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로스를 상상하는 일
반려묘 율무가 유선종양 전적출(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한 지 12일이 지났다. 아마 오늘내일쯤이면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 거다. 보통 검사한 고양이의 90~95%는 악성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율무는 6개의 유선종양이 발견되었다. 6개가 모두 악성이 아닐 경우를 수학식으로 나타내면 0.1을 6번 곱해야 한다. 그 값은 0.000001. 만 분의 일 퍼센트. 0.0001%. 어떤 표기법으로 나타내어도 얼마나 희미한 희망인지 잘 보인다. 심지어 6개가 모두 양성으로 판명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있어 악성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8월 27일, 율무의 젖 주변 멍울을 발견한 날부터 나는 마음을 천천히 내려놓고 있다. 미리 울어두고 미리 웃어두고도 있다. 영문을 모르고 아플 율무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율무 걱정에 웃을 수 없을 내 기쁜 순간을 미리라도 누리겠다는 욕심에서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말대로 율무를 처음부터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더 건강한 고양이를 데려왔더라면.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랬다면 내 삶에 개가 아닌 고양이가 침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 눈에 들어온 고양이가 하필 율무였기에 이 좁은 방에 다른 생을 들이기로 결심한 것이었기에. 율무를 반려묘로 고른 내 선택을 탓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이런 말들을 떠올리며 흔들거리는 내 눈빛을 율무가 알아차리진 않을까, 걱정이 될 때마다 나는 율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율무야 사랑해,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 그럴 수 있지?”라고 묻고 율무는 “야옹-”하고 대답을 한다. 어쩐지 미안한 울음소리로.
실험관찰 숙제라도 하듯 율무 사진을 자주 찍는다. 사람의 웃음과 고양이의 울음이 뒤섞인 동영상도 찍어둔다. 인스타그램 율무 계정에 율무와 나의 일기를 꼬박꼬박 쓴다. 무언가 이미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게시물 업로드를 안 하는 며칠이 지나면 냥스타그램 친구 집사가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내준다. “아 다들 걱정하고 계시겠군요. 율무 잘 지내요. 곧 사진 올릴게요!”하고 화면에 내보이지도 않을 내 얼굴에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세상의 집사들이여, 내 고양이는 잘 지내고 있다.” 따위의 유괴범이 된 느낌도 들어서, 다른 집사님들을 더욱 안심시킬 수 있도록 고양이 전용 필터를 씌울 때도 있다. 여러분. 율무 잘 지냅니다!!
잃어도 영원히 잊지는 못할
나의 심보 고약한 고양이, 율무에게.
우리 율무. 너의 묘생이 나의 생보다는 더 따뜻하고 빛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길에 버려졌다가도 네가 스스로 알아본 귀인께 먼저 다가가 보살핌을 받으며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고 기른 너잖아. 새끼들에게 무어든 양보하던 네가 나랑 있는 동안엔 승질도 어리광도 부리는 걸 보면, 내가 네게 꽤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네가 있어서 그 힘든 몇 달을 무사히 살았으니까. 이제 우린 즐겁기만 하자. 재미있고 행복하게 무용한 시간을 함께 누리자. 그게 얼마가 되었든 나는 무력하게 슬퍼하고만 있진 않을 거야. 너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히 여기고 너랑 끝나지 않는 사냥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 거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율무. 우리 율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