존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애매한 중간 사람들이다. 맹목적 증오의 정치보다 상호 이해와 충분한 소통에 근거한 우호적 공존 모델이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좋다.


관련 글

 : 미국과 중국, 신냉전의 시작

 : 중국 특색 사회주의



참조 링크

 : On Hostile Coexistence with China

 : 적대적 공존(나무 위키)

 : 총풍(북풍) 사건

 : Biden presidency would let China own US, claims Trump

 : Chinese rate government ‘more capable than ever before’, long-term Harvard study finds

매거진의 이전글 [이슈]  중국 Daum 차단, 미국의 위챗 차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