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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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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검 Dec 25. 2020

힘든 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생각하기


삶이 너무 힘들 때가 있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주변 사람들이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을 때

왠지 시간만 흘러가고 나는 제대로 이룬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말이다.


억울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잘못된 결과를 환경 탓, 주변 사람 탓, 상황 탓으로 돌리고 싶은 경우이다.


혼자만 낙오자가 된 느낌,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감정에 휩싸일 때면 자기 계발서가 말하는 ‘긍정 마인드’, 옛 성인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주문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도 이는 답이 아니다.

분노하고 좌절하여 원망하는 싶어도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갈등과 고민은 수천 년 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채근담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人情反复,世路崎岖。
行不去处,须知退一步之法;
行得去处,勿加让三分之功。
인정은 변하기 쉽고, 세상살이 험난하고 고생스럽기만 하다.
일이 순탄치 못할 때에는 반드시  걸음 물러나는 이치를 알아야 하고,
일이 거침없이 잘될 때에는 반드시 조금씩 양보하는 공덕을 더해야 한다.
事穷势蹙之人,当原其初心;功成行满之士,要观其末路。
일이 막히고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은 마땅히 본래 지녔던 마음을 돌이켜 보아야 하고,
공을 이루고 사업을 성취한 사람은 종국에 닥칠 어려움을 살펴야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한 걸음 조용히 물러나 초심, 즉 본래 지녔던 마음을 다시 돌이켜 보라 우리에게 말해 준다.


위대한 가르침은 상통한다. 성경에도 이런 말씀이 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장래 일을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정직하게 지으셨으나 
사람은 많은 꾀를  것이니라
전도서 7:14‭, ‬29


곤고한 날에는 힘을 내라고도, 위로를 받으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생각하라 말한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주변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상황과 환경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그 사람을 그렇게 싫어할 이유가 있었는지. 증오와 원망에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있었는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나는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않았는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등등 말이다.


감정을 키울 필요도 인위적으로 죽일 필요도 없다. 그저 찬찬히 생각하면 된다.

너무 용기를 내려고 힘을 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잠시 멈추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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