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의 일이다. 우리 동생이 내가 사는 경기도 집에 나를 보러 왔다. 살피러 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가족 톡 방에 요즘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유독 버겁다고 말했고, 만나던 사람과 헤어졌다는 걸 알렸는데, 그 말에서 동생은 내 집에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동생이 내가 혼자 사는 집에 나를 만나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심 설렜다. 방학을 맞아 가족을 보러 마산에 가는 나의 시간보다 장사를 하는 동생이 부러 내는 시간은 더욱 귀한 것이었으니까.
마산에서 바로 내 집으로 오는 교통수단이 없어서 동생은 서울까지 찍고 다시 경기도로 오는 고행을 치렀다. 서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연락에 집안 곳곳을 동생의 시선으로 살피게 됐다. 집이 더러웠다. 동생이 나를 걱정할까 싶어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급히 청소를 했다. 평소 청소를 잘하지 않는 집사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걸레질을 하니 율무는 어리둥절하면서도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나는 누가 집에 와야만 청소를 하는 걸까, 자책을 하던 중 동생이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다.
내가 퇴근하는 버스정류장에 동생이 내리니까 신기했다. 동생의 손을 잡고 여행 가이드처럼 집 근처에 내가 자주 가는 장소들을 가리키며 소개해주었다. 워낙 동생의 리액션이 좋아서 설명할 맛이 났다. 서울 근교 신도시의 특징 없는 조경을 보고는 “여기 살만하네!“라고 연신 감탄을 하는 동생을 보며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내 모습도 떠올랐다. 서울 사람들은 별로라고 여기는 신도시의 풍경을 그저 화려하게만 느끼는 우리는 촌사람임에 틀림없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나저나 율무가 동생을 어떻게 반길지 궁금했다. 동생에게는 반려견 라떼의 냄새가 나니까 분명 경계할 것이라는 게 내 예상이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율무는 동생을 보자마자 배를 보이고 얼굴을 비비며 자기 냄새를 묻혔다. 율무는 쉽지 않은 고양이인데.. 처음에 나를 만났을 때보다 더 반갑게 동생에게 다가가는 것 같아 안도를 넘어 질투까지 났다. 동생은 내 집에서 율무가 동생의 냄새를 미리 맡았을 거라고, 그래서 자신을 이미 냄새로 알고 있었던 거 같다고 했다.(그래도 그렇지. 나 처음 봤을 땐 안 그랬잖아, 율무야. 집사 서운해.)
“율~무~야~~” 개를 대하는 방식으로 고양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다가가는 동생의 행동이 웃겼다. 분명히 고양이라면 싫어해야 하는 행동임에 틀림없는데 율무는 동생의 냄새를 맡고 그저 방바닥에 뒹굴거리면서 동생의 인사에 “야옹” 대답하기도 했다. 순간 너무 시기하는 마음이 올라서 잠시 집 앞 복도에 나가있을 뻔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이렇게 쉽게 마음을 주는 고양이였구나, 속상해할 때쯤 율무가 내 옆을 스윽 지나갔다. 이 와중에 율무는 인기관리를 위해 팬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리스펙.
동생과 내가 떨어져 산 건 10년쯤 되었다. 떨어져 사는데도 우리는 비슷한 냄새가 나나보다. 동생이 벗어둔 청바지의 냄새를 맡고 황홀경에 빠진 율무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어쩌면 그때 내 표정도 율무의 것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동생에게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 엄마가 괜히 떠올라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젠 율무에게서도 내 냄새가, 나에게선 율무 냄새가 날 거다. 마산으로 돌아간 동생에게서 라떼는 내가 율무와 함께 산다는 소식을 냄새로 접했으려나. 이럴 때는 냄새만으로 대상을 자세히 그려낼 수 있는 개, 고양잇과의 동물들이 부럽다.
보고 싶은 이들을 냄새만으로 그려내어 만나고 싶은 밤들이 있어서였을까.
서로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서 같은 냄새가 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