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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Dec 31. 2020

새해라는 거짓말

지금이 소중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음을 깨닫는다.   

월요일이 되면 다시 한 주가 시작하는구나 생각하며 일터로 향한다.

매월 1일이 되면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아쉬워하며 다시 한 달을 시작한다.

12월 31일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어떻게 다시 한 해를 시작할지 계획을 세운다.


거짓말이다.


시간은 다시 시작되지 않는다. 영원이라는 한쪽 끝에서, 영원이라는 반대 편 끝으로 한 방향으로만 계속 흐를 뿐이다. 하루는 지구라는 팽이가 제자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일 뿐이고, 일 년은 지구가 태양에 묶여 한 바퀴 도는데 필요한 시간일 뿐이다.


우리는 다시 일 년이 시작된다고 우리를 속이고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갓난아이가 까꿍놀이 좋아하는 이유는 이 놀이를 통해 사라진 부모가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배우기 때문이다. 부모가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은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준다. 우리는 시간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낭비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것이 거짓말이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천진난만했던 아이 시절도, 소중했던 학창 시절도, 잘 나갔던 '왕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묵묵히 앞으로만 갈 뿐이다.  


그래서 지금이 소중하다. 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무의미한 것들에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주변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기보다는 미워하고 증오하는데 시가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자문해본다.


나이 일흔이 넘은 톨스토이가 말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다.

이보다 우리가 살아갈 방법을 더 잘 설명한 표현은 없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새해이다.

이 시간을 항상 기뻐하고, 감사해하여야 한다.


지금, 여기, 나와 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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