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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Feb 17. 2021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박수정 편 ②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박수정 편①도 있어요!  



열한 번째. 3년 동안의 독서동아리 역사를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그중에 인상 깊었던 동아리도 궁금해요.




자율성이 되게 좋았어요. 2년 동안 꾸준히 하는 친구도 있었고 저 같은 경우에는 중복으로 소속하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3년의 역사 설명을 잘하지 못하겠어요. 1학년 때, 자유롭게 시작했었으니까요. 새학기 때, 독서동아리 이거 해볼래? 저거 해볼래? 이랬었거든요. 소모임도 되게 많아서 어떤 동아리가 있었다는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림책을 읽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고등학생이면 두께가 있는 책을 읽는다든가 깊이가 있는 책을 읽는다든가 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골라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 동아리가 되게 좋아 보였어요. 심지어 이 동아리의 친구들은 꾸준히 했어요. 그림책을 가지고 그 친구들과 북토크를 했는데요. 그림책을 가지고도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다른 동아리도 기억이 나네요. 되게 재미있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광고나 연기 이런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었는데요. 재기개발서와 같은 책들을 읽고 자기들만의 결과발표 시간을 가졌어요. 뉴스 형식으로 발표도 하고요. 개성이 있는 친구들이라 기억에 남아요.








열두 번째. 본인이 했던 동아리 중에서는 있나요?




굉장히 많은 독서동아리를 했는데요. 그중에 하나를 이야기 하자면, 멍경지수요. 되게 다양한 분야를 읽었어요. 신입생 때, 잘 모르는 친구들과 독서동아리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동아리에요. 그래서 되게 다양한 분야를 읽었어요.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최열 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열일곱 살의 인생론』(안광복 지음, 사계절 펴냄), 『동물농장』(조지 오웰 지음) 잡식으로 읽었어요.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결과 보고회에도 참여해보고 책 대화도 해보고. 아니면 행동을 촉구하는 포스터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도서관 칠판에다가 붙였어요. 우리가 탈핵해야 하는 이유, 탈핵에 대한 잘못된 상식 이런 것들을 알리고 이벤트 같은 것도 하는 거죠. 틀에 박히지 않은 활동을 했던 것이라 기억에 더 남아요. 그 친구들과 이렇게 모이지 않았더라면 3년 동안 친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성격이 비슷한 것도 아니고 관심 분야가 같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책, 독서동아리 활동을 매개로 모인 거였거든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교류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돌이켜보면 이게 가장 인상에 깊었던 것 같아요.








열세 번째. 현재도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으신가요.




네, 하고 있어요. 마을 활동을 하는 곳에서요. 지속가능성 같은 것들을 중점적으로 비전이 있어요. 국장님하고 이야기해서 독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3명이서 하는데요. <녹색 평론> 잡지를 읽고 논평 같은 것을 이야기하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자연, 환경오염 문제와 같은 것들도 이야기해요. 고등학교 때는 또래랑 했잖아요. 지금은 나이대도 다양하고 살아온 길도 다 다른 사람들과 하고 있어요. 건축하신 분도 있고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다가 오신 분도 있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한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제가 독서동아리를 해봤으니까 좋은 점을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계속한다고 생각해요.








열네 번째. 독서동아리 활동하면서 재미있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저는 책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질문을 받았으니까 기억을 해보면 음……. ‘함께 읽기’의 매력과 좋은 점을 알고 모인 사람이라면 크게 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재밌었던 것은 『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지음, 따비 펴냄)이라는 책이요. 고등학생 때는 치킨에 환장하잖아요. 그 시기에 채식주의자와 함께 읽었어요. 그 친구는 치킨에서 기름 냄새가 나서 너무 맡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맛있는데요. 치킨에 관련한 마케팅, 기업의 상술, 대한민국의 문화적인 측면, 더 나아가서 환경보호. 이런 것까지 다 이야기를 했어요. 되게 재밌었어요. 사회 선생님이랑 같이 했었거든요. 사회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또 다른 책은 멍경지수 친구들과 함께 읽은 책이었는데요. 아까도 이야기했던 『열일곱 살의 인생론』. 이 책도 재밌어요. 어떠한 사회적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견 차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내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내가 가진 생각, 우리 앞으로 이런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이에요.








열다섯 번째. 동아리 하면서 어떤 것을 가장 크게 얻으신 것 같아요? 잃었던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친구를 잃었다.




하하하. 저도 아직 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뭘 배웠다고 하기에도 부족해서요. 말하기가 참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어쨌든 인격적으로 성숙할 기회였어요. 주관이나 가치관 같은 나만의 자아 정체성이 만들어지니까요. 뭔가 남들의 프레임이나 사회적 편견 이런 것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이 세워지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동시에 내 주관이 옳은가와 같은 성찰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책은 혼자 읽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죠. 그렇지만 남들과 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내 주관이 맞나, 내 생각이 맞나, 남들의 경험을 들어봐야 하지 않나. 구원해줄 수 있는 관점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 확신, 동시에 타인의 존중을 얻었죠. 말해놓고 나니 재미없네요. 너무 교과서로 이야기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대부분의 사람이 느꼈을 거로 생각해요. 자신의 주관이 생기고 동시에 듣는 자세가 생기는 것.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와우. 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최근에 ‘함께 읽기’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어요. 많은 독서동아리를 만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열심히 책을 읽었다는 이유 만으로요. 수정 님의 이야기 중에 공감이 많이 갔던 것이 책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아예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요. 책 지식 축적, 여기에 너무 초점을 맞춘 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가 있었거든요.








열여섯 번째. 독서동아리 하면서 마냥 좋은 일만 있지는 않잖아요. 기억에 남는 어려움이 있었나요?




아까 질문으로 하셨던 친구를 잃었다? 일종의 자기 고백인데요. 어렸을 때 미성숙한 점들이 있잖아요. 방금 말해주신 게 저도 많은 공감이 됩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좋아하고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상대방에게 원하는 활동 적극성이 있었어요. 이게 과했던 시점이 있었어요. 친구가 불편해했었죠. 저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왔네요. 활동 자체에 대해서 불편함을 겪은 것은 없어요. 좋아서 한 거고 재밌었고요. 그 과정에서 있는 사람들과의 사이가 문제인 거죠. 저 같은 경우에 내 생각만 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독서동아리를 통해 배웠잖아요. 그래서 그다음에는 안 그랬어요.








열일곱 번째. 잘못한 점을 알아도 바로 고치기 어렵잖아요. 어떻게 안 그럴 수 있었나요?




단순히 지적으로 결과물을 낸다, 이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어요. 갈등을 겪으면서 이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 이를 알게 된 거죠. 단순히 공부하고 싶고 이 문제를 탐구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친구들과 함께하면 돼요. 모든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 굳이 그런 것들을 결과물로 꾸밀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내 욕심을 버릴 수 있게 되었어요. 결이 다른 활동들이 있구나. 내가 남한테 어떤 특정한 상태의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구나. 이렇게 된 거죠.








열여덟 번째.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 갈등이 생기는 거거든요. 살면서 필요한 것은 알겠는데, 내가 그 갈등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찌 됐든 사람은 본인이 좋은 활동을 한다고 해도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잖아요. 독서동아리 활동을 통해 갈등을 대처할 힘 같은 게 생길 수 있는 걸까요?




네, 그런 것 같아요. 듣는 게 중요해요. 말하기도 중요하기도 하지만. 들으면서 배우는 것이 되게 많잖아요. 막 뽐내려 하다가도 다른 친구의 말을 듣고 난 후에는 말했으면 큰일 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들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거죠. 틀에 박힌 말만 하는 것 같지만, 말하고 듣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기반이지 않을까요. 듣는 훈련도 많이 하고 말하고 싶어도 기다려도 보고.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도 보고. 책이나 주제를 매개로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인격적으로 비난하거나 사생활을 캐낸다거나 이러한 염려가 거의 없잖아요.








열아홉 번째. 개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게 왜 그런가 했는데 오늘 수정 님의 이야기를 독서동아리를 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 싶네요.




미리 주신 질문 중에 독서동아리 활동을 청소년에게 추천하느냐는 게 있었잖아요. 제가 당근이라고 답했죠. 당근이다. 10대 때 ‘함께 읽기’ 경험을 했다는 게 저한테 굉장히 큰 자산이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독서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건 당연한 거죠. 이를 넘어서 연결된다는 그 느낌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는 나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다 같이 공동체로서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는 거잖아요. 무조건 소속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타인과 연대할 수 있고 연결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경험해보는 것. 들어보고 생각하는 그때의 경험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죠.








스무 번째. 독서동아리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각자 처한 상황들이 너무 달라서 포괄적으로 답변할게요. 하면은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스물한 번째.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되게 새로웠어요. 저한테는 독서동아리가 되게 익숙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보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 생각해보니 그 기억들이 너무 새로운 거예요. 이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도 새로운 이야기였으면 해요.








스물두 번째. 혹시 독서동아리 활동하면서 이 사람 궁금했다는 분 있을까요. 다음 인터뷰에 참고하고자 합니다.




서현숙 선생님이 저한테 섭외 전화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없어요. 잘 몰라서요. 선생님하고 함께 고민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뷰가 조심스러워졌다. 오프라인 행사로 준비 중이던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를 한 꼭지로 진행했다. 랜선 인터뷰로 제주 강영미 관장님과 함께했다.




링크 : https://bit.ly/2TPcIEc





글 ㅣ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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