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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Feb 17. 2021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서현숙 편①

이경근 님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자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공동 저자 서현숙 님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 바로 옆 강의실로 왔다. 일터에서 오가며 얼굴만 마주쳤을 뿐. 이렇게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애매한 사이가 더욱 긴장을 유발하는 법. 현숙 님에게 긴장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니 본인도 같은 마음이라고 답해주었다. 한바탕 시원하게 웃고는 인터뷰를 시작했다. 




ⓒ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공동 저자 - 왼쪽 서현숙, 오른쪽 허보영






첫 번째.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아니, 진짜 예상 질문 하나도 주지 않고 이렇게 시작하는 거예요?



네, 생생한 대담을 위해 예상 질문 없이 진행합니다.




하하하. 네. 제가 하는 일은 국어 교사입니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요.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자율 연수 휴직이라서 판판이 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작년에 나온 책으로 현숙 님을 많이들 아실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랬는데요. 단순히 책 제목을 놓고 봤을 때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독서동아리 100개를 만들었단 말이야? 라고요.




네. 2017년에 정말로 100개가 되었어요. 허보영 선생님과 저는 아쉬워했어요. 그 해 ‘프로듀스101’이라는 프로그램이 유행이었을 때였거든요. 100개가 되었을 때, 아유. 1개만 더 있었으면 워너원(101)이었을 텐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요.








세 번째. 100개가 정식으로 등록한 숫자인 거죠?




네, 그렇죠. 교사 독서동아리가 하나 있어요. 그것까지 합해서 100개였어요.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업무부서로 독서교육부가 있고, 학년별 독서 교육 담당자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100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 따로 학교도서관을 관리하는 분이 있었어요. 만약에 그런 밑바탕이 되어있지 않았다면, 독서동아리 100개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네 번째. 어떻게 홍천여고에서 시작하게 된 것인지 궁금했어요. 어떤 밑바탕이 있었던 건가요?




2015년에 허보영 선생님과 제가 홍천여고에 발령받아 갔더니, 독서 교육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어요. 백지였는데, 저는 그게 더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누군가 이미 판을 짜놨다면 이를 어느 정도 따라야 하잖아요. 그나마 있는 판도 밀고 새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났어요.


둘이 미친 듯이 했던 것 같아요. 학교 출근 시간이 8시까지였거든요. 아침 8시 10분 학급 조회를 하고 8시 20분에 1교시를 시작했어요. 이렇게 일과를 시작하려면 적어도 7시 50분까지는 학교에 가야 하거든요. 이러한 상황인데도 1년 동안 허보영 선생님과 저는 밤 9시? 10시? 이전에 퇴근해 본 적이 없었어요. 퇴근할 때, “집에 가서 잠깐 자고 올게.”인사하는 삶이었던 거죠.


새로 판을 벌이면서 제가 생각한 것이 있었어요. 책 안 읽고 참여할 수 있는 독서 행사하지 말자. 대신 독서 수업이나 독서 프로그램을 ‘함께 읽고, 비경쟁 독서 토론하기’, 하나로 꿰어보자.


둘이서 미친 듯이 하니까. 그 다음 해에 도서관 옆에 작은 사무실을 교무실로 줬어요. 거기 가서 한 번 실컷 해보라는 뜻으로 준 것 같아요. 저는 계속해서 독서 교육 담당자였고 허보영 선생님은 다른 가벼운 업무들을 하면서, 독서교육을 같이 했어요. 독서교육부라는 부서는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교장, 교감 선생님에게 요구했습니다. “독서교육부를 만들어주세요.”








다섯 번째. 그렇게 해서 학년별로 구분해서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건가요?




우리가 속한 부서는 ‘인문사회부’였거든요. 역할이 크지 않은 부서였어요. 그래서 ‘독서교육부’라고 아예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 더구나 학교에서 독서 교육은 업무잖아요. 업무이다보니, 부서의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 일하기가 훨씬 좋거든요. 선생님들도 훨씬 공식적인 업무로 받아들이지요. 만약 업무부서가 아니라면 독서교육은 한 교사의 개인적인 열정이 되어버리는 거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부서를 가지고 체계를 갖추고 사업계획을 만들어서 1년 동안 추진을 한다면? 이는 학교의 공식적인 사업이 되는 거에요. 그래서 요구했어요. 다음 해에 독서교육부가 생겼어요. 교사를 한 명 더 충원해주고. 도서관을 관리하는 선생님도 오셨어요. 이렇게 4인으로 독서교육부 체제로 출발하게 된 거죠.








여섯 번째. 이렇게까지 독서 교육에 초점을 맞추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아이들과 어떤 의미를 두고 책을 읽기 시작한 된 것은 2003년 즈음이었어요. 홍천 지역에서 훌륭한 분들을 만났어요. 독서 교육, 학교도서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었어요. 그분들하고 독서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살아오면서, 정식으로 독서 모임을 한 것이 처음이었어요. 가슴 설레는 일을 만나게 된 거예요. 직업을 떠나서, 이건 진짜 너무 좋다. 가슴 설렌다. 그래서 이 좋은 것을 아이들하고 해봐야지.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그때는 딱 한 팀을 만들었어요. 5~6명.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엘리트 독서동아리’였죠.


수업 시간에 내가 독서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는 쉬운 책 안 읽을 거야. 매번 요약해야 하고 감상문도 써야 해. 끝까지 할 사람만 신청해봐. 이러니까 진짜 공부 잘하고 똘똘하고 저하고 친분 있는 학생들만 신청했어요. 완전히 어벤져스 팀이었어요.


그 동아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책만 읽었어요. 고1부터 시작했는데 홍세화 선생님 책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사회학개론 이런 책들을 읽었어요. 책을 읽고 요약을 해야 하고, 감상문을 써야 하고, 발표를 해야 하니까. 어려워서 읽지 못했다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아이들이었죠. 한 아이의 이야기가 생각나요. 이 책이 너무 어려워서 세 번을 읽었다고요. 이런 애들하고 했어요.


그 다음 학교에서도 엘리트 독서동아리를 했어요. 우리가 읽는 책을 못 따라오는 아이가 있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저 녀석은 스스로 그만두겠지.’ 할 정도로 ‘나쁜’ 모임이었죠. 애들도 그런 저의 지적인 만족감을 채워줬고요.


2012년. 강원생활과학고등학교라는 특성화고등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독서동아리를 꾸렸어요. 애들한테 이야기했죠. 그랬더니 4~5명이 모이기는 했는데, 이게 전처럼 안 되는 거예요. 제가 기대하는 수준의 책을 읽지 못하고. 그리고 아이들이 자격증 시험을 보거든요. 자격증 시험 준비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나 모임의 일정 같은 것들을 맞추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곧 해산. 흐지부지되었어요.


이때 저는 속으로 역시 인문계고등학교로 가야 이런 독서 모임도 되겠구나,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독서 모임이 어렵구나. 여기 있다가 다른 학교에 가서 독서 교육을 열심히 해야지 이런 나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글 ㅣ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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