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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Feb 13. 2021

바이든과 시진핑의 첫 통화

중국은 아직 신중하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첫 통화


除夕, 설날 전날 밤이다.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양력보다 음력설을 춘절이라 하여 더 큰 명절로 지낸다. 이 除夕에 바이든과 시진핑이 첫 통화를 했다. 바이든은 2021년 1월 21일 취임 이후 1월 26일 러시아의 푸틴과도 통화를 했지만 시진핑 주석과는 아직 통화한 적이 없었다.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동양의 문화를 존중하는 형식’으로 설 전날인 2월 11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처음으로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


첫 통화에 대한 기사를 보면 미국, 중국, 한국 제각각이다. CNN 기사는 통화 사실과 대화 내용, 관련된 최근 정치권 움직임 등 사실 전달에 충실한 반면 한국 기사는 연합뉴스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허니문은 고사하고 설전’이 벌어졌다며 미중 갈등에 집중한다. 반면 중국은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고, 함께 윈윈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얻었다’며 갈등을 애써 갈등을 무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과의 갈등 확대를 피하고자 하는 중국의 모습이 엿보인다.



작은 협력 공간, 많은 갈등 소재  


기후변화 대응, 핵 확산 억제와 같은 분야는 상호 ‘협력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오랜 정치, 외교 경험이 있는 바이든은 비즈니스 협상가 트럼프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일단 중국과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미중 관계에서 협력보다는 갈등의 소재가 더 많음을 부정할 수 없다. ‘불공정한 경제 관행’, 홍콩/신장 위그루 지역의 ‘인권 문제’, 대만에 대한 ‘군사위협 문제’ 등에 대해서는 미국도 중국도 양보할 기미가 전혀 없다.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신장 위그루 지역 강제 수용소 설립에 동의하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트럼프는 세계 인권의 수호자라기보다는 인권 문제까지도 무역 협상의 카드로 쓰는 장사꾼의 모습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은 취임 전부터 인권 문제를 강조하며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이 “인권 문제는 미국만의 가치가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임을 지적”할 계획임을 말했다. 홍콩과 신장 위그루 문제로 대표되는 인권 문제는 앞으로 계속 미중 갈등의 핵심이 될 것이다.


Biden planned to “indicate that this isn't just about American values, it's about universal values"
- CNN


대만의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독립노선을 걷고 있고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시 군사 공격도 강행하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인정한다면서도, 대만 관계법(1979년), 6대 보장(1982년)에 기반하여 대만과 통상, 문화 교류, 무기 수출을 계속한다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2021년 1월 23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만을 겁주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만 대표와 대화하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이 이번에도 시진핑에게 직접 ‘대만에 대한 독단적인assertive 행동’을 지적한 것을 보면 앞으로 대만 이슈도 미중 갈등의 씨앗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대만에 대해 중국의 명확한 입장 대비 미국 입장은 항상 모호했다. 바이든의 등장으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얼마나 ‘명확해질지’가 궁금하다.


https://brunch.co.kr/@booknsword/48


중국과의 무역 전쟁,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트럼프가 올려놓은 관세를 당분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 개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식 무역 협상에 찬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시 돌려놓은 생각도 없어 동맹과, 파트너와, 의회와 함께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보인다. 미국 국방부에서도 중국 관련 Task Force가 마련되어 운영 중이라고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구체적 경제, 군사적 대응 계획을 보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One thing that will remain in place is the Trump administration's tariffs on China.
"We have maintained the tariffs that were laid down over the course of the past few years, not because we think that that trade war was particularly successful, but rather because we believe that we have to very carefully, in consultation with allies and partners, in consultation with the Congress, work through the sources of leverage we have" the senior official said. - CNN



중국의 반응


신화망에 나온 시진핑, 바이든 통화에 대한 기사를 보면 무척이나 신중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보인다. 중국의 일관된 입장은 ‘상호 존중’과 ‘협력’이다. 양국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만(윈윈), 반대라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위협이다. 한국, 일본, 핀란드, 지금은 호주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인 시진핑도 지금 미국과의 싸움에서는 신중한 모습을 유지한다. 중국 공산당은 1930년대 국공내전 당시에도 공산당을 소멸시키려는 국민당에 대해 끊임없이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며 함께 일본 외세 침략에 공동 대응하자는 시그널을 보낸 바 있다. 아직 전면전이 불리하다면 유화책이 상책이다. 


习近平指出,过去半个多世纪,国际关系中一个最重要的事件就是中美关系恢复和发展。虽然期间也经历了不少曲折和困难,但总体不断向前,而且取得了丰硕成果,造福了两国人民,也促进了世界和平、稳定、繁荣。中美合则两利、斗则俱伤,合作是双方唯一正确选择。中美合作可以办成许多有利于两国和世界的大事,中美对抗对两国和世界肯定是一场灾难。- 新华社
시 주석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관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중미 관계 회복과 발전을 꼽았다. 그동안 우여곡절과 어려움도 많았지만 꾸준히 전진했고, 풍부한 성과가 있었으며, 양국 국민을 행복하게 했고, 세계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시켰다. 중미가 협력하면 둘 다 이익이고, 싸우면 둘 다 손해다. 중미 협력은 양국과 세계에 도움이 되는 큰 일을 할 수 있으나, 중미 대결은 분명 양국과 세계에 재앙이다. - 신화사


민감한 통상 이슈, 인권, 홍콩과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호 존중’, ‘공통이익 추구’ 논리로 대응하며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내정’이며 이에 대한 간섭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习近平强调,中美在一些问题上会有不同看法,关键是要相互尊重、平等相待,以建设性方式妥善管控和处理。两国外交部门可就双边关系中的广泛问题以及重大国际和地区问题深入沟通,两国经济、金融、执法、军队等部门也可以多开展一些接触。中美双方应该重新建立各种对话机制,准确了解彼此的政策意图,避免误解误判。要分清哪些是分歧,要很好管控;哪些有合作意义,共同推动走上合作轨道。台湾、涉港、涉疆等问题是中国内政,事关中国主权和领土完整,美方应该尊重中国的核心利益,慎重行事。- 新华社
시 주석은 "중미는 일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처하며 건설적인 방식으로 잘 관리·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외교 부서는 중미 관계 중의 광범위한 문제 및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하여 깊이 소통할 수 있고, 양국의 경제·금융·법 집행·군사 등의 부문에서도 추가적 접촉을 할 수 있다. 중미 양측은 서로 대화 채널을 다시 세우고, 상대방의 정책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오해 및 오판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이 불일치인지 잘 가려야 하고, 잘 관리 통제해야 하며, 상호 협력해야 한다. 대만, 홍콩, 중국 등과 관련된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미국 측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 신화사



그럼 앞으로는..


중국이 가장 강경하게 주장하는 것은 ‘내정 간섭 거부’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도 최강국 자리에 올라가기 전에 ‘불간섭주의’를 외교의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1783년 영국과의 독립 전쟁 이후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까지 유럽의 문제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는 불간섭주의, 고립주의를 주장했다. 1차 세계대전도 독일이 미국의 상선을 공격하자 1917년 마지못해 참전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불간섭주의 논리는 ‘우리는 유럽 문제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유럽도 미국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논리’였다. 미국의 불간섭주의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피폐해진 유럽을 넘어 세계 최강국으로 등극하는 시점에 ‘적극적인 간섭주의’로 전환된다. 결국 세계는 강자의 논리 싸움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뿐이다.


바이든이 트럼프와 다른 것은 민주, 인권 문제에 집중한다는 것과 미국 단독이 아닌 우방과 연합 전선을 구성하여 중국에 대응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최고 동맹국은 첩보동맹 Five Eyes로 불리는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이다. 그다음에 프랑스,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이 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우방국 중 한국이 미국과 가장 약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그 고리를 끊어내려 하고 있다. 우리는 양쪽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구한말 러시아, 일본 사이 방황하던 조선 왕실이 생각난다. 그 불행했던 과거를 반복하면 안 된다. 우리는 현명한 판단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참조 링크

 : 바이든, 시진핑과 2시간이나 통화

 : Biden speaks with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for first time as President

 : 国家主席习近平同​美国总统拜登通电话

 : 트럼프-文 통화에 "고통스러워 심장마비"… 볼턴 폭탄 터졌다

 : 바이든 "대만 압박 중단을" 中에 경고
 : 1차 세계대전 뒤 윌슨 때처럼 … 신고립주의로 가는 미국

 :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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