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하루하루 보물을 쌓아간다는 설렘으로

글쓰기, 정지우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by 책약국

글이 곧 삶이 되고, 삶이 곧 글이 된 사람


정지우 작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SNS에 짧지 않은 분량의 글을 거의 매일 써왔다고 한다. 글쓰기와 좀 더 친해지고 싶었기에, 작가가 그렇게 오랜 시간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던 원동력과 방법이 알고 싶어 그의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읽게 됐다.


제목만 보면 글쓰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가가 글쓰기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지녔는지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작가가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매일 써 온 만큼, 명확한 목표 아래 엄청난 독기로 극기 훈련하듯 글을 쓴 게 아닌가 싶었다. 책에도 글쓰기 훈련법이 단계별로 착착 제시된 것은 아닐지. 혹은 누가 봐도 어려운 그림을 ‘참 쉽죠’라는 멘트와 함께 그려내는 밥 아저씨처럼 ‘글쓰기 참 쉽죠’라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건 아닌지 여러모로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사랑 고백이 한가득 담겨 있는 러브레터였다. 문장마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뭘 그렇게 열심히 쓰냐’며 러브레터를 엿보다 같이 사랑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글쓰기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글쓰기란 행위가 참으로 찬란하게 느껴진다. 왜 여태 글 하나 제대로 안 쓰며 내 삶을 흘려보냈나 싶을 만큼.


정지우 작가는 글이 곧 삶이 되고, 삶이 곧 글이 된 사람이었다. 작가는 들이쉰 삶의 모든 순간을 글로 내뱉고 있었다. 가히 물아일체가 아닌 문(文)아일체라 할 만하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매일 보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 것처럼, 글은 작가의 마음에서 자연스레 넘쳐나는 것이었다.


작가는 책에서 ‘누군가에게 간절히 닿고 싶은 글은, 그런 마음으로 끊임없이 쏟아내면 어딘가에 닿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간절함이 담겼기에,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 누구에게나 가닿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고백을 통해 글쓰기가 삶에 있어 얼마나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면 자연스레 글쓰기에 마음이 동하리라. 이 책을 읽고 나면 몇 줄의 글귀라도 끄적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나만의 맥락으로 불분명했던 삶을 명료하게


누군가 왜 글을 쓰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일단 책을 읽다 내 취향의 문체를 발견하면 나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일곤 했다. 그렇다면 나는 단지 누군가의 외모에 반하듯 글쓰기에 빠진 걸까?


물론 그뿐만은 아니었다. 작가들만의 개성이 담긴 글투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시선과 사고가 탐났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시선과 이를 논리 정연하고 보기 좋게 정리해 내는 힘.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움과 이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 시선이 사실 가장 부럽고 갖고 싶은 것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세상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나만의 맥락을 잘 풀어내고 싶었다.


글쓰기란 곧 어떤 시선을 지녔는지와 다르지 않다. (…) 길가에 핀 꽃이 예쁘다, 아름답다, 알록달록하다,라고 기술하는 것은 시선을 담은 글쓰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꽃이 왜 그날, 그 순간, 그때의 나에게 아름답게 보였는지 ‘자신만의 맥락’을 쓸 필요가 있다. (…) 나의 맥락에 나타난 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그 글은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게 되며, 특별함과 고유함을 지니게 된다. 자신의 시선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순간에 대해 그 맥락을 스스로 짚어나가고 보듬어나가는 일이다._24~25


글은 실체 없던 나의 생각과 관점을 구체화하여 간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은 어딘가로 증발하지 않기에, 미숙하게 뱉어낸 생각과 마음도 틈틈이 들여다보며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왜 그런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 되짚고 이를 적절한 어휘로 다듬다 보면 불분명하던 삶의 느낌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매일 새로운 삶의 감각들을 주워 담아 나만의 관점을 벼려내며, 보다 또렷한 주관으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삶의 보물을 쌓아가는 글쓰기


지난 2년은 내게 있어 엄청난 한 해였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대학병원에 들러 발도장을 찍은 뒤 일터로 향하는 일이 빈번했다. 하물며 대학원 수업과 논문 준비까지 병행해야 했다.


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모든 일을 해나가는 게 참 용했다. 매일 대서사시 한 편은 뚝딱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대서사시가 될 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은 일이 된다는 것을. 글로 붙잡아 두지 못했던 순간들은 어느새 내 기억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을 회수하여 이 글쓰기의 공간으로 끌고 와야만 한다. (…) 남기지 않고 누리기만 한 삶은 허공의 연기처럼 흩어져 모두 사라질 것이다._220
글 쓰는 자아는 나라는 인간의 하루를, 삶의 재료 삼아서 글을 빚어낸다. (…) 지금 이 순간, 오늘 내가 보내는 나날들이 그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나라는 존재에 의해 응시되고, 그래서 기록되고, 그렇게 늘 내 삶을 한 번 더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느낀다는 것이 작은 보물들을 쌓아가는 느낌을 준다._41~42


책을 읽던 중 ‘남기지 않고 누리기만 한 삶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질 것’이라는 문장이 뼈아프게 와닿았다. 그런 면에서 매일의 삶을 글로 빚어내 보물처럼 쌓아가고 있다는 작가의 고백이 참 부러웠다. 나는 내 삶의 값진 순간들을 얼마나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걸까?


그래서 다짐하게 됐다. 앞으로는 내 삶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 빚어내 소중한 보물로 간직해 나가겠다고. 앞으로 누군가 글을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나는 지금 내 삶의 보물들을 모아가는 중이라 망설임 없이 답하겠다고 말이다.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글을 쓰며 사는 시대도 없었다. (…) 당장 의사소통부터 ‘문자’ 메시지로 하고, 이메일을 쓰거나 SNS에 무언가를 올릴 때도 ‘텍스트’가 필요하다. (…) 우리는 글쓰기라는 것이 이미 일상 깊이 들어왔고, 생각보다 ‘덜 심각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_293


작가는 우리가 이미 다양한 메신저와 SNS를 통해 하루에도 수없이 글을 쓰는 시대에 접어들었기에 글쓰기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토막글로 가공되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나 SNS로 전달된다. 이미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나의 삶을 담은 그 토막글들 안에서 나만이 가진 관점과 맥락을 찾아보기 좋게 다듬는 것일지 모른다. 토막글을 주제에 따라 분류하고, 모으고, 잇다 보면 그 자체로 나만의 고유한 서사가 완성되지 않을까?



책처방

1. 이 책이 필요할 때
- 삶에 있어 글쓰기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알고 싶을 때.
- 글쓰기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 영상의 시대에서도 글만이 지니는 힘이 궁금하다면.

2. 처방문
-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주저하지 말자. 우리는 일을 할 때 메일을 주고받으며 글로 소통하고, 각종 메신저와 SNS에도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물론 순간의 아이디어나 생각을 메모로 남겨두기도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러한 일상의 토막들과 생각 속에서 나만의 맥락을 찾아 하나의 잘 다듬어진 글로 엮어두는 것. 나만의 보물함에 일상의 토막들을 모아 값진 보물로 만들어보자.



글귀들

나는 글쓰기가 몸에 익은 습관 같은 것이고, 몸으로 삶을 살아내는 일이며, 몸이 머리를 이끌고 가는 일이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사실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비법, 글쓰기를 남다르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머리로’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매일 저녁 강변을 달리거나, 매일 밤 춤을 추는 일처럼, 글 쓰는 일도 일상의 어느 영역에 밀착되어, 몸이 하는 일이다._6~7
커피에 길들듯이 글쓰기에도 길들게 된다. 글을 쓰지 않으면 이 하루에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그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그것이 명확해진다. (…) 에스프레소 기계로 커피를 추출하듯, 마음에 쌓인 어떤 부분을 걸러내고, 드러내게 해주는 것이다._177
글쓰기에는 마음이나 영혼의 간절하고 진정한 욕망 같은 것이 나도 모르게 반영된다. 마치 감방에 갇힌 듯이 세상과 차단된 상황에서 타인들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원하며 쓴 글에는 실제로 어느 타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담긴다. 그 간절함이 누군가를 끌어당기고, 글을 읽게 하고, 답장을 쓰게 한다._214
작사∙작곡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평생 우리의 노래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작사∙작곡도 조금 가벼이 여길 수 있다면, 누구나 자기 노래 한 곡쯤은 지어 부를 수 있고, 그것이 삶의 중요한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 글쓰기 또한 다르지 않다._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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