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부비프글방 마지막 주에 주어진 글감
편의점에서 라면과 함께 마시려고 산 맥주였다.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는 걸 시도조차 해본 적 없던 나는, 매장 안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래서 편의점 바깥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던 거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대자 맥주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 냉장고에 넣어뒀다. 오늘따라 ‘교촌치킨 레드’가 당겨서 함께 곁들여 마시려고 꺼낸 맥주. 냉장고에 넣어뒀는데도 미지근한 냉기에 술맛이 안 났지만, 들이켰다. 그리고 외로워졌다.
외로움. 지난주 부비프글방에서 받은 글감이다. 글을 쓰려고 잠시 시간 나는 틈마다 꺼내어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곱씹었다. 난 언제 외롭나. 외로움 따위, 생각해봤자 사는 데에 필요 없는 성가신 감정이라고. 다시 마음속에 구겨 넣기 바빴던 한 주였다. 맥주를 꿀꺽꿀꺽 삼키다 보니 외로움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술에 달큰하게 취했는데, 나 혼자 취해 있는 것 같고 세상은 맨 정신이라고 느껴질 때 난 외로운 것 같다. 온갖 외로운 상념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지만 나도 안다. 이 취기가 가시고 나면 외로움도 언제 있었냐는 듯 깔끔하게 사라질 거라는 걸. 그래서 난 외로워질 것만 같을 때에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왠지 외롭고 싶었다. 술을 안 마셔도 외로운 마음이 드는 날이었기에.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순 없다. 나도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맘에 들든 말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내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돌직구를 날려버린다. 그렇게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상태로 둔다. 나도 ‘네’가 싫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꽤나 좋아했던 사람이 나를 다시 맘에 들어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건 어쩌면 나를 한동안은 싫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에 대한 반증도 되는 것이기에. 이윽고 다시 나를 싫어하게 만들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는 마음이라면 내가 안절부절못하게 되어 매달리게 될지도. 난 내가 연약해지는 게 싫다. 사람에 좌지우지되는 건 더더욱 싫다. 그러니까 그 사람을 싫어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오늘은 외로웠다. 외로운데도 맥주 한 캔을 다 마셨다. 외롭지 않을 때만 맥주를 마시는 편이지만.
외롭지 않으려고 글을 쓴다. 아니 그럼에도 이 외로운 상태를 기록하려고 글을 쓴다, 가 맞겠다. 지난 글방에서 부비프 사장님께 그런 말을 들었다.
“말로 하면 날아가버릴까 봐 글로 쓴다니. 이제 제 안에서 ‘화용‘님은 선생님보다 작가로서의 ‘안화용’이 더 크게 느껴져요.“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다른 사람들보다 작아지는 이 순간마저 내겐 글감이다. 나는 외로워지더라도 그게 글감이 된다면, 그 감정을 증폭시키려 맥주를 마시는 작가가 되었나 보다.
이걸 어쩌면 좋지. 글만 쓰면 더 외로워지려나, 싶은 마음에 오늘은 오랜만에 기타를 꺼내 튜닝을 했다. 검정치마의 ‘Love shine’을 불렀다. 그렇게 외로운 일요일을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