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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Feb 17. 2021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서현숙 편②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서현숙 편①도 있어요! 






일곱 번째. 아까 말했던 선생님들이신가요?




다른 선생님이에요. 백화현 선생님이요. 그날이 영화처럼 떠올라요. 초여름이었어요. 춘천에 한림대학교가 있거든요. 거기서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 연수가 열렸어요. 강좌가 몇 개 열렸는데. 백화현 선생님이 학교에서 여러 개의 자율 독서동아리 운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도끼로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왜 내 옆구리에 5~6명 정도 끼고 지도하는 독서동아리에 만족했을까. 싶더라고요. 나는 왜 저 생각을 못 했을까. 싶더라고요.


교실에 가서 아이들에게 엄청 약을 팔았습니다. 독서 모임하면 이런 게 좋고, 할 때마다 사탕도 줄 거야. 선생님하고 친해질 수 있다. 그래서 2014년도 즈음에 독서동아리가 7~8팀은 있었어요. 그런데 한 학년 3학급, 학급당 정원 25명이거든요. 제가 들어가는 학년에 7~8팀이면 3~40명. 비율로 따지면 제법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어요.


독서를 못하는 친구들일수록 친구들과 한 모둠으로 엮어주고, 함께 읽게 하면 좋아요.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도 친구들 말을 들으면서 책을 마저 읽었거든요. 끝까지 못 읽는 아이가 있어도 괜찮았어요. 나머지 친구들이 그 친구들에게 줄거리 설명을 해서라도 같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제 눈으로 많이 확인했어요. 굉장히 교육적이기도 했고요.


어차피 학교는 천차만별의 아이들이 모여요. 그 천차만별인 아이들을 어느 수준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그러한 취지에 또는 철학에 <함께 읽기>가 맞다는 것을 그때 안 거죠.








여덟 번째. 비경쟁독서토론을 주로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강원생활과학고등학교에 있을 때, 김해 인문학 읽기 대회에 참관을 하러 갔었어요. 강원도 교육청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했었거든요. 두 번째 날이었죠. ‘소통의 날’ 독서토론을 보니까 재밌을 것 같은 거예요. 비경쟁 독서 토론을 보고 학교로 돌아왔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일단 저질러 보는 면이 있어요. 작가 선생님을 못 모셔도 아이들끼리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1~2번을 했어요.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어요. 무지 즐기더라고요. 드레스코드로 양갈래 머리를 하고, 미용과 친구들이니 화장도 엄청 예쁘게 하고요. 파티처럼 즐겼어요.


그해가 그 학교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해였어요. 겨울에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독서토론카페를 하기로 했죠. 도서부 아이들이 운영진을 맡아서, 카페지기들을 먼저 불러 모아서 카페지기 잘하는 방법 교육도 하고. 저한테 ‘선생님, 진짜 카페처럼 해보면 좋겠어요.’ 하더라고요. 크리스마스 연말이니까 간식도 준비하고 음악도 틀고 드레스 코드(산타, 사슴 머리띠)를 맞추자는 거죠. 저한테는 뜬금없었죠. 아이들이 다이소에 가면 다 판대요. 그때 봤어요. 진지하지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요. 독서토론이 아이들에게 가면 파티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비경쟁독서토론 카페가 그렇게 해서 시작했어요.










아홉 번째. 비경쟁독서토론을 하려면 책 한 권을 미리 다 읽어 와야 하잖아요. 친구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독서 장면에 따라 어느 정도 결과물을 요구할 지, 수위가 달라야 해요. 어른인 우리도 그렇잖아요. 달리기를 예로 들어 볼게요. 하나는 달리기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취미 달리기이고, 또 하나는 1년에 한 번 가는 달리기 행사에요. 이 모든 행사에서 나에게 죽도록 달리라고 요구하면 진짜 너무 짜증이 날 것 같아요. 정석을 배우는 자리도 있고, 친구들과 즐기며 뛰는 자리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수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일단 수업시간에는 애들이 책을 다 읽어야 해요. 읽지 않을 수 없는 장치를 만드는 거예요. 책을 선정할 때, 책의 수준을 우리 학교 아이들 중에 7~80%가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정해요. 이게 우리들의 원칙이었어요. 애들이 책이 어려워서 못 읽겠다는 말은, 수업 시간에 드물게 나오는 말이었죠. 친구들 4~5명 정도 모여서 2주에서 3주 정도 우리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인상 깊은 구절 나누고 이를 또 쓰고. 이러니까 안 읽을래야 안 읽을 수가 없어요. 집에 가서 각자 읽어오라 하면 읽지 않는 아이들이 있겠지만. 읽는 과정의 50% 정도는 수업 시간에 이뤄지니까, 아예 안 읽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혼자 읽고 졸다가 대충 쓴 게 아니라 친구랑 얼굴 보고 난 몇 페이지까지 읽었어. 말해야 하니까. 난 무슨 문장이 좋았다고 이야기해야 하니까. 독서 토론하고 난 후 주제를 정하고 나면 말을 글로 바꾸는 숙제까지 해야 하니까. 대충 시늉만 낼 수는 없는 거에요. 이게 제대로 가르치는 방법 같아요. 더구나 다양한 스테이지를 갖고 있고, 스테이지마다 애들한테 요구하는 수위가 다 달랐다는 게 굉장히 좋았죠.








열 번째. 수위가 달랐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요구하고 기대하는 수준이 각기 다 다른 것이요. 수업 시간에는 제대로 배워요. 독서 토론 수업을 하려면 처음엔 혼자 책 읽고, 혼자 글 쓰고, 토론 주제 4개가 정해지면 주제 4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또 글로 쓰고, 토론할 때는 녹음를 한 다음에 이를 풀어서 글로 다듬어내는 일까지 하니까. 사실은 빡센거죠.


독서동아리는 그렇게까지 요구하지 않았어요. 일지에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인상 깊은 거 무엇인지, 간단히 정리해서 쓰면 됐거든요. 독서 동아리에 대해서는 글을 내라고 하거나 보고서를 내라고 한다거나 그런 게 없었어요. 그러니까 애들이 즐길 수 있었던 거고요.


만약에 독서 토론 수업이 없었다면 독서동아리를 하는 게 못 미더웠겠죠. 독서동아리도 글을 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얼렁뚱땅 선생님 속이고 하지 않을까 했겠지만 수업에서 제대로 가르친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학생들도 수업에서 그렇게 배웠더니, 독서동아리에서도 배운 것을 활용해서 하더라고요.


독서토론 카페는 파티처럼 즐기는 자리지만 엄격한 게 있었어요. 사전에 주제도서를 발표해요. 이에 앞서 도서관에 복본을 준비했어요. 애들이 책 없어서 못 읽겠다는 이런 이야기는 절대 못 하게요. 지역이 농촌인데, 엄마가 밭에서 일하시다가 그때그때 책을 구입해 줄 수 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았어요. 아무튼 책 읽고 한 편의 글을 써서 제출해야 신청이 됐어요. 이렇게 해야 독서토론카페에 올 수 있어요. 이러한 원칙을 꼭 지켰어요.


작가와의 만남을 할 때도 미리 책을 읽고 글을 써서 내야 했어요. 당일 날 이런 애들이 있어요. 선생님 저는 연락을 너무 늦게 받아서 책도 못 읽고 글도 못 썼는데, 뒤에서 듣기만 하면 안 되나요. 저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 자신감? 몰인정함?이 뭐냐면 이러한 행사들을 1년에 한 번만 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1년에 한 번 했다면 마음이 약했겠죠. 한 번 할 때, 많은 애들을 불러 놓고 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만 작가와의 만남을 학교에서 1년에 10번 이상을 할 때는 달라요. 미안하지만 작가와의 만남은 원칙이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죠. 그 대신 한 달 뒤에 작가 초청이 있으니까 그때 책을 읽고 과제를 낸 후에 와서 참석하라고 말해요. 이렇게 장면 장면마다 달랐어요.








열한 번 째. 독서토론 수업이라는 교과가 따로 있었나요?




국어 시간에 독서 토론 수업을 했어요. 지금은 국어 교과서에 아예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단원이 있거든요. 선생님들이 책을 읽고 활동하는 게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홍천여고 때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시행하기 전이었어요.


학년마다 다른 특징이 있어서 협력이 필요했어요. 1학년은 국어가 4~5시간이고, 2학년은 문학, 독서, 문법이 문과와 이과별로 시수가 달랐고요. 3학년이 되면 갑자기 국어 시간이 확 늘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협력을 잘해주셨어요. 귀찮은 일일 수도 있는데요. 2학년의 경우, 한 과목에서 주제통합독서토론을 하기에 버거웠어요. 시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거죠. 주제 통합 독서 토론하면서 ‘문학 분야 독서와 독서토론’은 <문학> 시간에 하고 이것으로 수행평가를 하고. ‘비문학 쪽 부분의 독서와 독서토론’은 <독서와 문법> 시간의 선생님이 해줬어요. 서로 호흡을 맞췄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열두 번째.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독서동아리를 운영한 것 같아요. 그러면 책이 모두 달랐을 텐데, 이때 책 선정은 어떻게 도와주셨나요.




독서동아리에게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강제한 적은 없었어요. 해마다 차이가 있었어요. 첫해, 2015년에 갔더니 학교에 독서토론을 할 수 있는 복본이 없는 거예요. 독서동아리를 하려면 5~6권의 복본이 있어야 하잖아요. 첫 해에는 새로 발간되는 다양한 책을 사기보다 독서 토론을 하기 위한 복본을 사는 것에 치중했어요. 그렇게 1년 동안 복본이 어느 정도 생겼어요.


사람은 뭐든 시작할 때 마음이 가장 뜨겁잖아요. 그래서 독서동아리 활동이 시작될 때, 아이들이 무슨 책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매일매일 품의요구를 할 정도였어요. 마치 처음 연애를 하는 사람처럼 상대방이 뭐 갖고 싶다고 하면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행정실에서 항의 전화가 올 정도였어요. 매일 품의하면 너무 헷갈린다고요. 모았다가 1주에 한 번만 해달라고 항의? 부탁?을 할 정도였어요. 2주 정도만 하면 이 ‘미친 품의 요구’는 끝이 나요. 왜냐면 일 년 전부터 복본을 준비해놓았기 때문이죠.


2년 차에는 5~6권의 복본이 하나의 신호가 될 때도 있어요. 딱 봐서 5권이 있잖아요. 아이들은 대체로 5권 있는 것 중에서 동아리 주제도서를 고르게 되어요. 이미 갖춰 놓은 복본이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언니’들의 활동이 들어가죠. 2학년 독서 토론 리더 언니들에게 역할을 줘요. 처음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기에 좋은 책을 추천하라고요. 포스트잇에 추천 내용을 쓰라고 했어요. 언니들이 고른 책과 추천의 편지를 넓은 책상에 전시했어요. 신입생들은 처음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전시를 보고 그곳에서 바로 가져갈 수 있게 했어요. 복본 전시를 한 거죠. 그래서 “이거 하고 싶어요.”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가져가서 대출할 수 있도록 했어요.








열세 번째. 아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중에 이 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적 충족이라고 하셨잖아요. 이번엔 그것을 아예 다 놓아버리셨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죠. 말씀드렸다시피 굉장히 수위가 다양했잖아요. 독서토론 카페에서 신청서를 낸 아이들 글을 읽다 보면 뛰어난 수준을 만날 때가 있어요. 독서동아리도 마찬가지죠. 선생님하고 함께 하는 <5人의 책 친구>도 스펙트럼이 다양해요.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애들이 읽기 어려운 책도 있어요. 해설 또는 주석을 단 책이기는 하지만요. 고미숙 선생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나 고병권 선생님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책들을 넣어요. 그러면 이 책을 읽고 <5人의 책 친구>를 함께 하는 아이들은 지적인 애들인 거예요.


스테이지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으면 교사는 자신만만해져요. 책을 덜 읽어도 섭섭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독서토론의 놀이판’을 고를 수 있어요. 선택의 범위가 넓으니까요. 애인이 여럿이면 한 애인이 선물을 덜 사줘도 전혀 섭섭하지 않아요. 다른 애인이 사주잖아요. 이 애인이 매일 짜장면만 먹어도 화가 안나요. 다른 애인을 만나서 두부찌개를 먹으면 되니까요.








열네 번째. 학생들하고 한 활동은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에 더 자세히 나와 있으니까, 개인 이야기로 넘어갈까 합니다. 책읽기를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이거 왜 좋아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책을 읽을 때 내가 ‘나’인 것 같아요. 책 읽기를 게을리할 때에는 내가 제대로 못 사는 것 같아요. 막 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책을 읽을 때는 내가 나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열다섯 번째. 백화현 선생님 강의가 함께 읽기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전에는 혼자 읽기를 하신 건가요?




그전에도 수업 시간에 함께 읽기를 했어요. 비경쟁독서토론은 아니었지만. 주제를 정해서 모둠별로 함께 읽기를 했어요. 비경쟁독서토론의 핵심은 질문을 만드는 거잖아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협력해서 만드는 건데, 이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김해 인문학 읽기 대회 참관 다녀온 후였어요.








열여섯 번째. 개인적인 함께 읽기는요?




제가 성격이 무난하지 않았어요. 감정의 기복이 심했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줄 알았어요. 아침, 점심, 저녁 감정이 너무 달랐고 내 감정을 돌보는 게 내 삶의 지상 최대의 과제였어요. 언제 어디로 튕겨 나갈지 모르는 나를. 수습하고 다독이며 사는 것이, 저의 큰 과제였던 것 같아요. 성실하지 못한, 성실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래서 누가 나한테 독서 모임 이런 걸 하자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면요. 그날 내 기분이 어떨 줄 알고 모임을 하지?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했던 거예요.


그런데 2002년, 지역 선생님들과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모임이 있는 날이면 가슴이 설렜어요. 중요한 데이트 약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두근거렸어요. 이 때가 제 삶에서 첫 번째 ‘함께읽기’의 경험이었고요. 제 삶에서 가장 가슴 설레는 일을 만난 거고요.








열네 번째. 오늘 인터뷰 어떠셨어요?




재미있었어요. 혼자서 실컷 떠들 수도 있었고요.








열다섯 번째. 제가 다음 사람을 추천해서 가거든요. 혹시 추천해줄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와 3년을 줄창 함께 읽기를 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아이들이 3학년이 됐을 때, 조사를 했어요. 설문 문항 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기회가 되면 독서동아리가 하고 싶냐 했더니 75% 이상의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답을 했어요. 그 아이들은 살아가다가 ‘그런 물’을 만나면 독서 모임을 할 것 같아요. ‘그러한 기운’을 만나면 할 것 같아요. 늘 그런 씨앗을 가지고 있다가 발아되기 적절한 기온과 바람과 습도를 만나면 분명히 싹을 틔울 거예요.


한 아이가 생각나네요. 지금은 의대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있어요. 1학년 때, 제가 담임이었어요. 착하고 품성이 좋았어요. 제가 이런저런 책도 권하고 행사에 오기를 권해도 저는 이번 주 봉사를 가야 해요. 학원에 가야 해요. 하면서 요리조리 피하면서 안했어요. 그러다가 2학년 때, 5인의 책 친구를 한 번 하더니, 그 맛을 알게 된 거예요. 푹 빠졌죠. 2학년, 그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독서동아리도 하고 5인 친구도 하고. 독서토론 카페도 매번 오고요. 그 친구가 대학을 가더니 친구들하고 독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의대 애들이 1학년 때 좀 널널하대요. 널널한데 다들 열심히 살던 습관이 있는 친구들이라서. 모이면 우리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가 “우리 같은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거 어떠냐?”고 해서 독서동아리를 만들었대요. 김승섭 선생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같은 책을 읽었대요.


또 다른 한 아이는 국어교육과를 갔는데 실망했대요. 국어교육과를 가면 독서 모임을 꼭 할 줄 알았대요. 헌데 막상 가니까 독서모임도 없고 동아리도 없고 자기가 하자고 해도 전혀 관심도 없고. 다 임용고시 공부를 한다는 거죠.


저는 이러한 것들이 바로 씨앗이라고 생각해요. 싹을 틔울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있죠.








열여섯 번째. 제가 그런 친구 중에 한 명을 만날 수 있을까요?




이 친구는 올해 KOICA를 통해 미얀마로 국제 봉사를 하러 가려고 했어요. 사회학과를 다니는 친구인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못 가고 있어요. 그 친구가 집이 강원도 인제군입니다. 인제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대화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강의실에 다음 일정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중간 중간 그 친구들이 부러워요, 좋았겠어요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학교 전체가 책읽기에 흠뻑 빠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다시 고등학교를 입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 느낌을 직접 겪은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오랜만에 20대 초반 친구와 깊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긴장 되었다. 친구가 나를 딱딱하게 여기지 않기를 바라며. 




글 ㅣ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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