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요조 님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북토크를 다녀와서

by bookphoto

하늘도 파랗고 날씨도 쾌청한 어느 토요일 오후,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북토크를 다녀왔다. 북토크를 신청할 때의 나는 무엇이든 다 해낼 것만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북토크에 가야 하는 당일 오전엔 왜 발이 안 떨어지는지. 이렇게 고등어 뒤집듯 마음이 바뀌는 건 비단 북토크에 한정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중력을 이기고 발걸음을 떼어 저자의 목소리가 있는 북토크에 무사히, 꽤 만족스럽게 다녀왔다. 어쩌면 내 불안을 풀 열쇠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한밤 중, 잠을 자다가도 진짜 편안한 잠에 이르러 무의식의 세계로 가려고 하면 온 몸을 부르르 떨고 마는, 뿌리 깊은 불안의 실마리를 말이다.


요조 님은 본인의 실패를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셨다. 뮤지션으로서의 실패, 작가로서의 실패, 무사책방 주인으로서의 실패, 그리고 인간 신수진(요조 님의 본명)으로서의 실패들로. 나는 이것을 내 삶에도 끌어와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와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동네 가수로서의 실패

그랬다. 나는 한때 동네 가수였다. 동네에서 노래를 부르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치킨 사 먹으라며 5만 원권을 기타 가방에 넣어주셨고. 동네 음악 앨범을 제작할 때면 내 노래도 녹음해서 넣자고 동네 청년들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버스킹을 할 때면 지나가는 동네 학생들이 “누나 예뻐요. 우! 우! 우!”라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기도 했던 나의 빛나는 20대 후반. 거기에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기타 치고 노래하던 내가 있었다. 그러던 동네 가수로서의 시간을 왜 그만두게 되었는가. 왜 30대의 나는 더 이상 기타를 치지 않고 노래하지 않게 되었나. 아마 그건 20대의 나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었고, 지금 부른다면 오히려 빛이 바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름답게 바뀌기를 바라고, 또 바뀌게 될 것을 굳게 믿었기에 유독 반짝였던 나의 노래는 이제 기억 속에만 있다. 뾰족한 만큼 부딪치고 부딪치는 20대를 보내며 나는 어느새 조금 둥글어졌다. 반짝일 수 있는 만큼의 뾰족함이 마모되었다. 글로 쓰기엔 너무나 뾰족했기에 노래를 불렀던 것이 나의 20대라면, 이제 글로 써도 충분히 둥글어졌기에 30대엔 노래가 필요 없어진 거라고. 동네 가수로서 실패하면서 나는 작가가 되었다. 가수에 실패해서 작가가 되는 것에 성공도 한 셈이다.


2. 초등교사로서의 실패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평소엔 굼벵이처럼 굼뜨다가도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도 봐야 하고, 그 끝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을 고치려고도 해봤지만 여전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초등교사로서 실패를 했다는 부분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거다. 신규 땐, 스스로에게 정한 엄격한 기준을 학생들에게도 적용했다. 완벽한 학생을 만드는 것이 초등교사의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난 학생들에게 수시로 평가를 치르게 하고 이를 그래프로 수치화하여 학부모에게 결과를 주기적으로 제공했다.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다.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의 표정을 마주했다. 웃음을 잘 짓지 않는 내 표정과 닮아버린 학생들의 표정을 보고는. 나는 실패를 마음먹었다. 내가 믿고 있던 나의 ‘일’을 내려놓기로 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무사히 와서 잘 머물다만 가도 되는 거라고. 그렇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성공하는 일을 해보기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수업을 계획하고 학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학생들이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초등교사의 일. 그 답은 학생들에게 있었다. 실패해보니 또 다른 실패도 두렵지 않았다. 요즘은 매일매일 실패할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다. 11년 차 교직생활 중 올해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친절한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었다.


딸로서의 실패, 인간 안화용으로서의 실패도 적고 싶은데. 아직 무엇을 어떻게 실패했는지 정확하게 진맥 할 수가 없어서,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실패를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봤자 실패는 실패에 불과하다. 용기를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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