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US are in foothills of a cold war
중국과 미국은 지금 냉전 언덕에 있다.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헨리 키신저가 2019년 12월에 한 말이다. 그는 핑퐁 외교를 통해 1972년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의 정상회담을 성공시켜 미중 관계 정상화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가 신냉전 초입이라고 판단한다.
2019년 관세 중심의 무역전쟁 수준에서 끝날 줄 알았던 미중 갈등은 현재 남중국해와 대만을 둘러싼 군사 경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완전한 경제 디커플링까지 언급하고 있다. 어느 수준가지 미중 관계가 악화될지 예상이 어려운 시기이다. 적어도 당분간 미중 관계가 호전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혹시 만약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미중 관계가 나아질까 기대한다면 그것도 오산이다. 중국 위협론과 대중 강경노선은 이미 미국에서 여야를 초월한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도리어 트럼프가 경시했던 인권 이슈에 대해 더 강력한 요구를 할 수 있다. 또한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유럽, 한국, 일본 등 동맹 국가들과 훼손된 관계를 복원하여 대중국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
신냉전의 원인
냉전은 열전의 반대말이다. 지구를 수차례 파괴시키고도 남을 핵무기는 도리어 전면전을 억제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은 표면상으로는 군비 경쟁, 본질적으로는 ‘자유 민주 세계’와 ‘공산 세계’ 간의 체제 경쟁이었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냉전이 끝나고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이 되었다. 일본의 경제발전, 유럽연합의 결성 미국에 도전이 될 수는 있었지만 위협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유 민주 진영’ 체제 내의 일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은 이와 다르다.
중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서는 추가적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이다. GDP만 간단히 비교해보자면 2018년 기준으로 중국 GDP는 13.6조 달러이고, 미국은 20.5조 달러로 중국이 미국의 66%에 육박하고 있다. 2030년~2035년 사이 중국 GDP가 미국을 추월한다고 많은 예측기관이 전망하고 있다. GDP뿐만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보아도 중국은 더 이상 싼 노동력을 이용한 임가공 중심의 국가가 아니다. 태양광, 전기 자동차, 5G, 드론, 로봇, AI,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에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보안'을 이슈 삼아 화웨이 사용을 금지하고 다른 나라들도 참여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중국 정책의 변화도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대전환 이후 중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에 미국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덩샤오핑은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라는 도광양회를 외교의 기본 방향으로 삼았지만, 시진핑은 넘치는 자신감으로 외교 방향의 ‘신시대’를 열었다. 중국몽(민족주의의 강조), 중국제조2025(첨단산업 선도), 일대일로(해상, 육상 물류 거점 확보)는 이전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외교 정책과는 분명 다르다.
신냉전의 또 하나의 이유는 '변하지 않는 중국'이다. 1970년대 헨리 키신저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도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중국의 시장 경제 참여가 중국의 민주화, '자유 세계'로의 편입을 도울 것으로 보았다. 일본이 그랬고,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아시아의 4마리 용이 그랬다. 경제 발전은 시민 의식과 민주화 욕구를 자극했고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유사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민주화'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예상은 틀렸고 현재 키신저와 클린턴은 미국에서 비판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더 막강해졌고 정치 민주화, 언론 자유화는 요원해 보인다. 사실 중국은 이런 ‘변화’를 약속한 적이 없다. 중국 사회가 미국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을 뿐이다.
트럼프 정부가 2017년 발행한 국가 안보 전략 문건을 보면 이러한 미국의 실망감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WTO 가입 등 미국의 중국 지지는 전후 세계 질서에 중국을 편입시켜 중국을 자유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음에 근거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진행되었다. 미국은 중국이 다른 국가들의 주권을 희생해가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미국은 세계를 민주주의 국가과 권위주의 국가로 구분한다. 반면 중국은 이런 구분법을 따르지 않는다. 중국은 스스로 미국의 ‘가진 자 중심의 로비 민주주의’가 아닌 ‘공산당 중심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중국의 체제 전환 가능성은 없다.
For decades, US policy was rooted in the belief that support for China’s rise and for its integration into the pos-war international order would liberalize China. Contrary to our hopes, China expanded its power at the expense of the sovereignty of others.
- National Security Strategy, December 2017
중국의 급격한 경제 발전, 이제 할 말은 하겠다는 ‘당당해진’ 중국 외교 정책의 변경, ‘자유 세계’ 편입이라는 믿음의 포기로 미국의 중국 견제심리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는 남중국해, 대만 이슈로 미국과 중국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까지 예견되는 상황이다. 신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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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링크
: USA vs China: The new cold war on the horizon | DW Analysis
: National Security Strategy (December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