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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Feb 17. 2021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박수정 편 ①


지난 인터뷰를 함께 했던 서현숙 님의 소개로 홍천여고 졸업생 박수정 님과 연락이 되었다. 여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8월 중순에 우리는 홍천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처음인지라 긴장이 됐다. 인제에서 꼬박 30분을 달려왔다는 수정 님은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 힘을 받아서였을까.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던 내 마음이 부드럽게 풀렸다.



첫 번째.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저는 박수정입니다. 대학생이고요. 사회학을 공부 중입니다. 해외 봉사 활동을 준비해서 출국을 기다리다가 코로나로 인해 길이 막혔어요.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와 마을 활동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휴학생입니다.


함께 읽기는 17살 때 시작했어요. 15·16·17년 고등학교 3년 동안 함께 읽기에 완전히 푹 빠져서 생활했습니다. 대학교 2년 동안은 단절의 시기였습니다만 올해, 주변 사람들과 독서 모임을 다시 만들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6년 정도 했습니다.








두 번째. 함께 읽기 경험의 시작은 고등학교인가요?




원래 책을 되게 좋아했어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중학교 때까지는 혼자 읽는 것이 중심이었어요. 무언가를 해도 독후감이 끝이었죠. 독서토론 경우, 제가 중학교 때 붐이었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학원에서 하는 건가? 이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고등학교로 왔는데 무슨 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여기에 참여하면서 시작했어요.








세 번째. ‘함께 읽기’의 무엇이 가장 끌렸나요?




제 경우는 특수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저는 활동에 참여한 것이 많은데요. 객관적으로는 ‘함께 읽기’ 자체를 봤을 때, 겉모습만 봐서는 매력이 있지는 않아요. 이를 한번 해 본 사람들이 그 매력을 알게 되어서 지속하게 되는 게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경험하는 것이 어려운데, 선생님들이 장벽을 확 낮춰 주셨어요. 함께 읽기를 체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네 번째. 17년도에 서현숙 님이 홍천여고에 부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시기가 홍천여고 독서동아리 시작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19년도에 독서동아리를 100개까지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도 그 물결의 일부였을 뿐이라 잘은 모르겠어요. 그래도 더듬어보면 책 빌려주신 거요. 이를 시작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자주 보여주셨던 것 같아요. 독서동아리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도 해주시고. 우리들이 간식을 좋아하니까 간식도 쥐여주시고. 도서관도 새로운 분위기로 바뀌었고요. 지원을 많이 해줄 건데, 한번 해볼래? 이렇게도 하셨고요. 프로그램이 되게 많았어요. 3~40명이 모여서 독서토론파티라는 것도 했어요.


사실 고등학생들이 성적 같은 것에 구애를 많이 받잖아요. 독서동아리 활동할 때는 자유였어요. 하고 싶을 때, 친한 친구들끼리 그냥 모이면 되더라고요.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해도 되고. 그런 식으로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5인의 친구들이라는 것도 있었고요. 선생님하고 같이 책을 읽는 모임이에요. 학생 4명과 선생님 1명, 이렇게 팀이 되는 거죠. 주제 도서 같은 것들을 선생님이 제시해주시면 학생 4명이 그중에서 원하는 책을 한 권 정했어요. 평소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로 선생님께 대화 신청을 했죠. 이렇게 친화적인 프로그램도 많았어요.








다섯 번째.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선생님이 서현숙 선생님과 허보영 선생님만 계셨던 걸까요. 아니면 다른 선생님들도 책친구로 활동을 하셨나요?




프로그램 주체는 두 분이 하셨고요. 모든 선생님이 대상이었어요. 저는 교감 선생님하고도 해봤어요.




네? 교감 선생님과요?




교감 선생님이 유머러스한 분이셔서 재밌었어요.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니었어요. 우리들끼리 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교감 선생님이 ‘너네 뭐하니?’ 하면서 시작됐어요. 핀란드 교육에 관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 뒷담화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감 선생님이 오셔서 당황했죠. 토론을 잘하셨어요. 학생들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 교사의 입장으로 이야기도 해주셨죠. 한계점이나 이런 부분을 고3한테 직접 이야기해 주셨어요.








여섯 번째. 고등학교 입시 중에 독서동아리를 하신 거잖아요. 그 시기가 굉장히 바쁘지 않았어요?




비유하자면 아무리 바빠도 애인을 만날 때면 시간 내서 가잖아요. 피곤한 것도 모르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성장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였던 것 같아요. 단순 지식 축적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꾸려가면서 생각하는 힘이 생기고 있구나. 주관이 생기는구나. 글을 쓸 수 있는 표현력이 늘어나는구나. 성취감이 매우 컸던 것 같아요. 공부하는 것과는 별개로요. 이러한 만족감이 동력으로 작용했어요. 사람들과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이었어요. 되게 저를 홀리게 했어요. 평소에 사람들과 지낼 때는 나와 대충 맞을 것 같다든지, 관심사가 비슷하다든지. 편협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독서동아리를 하면 안 그래요. 모르는 사람이라도 같이 하면 아,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구나 하게 되기도 하고. 아니면 이미 친한 사이인데도 새로운 면을 발견하죠. 그동안 전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발견의 과정이에요.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고.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하하하, 말하고 나니 제가 연기하는 것 같지만, 정말입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에요. 진짜로요.








일곱 번째. 주변 친구들은 어땠어요?




주변 친구들도 비슷했을 거로 생각해요. 차이가 있다면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가, 아닌가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함께 읽기’에서는 이 유무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지는 않았어요. 우리 활동의 목적은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소통해보자’였거든요. 저 광고하는 것 같은데요.




하하하. 홍보팀으로 섭외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친구들도 즐거워했던 것 같아요. 사실 만나는 건 재미나 애정 없이는 할 수 없잖아요. 정해진 시간에 모였다는 것은 다들 애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덟 번째. 15년도에서 17년도. 매해 분위기가 달랐을 것 같아요.




15년도에는 뭔가를 시작하는 느낌이었어요. 선생님은 이렇게도 이야기하세요. 새해의 바람이라고요. 저도 공감해요. 바람이 불어오고 애들이 어? 이게 뭐지 하는 거죠. 새싹 같은 느낌이었어요. 신입생이잖아요. 아무것도 모른 채, 활동을 시작하고 이런 것도 있다고 했어요. 16년도에는 되게 무르익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두 번째 해에 굉장히 많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것들이 여러 가지 있잖아요. 개인적인 능력, 대화의 경험들이요. 생각도 깊어졌어요. 또 이때는 고3도 아니고 신입생도 아니니 활동에 자율성도 있었고요. 17년도, 그러니까 고3 때죠. 현실적으로 이야기 드리자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참여하기 어렵죠. 그런데도 수업 시간에 읽었던 것들이 전 되게 좋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생활기록부용으로 남는 케이스도 있었겠지만 하기 싫으면 안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도 거부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2년 동안의 경험과 애정이 쌓여서였던 것 같아요.








아홉 번째. 학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물어볼게요. 서현숙 선생님과 인터뷰를 할 때, 언니들의 북토크가 제일 흥미로웠어요. 저라면 선배와 같이 독서 토론을 한다고 하면 너무 싫을 것 같거든요. 여기서는 언니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후배에게서 무언가를 끌어내려고 하는 활동인 거잖아요. 저는 이게 잘 와 닿지 않았어요. 제가 경험을 해본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요. 언니들의 북토크 활동을 하면서 어떤 것들이 좋았어요?




3월에 신입생들이 들어오잖아요. 그 친구들은 이제 막 들어왔기 때문에 독서동아리 활동, 독서 문화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잘 몰라요. 언니들이 소개해주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꼬시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데요. 언니들이 하는 모습들을 보면 ‘저 언니 뭐 하고 있네?’ 이렇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를 잘 보여주려고 주로 점심시간에 해요. 밥 먹는 시간이 중요한데, 그래도 짬을 내는 거죠. 언니들이 한 조에 세 명 정도가 있어요. 시간 엄수가 되게 중요해요. 15분. 딱 이 정도 시간을 주는데요. 땡하고 시작하는 거죠. 소개할 수 있는 분야는 되게 다양해요.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고요. 아니면 독서동아리에서 이런 주제로 이런 책을 읽고 활동을 했더니 되게 재밌었다. 이런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줄 수도 있는 거고요. 학교에 인문학 독서 파티, 5인의 책 친구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런 거 참여해보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되게 프리한 북토킹이라고 해야 하나? 언니들이 해주는 거죠. 저는 언니 입장에서만 이 프로그램을 했어요. 동생일 때를 잘 모르기는 하는데요. 신입생들이 사탕을 쥐고 앉아 있거든요. 선생님이 주신 건데, 그 모습을 보면서 되게 좋았겠구나 싶어요. 왜냐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후, 동생들이 ‘언니, 이런 책은 활동하면서 어땠어요?’ 물어보거든요. 되게 선한 활동이었어요.


독서토론 리더 언니인가? 그런 것도 했었어요. 제가 2학년 때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신입생 중에서 독서 활동에 관심이 있거나 특별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엮어서 독서토론 워크숍 같은 것을 여는 거예요. 민들레 홀씨 언니였던 것 같은데. 선생님은 독서토론의 홀씨가 되어라 그런 의미를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언니들 중의 하나였어요. 수정 언니의 독서토론 워크숍이죠. 예를 들어서 제가 인문학이나 사회학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일까. 고등학생이지만 고민할 수 있잖아요. 그런 주제로 『생각해 봤어?』 (강명관 외 지음, 교육공동체벗 펴냄)라는 책이 있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삶이란, 인간답게 산다는 것 이런 것들을 다룬 책인데요. 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읽고 난 후 우리 이런 주제로 이야기 해 봐요, 이런 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이런 식으로 포스터를 만들어요. 우리 학교가 네이버 밴드가 잘 되어 있는데요. 이를 통해 선착순 접수를 받아요. 그래서 딱딱한 선배보다는 언니의 느낌이 강했어요. 독서 토론을 같이 할 수 있는 언니요. 사실 저도 동생들이랑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활동들을 하는 게 너무 좋았죠.








열 번째. 언니가 되는 특별한 조건이 있었나요?




특별한 조건은 없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기본적으로 독서 활동에 대한 애정이나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후배들하고도 같이 해야 하는 활동이라. 이런 것들을 참고하지 않았나 싶네요.








(다음 편에 계속)





글 ㅣ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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