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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Jan 17. 2021

왕이 외교부장과 중국 외교

왕이 외교부장의 악수 결례?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중국 지도부와 악수하는 장면이 있었다. 왕이 외교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오른쪽 어깨를 툭 하고 쳤다. 한국 언론과 일부 네티즌들은 왕이 부장이 또 외교 결례를 범했다며 비판했다. 


2017년 5월, 불과 두 달 전 왕이 부장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그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러시아 언론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송영길 의원은 자신도 시진핑 주석과 악수를 할 때 그의 팔꿈치를 잡았다며 ‘악수 예의’보다는 정상 또는 외교수장과의 만남의 외교의 의미에 대한 심층보도를 해달라고 SNS에 자신의 의견을 올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중 했을 때도 언론의 관심사는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을 홀대했는가 아닌가였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3박 4일간 두 번만 중국 인사과 식사를 같이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혼밥’을 대한민국의 ‘외교 참사’로 해석했다. 복잡한 외교 지형, 정상 간 만남의 의미, 향후 주요 외교 이슈와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기사는 찾기가 어려웠다. 외교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비판보다는 굴욕, 참사 등 감정적인 표현만 난무했다. 우리나라 기자, 기사, 정치인의 수준이 아쉽다.



왕이 외교부장


왕이 외교부장은 무당파로 분류한다. 중국에는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 3대 파벌이 있다. 왕이 부장은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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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는 만 25세의 나이에 베이징 제2외국어 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중국판 ‘잃어버린 10년’ 문화 대혁명(1967-1977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문화 대혁명 기간은 그는 헤이룽장성으로 하방 되어 8년 동안 육군 군단에서 근무하였다. 1977년 12월 대학 입학한 그는 일본어를 전공하여 주일본대사관에서 외교 경력을 시작하고 2004년에는 주일 외교대사로 근무하는 등 중국 외교부에서 일본통,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통으로 성장한다. 대학과 외교부 경력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였지만 (이런 긍정적인 평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성실함과 탁월한 업무 성과로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고 2013년에는 외교부장이 되어 지금까지 중국 외교 수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2010년 맺은 무역협정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도 그가 대만 사무판공실 주임으로 있을 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중국과 대만은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특수한 관계임을 고려하여 FTA라고 부르지 않고 ECFA라고 부른다)


우리 언론 들은 그의 발언, 제스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의미한 일이다. 외교부장도 공무원이다. 그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 정확히는 중국 공산당, 궁극적으로는 시진핑 당 총서기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그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가 대변하는 중국의 외교 정책과 한반도에의 영향,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2020년 9월, 왕이 외교부장의 유럽 순방


2020년 9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 5개국을 방문한다. 미국 트럼프의 일방주의 노선에 의해 벌어진 유럽과 미국 사이를 살포시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의도이다. 미국은 통상문제, 안보동맹 등과 관련하여 ‘공평하게 조정하는’ 문제로 유럽을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간단한 공식은 여기서 통하지 않았다. 5개국 중 4개국 대표는 홍콩 문제와 신장 위그루 지역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일국양제 원칙의 준수를 원한다는 유럽의 공개적인 ‘훈수’도 들어야 했다. 중국은 실망했다.


유럽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인들이 중시하는 체면도 고려치 않았다. 왕이 외교부장의 유럽 순방은 이런 유럽의 입장을 확인만 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왕이 외교부장의 답변은 다른 정치인, 중국 관영언론의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홍콩과 위그루 문제는 중국 내부의 내정 이슈이며 이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중국은 단호히 거부한다”, “홍콩의 안전에 대한 조치는 중앙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조치이다”. 그는 근엄한 표정으로 같은 대답을 반복했지만 중국 외교가 수세에 몰렸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속으로 ‘불과 백 년 전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남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를 식민지 삼고 착취했는데 이제 와서 인권 문제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2020년 11월, 한국 방문


2020년 11월 왕이 부장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이 기대하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사드 이슈로 시작된 한한령의 완전한 해제 등 우리가 원하는 결론은 없었다. 그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하러 왔느냐”라는 질문에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며 반문했다. 또한 미국 관련된 거듭된 질문에 “세상에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미중 관계의 틀로만 한중 관계를 바라보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보였다. 11월 방문 시 그는 미국 관련된 언급을 삼갔고 한중 이슈에 대해서만 언급을 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미중 관계와 그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정식 입장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중국 정책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울 듯싶다. 중국도, 한국도 아직까지는 탐색전만 하고 있다.     



바이든의 대중정책과 대한민국의 선택


트럼프가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막을 수 없다.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은 민주당, 공화당 모두 동일하다. 그러니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방식은 이전과 다를 수 있다. 벼락 정치인이 된 트럼프가 일방적이고 (의도적이었겠지만) 예측 불가한 면이 있다면, 오랜 정치 경력을 가진 바이든은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동맹과 인권을 중시한다. 바이든의 대중 정책은 팀플레이, 인권 이슈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인권 문제에 있어서만은 미국과 함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미 던졌다. 호주도 마찬가지이다. 최소 인권 문제 관련 ‘서구권’의 연합 전선은 이미 성립된 듯싶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은 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 사이 어느 것이 더 우리에게 유리할까.


https://brunch.co.kr/@booknsword/48


갈등이 깊어지면 입장이 모호한 중간파의 입지는 좁아질 수뿐이 없다. 1945-1950년 다양 정치적 요구가 쏟아지던 해방공간, 극한 좌우 대립 속에 김구와 여운형과 같은 통일 지향 중간파는 설자리가 없었다. 김구는 1949년, 여운형은 1947년 암살당한다. 좋으나 싫으나 한중관계는 미중관계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뿐이 없다.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한국의 양자택일의 궁지에 몰릴 수뿐이 없다. 대한민국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협상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주권(내정간섭 거부), 국가안보, 영토 완정(홍콩, 대만 문제 등) 등을 선제적으로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후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도 자유, 민주, 안보, 통일 등 우리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들을 선제적으로 선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대한민국의 입장은 더욱 모호해졌다. 앞으로 바이든의 대중정책에 따라 대한민국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도 있다. 한국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참조 링크

 : 황제처럼 오만한 외교부장 (유튜브)

 : '긁어 부스럼'된 中 왕이 외교부장의 유럽 순방

 : 王毅简历

 : 왕이 방한의 대미 메시지는 ‘탐색’과 ‘견제

 :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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