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이경근 편①, ②도 있어요!
열다섯 번째. 그렇다면 전자책도 입체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게 잘 안 돼요. 아마 제 생각엔 그게 전자책의 문제라기보다는 제가 아직 전자책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영 간사님하고 이야기하면서 나도 전자책을 읽는데도, 영 간사님이 하는 방식은 하나도 모르는구나 했어요. 전자책의 여러 활용 방법이 있는데 전 하나도 모르는 거예요. 익숙하지 않은 거죠. 저는 글자 키우기도 아직 잘 못해요. 글자를 키우려고 했는데 밝기가 밝아지고. 어우, 짜증나. 모르겠다 이러고 있는데. 영 간사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밑줄을 긋고 밑줄 그은 것을 어디 한군데로 모으고 그런데요. 전 그런 거 하나도 몰라요. 그리고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들을 때마다 탁, 탁하지를 않아요. 그거 말고도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기능도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가지. 그걸 바로바로 습득하지는 않거든요. 그렇지만 오래 지나면 저도 많이 알게 되겠죠. 전자책을 활용하는 방법을. 근데 지금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책도 마찬가지죠. 초보 독서자들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요. 그래서 전자책 보듯이 한 장, 한 장, 넘기죠. 그리고 졸리면 거기다 딱 접어놓고 그렇게 1년 동안 읽고. 이러는데요. 책에 익숙한 사람들은 책을 자기 마음대로 갖고 논단 말이에요.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제가 아직 전자책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죠. 익숙해지면 전자책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열여섯 번째. 혼자 읽기가 안 되는 분들이 함께 읽기를 했을 때,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줄 알았어요. 책을 안 읽고 오는 경우가 있어요, 독서모임에. 저는 안 읽고 와도 된다고 말해요. 토론을 하고 나서 이 책 진짜 재밌겠다 하고 나중에 읽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잘 없더라고요. 토론을 하고 나면 이제 알았네, 그 책에 대해서. 이렇게 하지 다시 읽어봐야겠다 하지 않더라고요. 토론이 독서로 이끄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토론이 중요한 건 그래도 책이 매개가 되어 읽은 사람이 옆에 있고 여러 사람이 듣고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게 사회적 독서가 돼요. 예를 들어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지 않아도 그걸 읽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사회적으로 좋아지는 거지요. 독서토론은 그런 좋은 기능이 있는 것 같아요.
열일곱 번째. 좋은 기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제가 페미니즘 도서를 읽지 않는 사람인데, 페미니즘을 읽는 사람의 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뭐가 좋아지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이 사회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이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주 떠든다는 건 그것 때문에 힘들었던 사회적 약자의 권리에 대해서 사람들이 신경 쓰게 된다는 거죠. 민주주의 사회잖아요. 유권자들이 모든 권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거라서. 그런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함부로 억압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게 되고, 선거를 하게 될 때도 차별하는 사람을 뽑지 않고. 아무래도 인권을 좀 더 존중하는 사람을 뽑게 되고. 그래서 제 운동은 사회적 독서운동이에요. 개인적으로 깊어지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이것이 더 퍼져나가는 것. 이런 의미가 제겐 더 커요.
열여덟 번째. 사회적 독서를 한다는 건 모임을 만든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책이 책 속에 있지 않고 말로 회자되고 이 말이 다른 사람한테 가고 이런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열아홉 번째. 그러면 토론이라는 게 책을 통한 토론의 질이 다르다고 사람들이 그러는데요. 요즘은 좋은 영상들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이건 제 의견 같은데요. 그럼에도 책을 통한 대화가 왜 더 좋을까요?
더 좋다고 하긴 어려운 것 같고요. 저는 책하고 영상이 서로를 강화시켜주는 것 같아요. 유튜버가 콘텐츠를 만들려면 책을 읽어야 해요. 책을 읽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기란 어려워요. 왜냐하면 여태까지 인류가 만든 콘텐츠들은 다 책에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여기서 나온 지식을 재구성해서 영상으로 만들어내지요. 예를 들어서 어떤 식물 유튜버가 있다, 요리 유튜버가 있다, 그러면 책 더하기 경험인 것 같아요. 그거를 유튜브 영상으로 풀어내고 있는 거지요. 집밥 백종원 선생도 요리를 보여주면서 영상을 하지만 이 사람은 요리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을 거예요. 그것과 자신의 경험을 엮어서 방송하는 거고 유튜브도 퍼블리싱 하는 거잖아요. 자신을 공표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을 하려면 뭘 알아야 하는 거죠. 그냥 할 수 없는 거죠. 그러지 않은 유튜브도 있네요. 먹방 같은 거는 그냥 먹어도 되는 거겠지만.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제 생각에 읽고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읽은 사람들은 콘텐츠를 만들기도 보기도 좋은 것 같아요. 미디어 리터러시, 매체 문해력이 있는 거죠. 보면서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서로 강화시켜주는 느낌이 들어요. 책이 중요한 이유는 옛날 콘텐츠들이 책이었기 때문이에요. 지금 나온 콘텐츠들은 다 옛날 콘텐츠들을 재구성하는 거지. 그냥 완전 새로 나올 수는 없는 거죠. 책을 많이 읽고 만들어낸 콘텐츠가 훨씬 유리해요. 안 읽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보다 더 안전한 것 같아요.
스물 번째. 책 또한 시간 평등에서 우위를 점해서 그런 건가요.
우위라기보다는 선점. 먼저 있는 거죠. 그 전에 동굴벽화도 있고 점토판도 있고 옛날에는 구술문학도 있고 했지만 책은 지식을 누적시켰죠.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거죠. 앞으로 먼 미래에는 모르죠, 어떻게 될 지. 영상의 역사도 책의 역사만큼 길어지면요. 책의 역사는 5천년이에요. 서기 2만년 쯤 됐다 그러면 영상 콘텐츠들이 엄청나겠죠. 영상도 굉장히 중요한 매체가 되겠죠.
스물한 번째. 함께 읽기로 다시 돌아와서요. 함께 읽기가 뭘까요? 근데. 되게 많이 이야기를 했지만. 독서동아리가 될 수도 있고 책모임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독서와 다른 개념으로 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함께 읽기가 저한테 중요한 영향을 주었어요. 제가 혼자 읽을 때, 엄청 깨닫고 소름 돋고 그랬단 말이에요. 와, 이런 거였구나. 나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혹은 아 나 정말 바보 같이 생각했구나. 혹은 나 정말 위험할 뻔했다. 나 범죄적일 수 있었다, 야만적일 수도 있었다. 이런 안도감이 들 때도 되게 많았단 말이죠. 그랬는데 토론을 해보면 그런 안도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줄 때가 많아요. 나는 이것이 너무 큰 깨달음이라고 말하는데, 저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게 아니고요. 하면서 반론을 제기할 때, 야, 혼자 읽는 거 정말 위험하다, 나는 이게 완벽한 깨달음인 줄 알았는데. 토론을 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이야기하고. 개인의 역사가 다르다는 게,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특히 책사가지에서 그런 걸 되게 많이 느껴요. 저한테 반론을 제기할 때, 혹은 다른 방향으로 다른 관점으로 보라고 저한테 제안할 때, 되게 놀라요. 살아있는 사람하고 책을 매개로 이야기 하는 것, 저한테는 되게 중요했어요.
스물두 번째. 함께 읽기를 실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나를 위해서 해라. 남을 위해서 하지 말고. 우리 독서운동가들이 겪는 어려움이 그거거든요. 남을 위해서 뭔가 하려고 하니까 자꾸 선동하는 사람 되고 계몽하는 사람 되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가르침 받는 대상이 돼서 재미없어지고 기분 나빠지고 이 문제가 제일 큰 것 같아요. 나를 위해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간사님처럼 지금 독서동아리 담당 간사면서 이런 식의 일을 벌려내는 것, 나를 위해서 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거든요. 그 카드뉴스에서. 내가 동아리가 뭔지 모르겠고 의미가 뭔지 모르겠는데 내가 담당 간사인데 이걸 어쩌란 말인가 이런 게 느껴졌어요. 나를 위해서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인터뷰를 이경근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서영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야. 그럴 때, 요청 받은 사람도 마음이 편하고 자기도 자기를 위해서 하는데 나도 나를 위해서 편하게 말하자.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남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바꾸려고 하는 것. 그런 게 서로를 편안하게 해주고 이 사회를 좋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동아리, 자기가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길잡이나 독서운동가 모두 나 자신을 위해서 했으면 좋겠고요. 나를 위해서 한다는 게 뭐냐면 솔직하게 하는 거죠. 솔직하게 접근하는 것. 간사님처럼. 서영주처럼 솔직해라.
스물세 번째. 고맙습니다. 오늘 인터뷰 어떠셨어요?
재밌었어요. 저도 오랜만에 간사님이랑 이런 이야기를 해 보네요. 간사님은 담배를 안 피우니까. 제가 사실 담배꾼들하고는 이런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하거든요. 나를 다시 한 번 의심해보고 점검해보고. 이러지 않나 저러지 않나. 우리 동아리, 책사가지 재미없는 거 아니야. 이런 이야기 굉장히 많이 하는데. 담배 안 피우는 사람들하고는 이야기 나눌 자리가 잘 안 생기네요. 밥 먹으면서도 그런 이야기보다는 드라마 이야기를 하게 되고. 왜 그럴까?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간사님한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스물네 번째. 고맙습니다. 제가 이경근 이사님의 ‘함께 읽기’는 들었지만 어디선가 또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한 명 추천하면요? 제가 다음 인터뷰자를 또 찾아야 하거든요.
제가 봤을 때, 딱 솔직하면서도 탁 마음이 맞구나. 한 것이 서현숙 선생님이었어요. 서현숙 선생님이 독서운동도 굉장히 성공하셨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적인 운동이 부럽고 저렇게 따라 하고 싶겠지만 서현숙 선생님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게 중요한 사람이에요. 뭐를 하면 재미있을까 궁리하다 보니 성공한 거지요. 서현숙 선생님이 동아리나 함께 읽기 이야기를 할 때, 참 안 불편해요. 다른 분들은 가끔 불편한데, 어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고 하는 그 고민이 보여서 왜 저렇게까지 성공하고 싶을까 싶을 때가 있거든요. 서현숙 선생님은 근데 너무 많이 추천되어서. 하여간에 저는 서현숙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서동민 간사님도 추천하고 싶어요. 서동민 간사님은 되게 예리해요. 뭐라고 할까요. 디테일한 예민함이 있어요. 되게 솔직하고. 그리고 우리가 솔직해지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지 않은 게 아니고 내가 나를 잘 몰라서 그러는 때가 되게 많잖아요. 그걸 잘 끄집어내줘요. 그래서 서동민 간사님하고 이야기 하다 보면 내가 나에 대해서 자꾸 질문하게 돼요. 내가 진짜 좋아서 이러는 걸까? 나도 모르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좋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추천해 드려요.
혼자서만 말한 것 같다며, 다시 인터뷰하자고 하는 경근 님이 대단했다. 1시간을 이야기했는데도 ‘함께 읽기’에 대해 계속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늘 느끼는 거지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책만 읽어서는 가질 수 없는 그 힘. 그 힘을 생각하며 서현숙 선생님과 서동민 간사님에 대하여 생각해봤다. 풍문에 의하면 두 사람 다 만만치 않은 고수들이다. 누가 더 좋다기보다는 외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의 저자 서현숙 선생님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도 있었다. 진짜로 독서동아리 100개를 만들었나요?
글 ㅣ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