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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Jul 04. 2021

왕도와 패도, 중국의 선택

왕도와 패도


순자는 국가의 대외전략을 왕도(王道), 패도(覇道)로 나누었다. 왕도가 도덕적 리더십으로 천하를 아우르는 방식이라면 패도는 군사력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천하를 통치하는 방식이다. 유가가 왕도를 정치의 이상향으로 생각했다면 법가는 패도를 정치의 근간으로 삼았다.


초한전쟁에서 유방이 왕도를 추구했다면, 항우는 패도를 추구했다. 유방은 관중을 점령하자마자 진나라의 모든 법을 폐하고 살인, 상해, 도둑질만 금지하는 약법삼장으로 민심을 얻었다. 반면 항우는 관중에 들어서자마자 진나라 황제를 죽이고 아방궁을 불태웠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압세워 천하를 마음대로 분봉해버렸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서초패왕이라고 불렀다. 정치적 배려가 부족했던 항우의 분봉은 여러 제후의 반란을 일으켰다. 천하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결국 천하를 통일한 것은 유방이었다.  



누가 왕도를 추구하는가?


칭화대학교의 옌쉐퉁 교수는 왕도와 패도를 비교하며 왕도를 추구해야 국제 질서가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외교의 근간이 왕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중국이 왕도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 외무부 대변인의 거친 발언으로 대변되는 전랑 외교, 와인과 랍스터 등 호주산 물품에 경제 보복을 하는 중국의 강압적 모습을 보면 왕도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무역 보복에 대한 인상이 선명하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후진타오의 화평굴기에 비해 현재 중국 외교 정책은 공격적이다. 시진핑의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가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결국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은 세계 이웃들과 공존과 조화보다는 더 강한 중국을 우선 추구하고 있다. 아직 중국은 왕도의 길을 따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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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의 자유, 민주,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21세기형 왕도를 추구한다. 바이든 정부와 유럽,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의 근간은 바로 이 가치들이다. 미국은 현재 하드파워(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도 중국을 능가하지만 향후 중국이 경제력으로 미국을 넘어서는 순간을 대비하여 자유, 민주, 인권의 가치로 세계 다른 국가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 경제력으로 추월당하더라도 강한 군사력과 소프트파워로 지도국가의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의 왕도는?


요즘 뉴스를 보면 중국의 패권 추구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많다. 홍콩의 국가보안법, 대만에 대한 미국과의 갈등, 남중국해 등 영토문제에 대한 강경한 태도,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을 일삼는 강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17개 국가 성인 1만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17개 국가 중 15개국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중국에 대한 반감은 일본이 1등으로 설문 조사자의 88%가 중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스웨덴(80%), 호주(78%), 한국(77%), 미국(76%) 순이다.


중국 공산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최근 시진핑 당총서기는 당 내부 회의에서 중국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공산당 주도의 발전이 왜 가능한지, 중국특색사회주의가 왜 좋은지를 모두에게 선전하라는 지시를 했다고도 한다. 중국도 왕도를 추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떤 왕도 모델이 세계에 통용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없다.



미국의 패도


미국이 자유, 민주, 인권의 왕도를 추구하고 있다고 해서 패도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든 국력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종합이다. 소프트파워만으로 패권국가가 될 수 없다. 미국도 때로는 경제력과 군사력이라는 힘으로 강압적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결과적으로 정당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미디어는 대량살상무기(WMD : Weapon of Mass Destruction) 날마다 외쳤지만 결국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패권국가는 도덕적 결함이 있더라도 힘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경우가 있다.


호주 등에 대한 중국의 수입 규제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들이 비판하자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세계에서 경제제재를 가장 많이 하는 국가가 누구인지 떠올려보라"라고 반문했다. 미국은 북한, 이란  소위 '말을 듣지 않는 국가' 지속적인 경제제재를 해왔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을 비판하는 미국이 전형적인 내로남불로 보일 것이다.


미국은 친미 독재 국가를 지지하는가 아니면 반대하는가. 민주의 가치를 따지자면 당연히 반대해야겠지만 역사 속에서 미국이 친미 독재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많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패권국가의 판단 기준은 공정하지 않다. 아직까지 세계질서는 힘의 논리에 근거한다. 패권국가는 자주 패도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패권국가가 패도에 의지할수록 패권국 지도력의 정당성은 훼손된다. 패권국가가 왕도와 패도의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유이다.



앞으로 중국이 갈 길은


패도를 추구했던 항우는 유방에게 패했다. 국민당의 국민혁명군은 당초의 삼민주의 가치를 잃으며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에게 패했다. 패권국가는 잠시 패도의 길을 걷더라도 항상 패도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패도만으로 천하를 지배할 수 없다. 왕도의 정신이 필요하다. 앞으로 중국 공산당은 어떤 왕도의 길을 갈 것인가? 



참조 링크

 : 중국이 보여야 할 ‘왕도의 행보’

 : 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겨눈 美 여론조사 “전 세계 반중감정 역대 최고”

 : 习近平塑造中国“可爱”形象讲话的政治解读

 :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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