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사회 Apr 15. 2021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책방이음 조진석

책방이음은 서울 혜화동에 위치하였던 서점이자 복합문화공간이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2021년 3월, 10년 넘게 운영하였던 서점 공간을 정리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책방이음은 대학로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써 자리하며 공연, 전시, 독서 모임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인들에게 공간을 빌려주거나,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독서동아리를 기반으로 한 서점으로 새로운 이음의 형태를 꾸려가고자 한다. 동네 책방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를 퍼트렸던 것처럼, 새로이 서점과 독서동아리의 만남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앞장서려는 모양이다.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와 독서동아리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새로운 책방이음을 시작하게 되셨네요.


기존 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한 책방은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는 점이 있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신간을 비치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래도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규모가 작은 책방의 경우 구조적인 문제상 도서 수급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곤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책방이음은 온라인에서 좋은 책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사람들과 같이 읽는 책방의 모델을 지향합니다.



지금은 정보량이 워낙 많은 시대라 책을 보는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책을 사는 것에 비해서 완독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서점들이 너무 판매를 중심으로 활동한 것 같았어요. 독자들도 무슨 신간이 나왔어요? 추천도서는 무엇인가요? 라는 걸 주로 물었고요. 독자의 읽는 경험을 끌어주고, 함께 읽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는 그동안 서점이 너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만보기 앱을 보니까 초급-중급-고급-엘리트 코스로 되어 있어요. 생각해보니 우리가 책을 대할 때 아주 전문가이거나 아주 초심자로만 생각하지 단계별로 분류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독서 인구를 늘리려면 새로운 사람들이 자꾸 진입하게 하고, 혼자서 읽지 못하는 부분을 도와주고, 책에 담긴 정보들을 소화할 수 있도록 셰르파와 같은 역할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어시스트의 역할을 서점이 하는 것으로 패턴 자체를 바꾼 거죠. 기존 책방이음의 목적 자체를 바꿔버리는 시도가 지금 이곳(호모북커스)으로 온 이유이기도 한 거죠.



* 2021년 4월부터 책방이음은 호모북커스라는 서울시 종로구의 공유공간의 한쪽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대표님이 처음 경험한 독서동아리는 무엇이었나요?


영남대학교 사학과 재학 시절 목요북카페라는 독서동아리를 만든 것이 처음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은 팀 프로젝트 유형의 과제가 없었어요. 과제 도서를 각자 읽고 리포트를 제출하는 식이었죠. 이에 학생들이 한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학교 앞 카페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종의 살롱 운동처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선정위원이 되어 구간 신간 가리지 않고 좋은 책을 고르고, 저자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정위원들은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책을 더 읽고 자기 전공이 아닌 분야의 책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때 강연자로 모셨던 분들이 고(故)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박홍규 교수 등입니다. 소문이 나서 나중에는 교수님들까지 오셔서 참여했는데, 총 100회로 마무리 지었어요. 이후에 대학 졸업 즈음에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이 학부생부터 박사까지 모여 『현대 정치의 사상과 행동』(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김석근 옮김, 한길사)등과 같은 일본과 관련된 책을 선정해서 읽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오전 3시간씩 세미나 발제를 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또 토론을 이어가는 모임을 1년 넘게 했습니다.




최근에 진행하신 시사인 동네 책방 콜라보 프로젝트 <책 읽는 독앤독>’과 작년에 실행한 카카오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서 동네 책방들이 큰 타격을 입었어요. 서울도서관 측에 동네 책방을 위해 책정되었던 예산을 가지고 카카오프로젝트와 협업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게 실행된 것이 계기입니다. 기존의 카카오프로젝트는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주어진 목표를 인증하면서 습관을 들이는 프로젝트인데, 100일 동안 같이 읽기로 진행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하는 일도 쉽지 않고, 좀 긴 시간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범적으로 카카오프로젝트 30일을 새로 만들어 서울의 동네 책방들을 매니저로 모집하여서 진행하였습니다. 30일 동안 책 한 권을 시민들과 함께 읽는 역할을 서점의 주인이 하는 거죠. 책방들이 각자 책을 선정해 올리면 독자들이 신청하여 참여하였습니다.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이진숙 미술평론가의 책으로 하였는데, 30일에 나눠 읽기에 적합한 책이고 만족도가 높아, 카카오30이 끝난 후에도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선정해서 두 달동안 더 모임을 진행했어요.



시사인의 독앤독 프로젝트는 종이 매체를 가지고 있는 시사인과 종이책을 판매하는 동네 책방이 함께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하는 각 책방과 시사인의 기자들이 각자 책을 추천하여 다수의 표를 받은 책 중 3권을 선정하였어요. 총 327명의 신청자분이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가난의 문법』(소준철, 푸른숲) ,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김승진 옮김, 생각의힘)을 각자 신청한 동네서점 책모임과 함께 읽고, 마지막으로 327명 전원이 모두 온라인으로 모여 강연을 듣고 이야기하는 구성입니다. 현재 첫 번째 책(『공정하다는 착각』)이 끝났습니다.




혹시 다른 책방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런 것도 서로 책방끼리 공유하세요?

 

이번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면 그때그때 얘기를 하는 방식이고, 모임 진행한 것을 사진을 찍어 올려 공유했어요. 오늘 이렇게 진행했다고.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고, 나중에 이 내용이 기고문으로 나오게 될 것 같아요. 각 책방도 북 토크를 어떻게 진행을 했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도 볼 거고 본인의 진행 방식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요.




참여하신 분들의 소감은 어땠나요?


북클럽으로 함께하길 잘했다는 분들이 있고, 이 모임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또 책모임을 계속 기다렸던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요즘 사무실에 안 나가면 집에서 혼자 일해야 하는 거잖아요. 사무실이라고 해도 소통이 되는 사람들은 아니고요. 일로 모인 집단이지. 뭔가 이런 공통의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오프라인에서는 만나는 게 어려워졌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작년에 느꼈던 고립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모임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거예요. 본인이 돈을 내는데.




오프라인과 온라인 독서동아리를 모두 경험해 보셨는데 각자의 장단점이 무엇이었나요?


온라인의 장점은 아무래도 거리감을 없애 준 거죠. 그리고 세대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덜 의식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 모이면 성별이라던가, 나이에 대해 좀 더 의식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프라인 모임은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에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화면은 2시간 이상 보기가 어려운데 오프라인에서는 몇 시간이나 이야기를 진행하고도, ‘우리 뭐 먹으러 갑시다’ 또는 ‘뭔가 다른 걸 합시다’라고 이어지기가 쉬운데, 온라인에서는 애초의 목적, 이야기만 딱 마치는, 아무래도 관계가 성글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온라인을 이어가실 건가요?


여러 모임을 중계하는 처지에서는 오프라인이 워낙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우선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고 오프라인을 보조적인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또 중계자 역할을 하는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전문분야의 주제의 책을 석사생들이 중계자가 되는 것 같은 형태를 생각하고 있고요. 서울권만 해도 대중교통이 괜찮은데 다른 지역은 이런 모임을 참여하려면 차를 가지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완전히 본인이 마음과 시간을 낼 정도의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데 온라인은 그런 부분을 좀 낮출 수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요즘 관심 가는 부분은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대학 생활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대학생들, 20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에요. 20대는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학생, 취준생, 사회초년생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한 시간을 견디고 있고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아요. 온라인 책모임을 하면서 ‘이런 모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친구 관계만이 아닌 어떤 매개체를 통한 만남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독서동아리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 있을까요?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었는데 실패한 책 중에 너무 정보량이 적은 책이 있었어요. 정보량이 적고 구성이 성근 책들이 있잖아요. 편집자가 볼 때는 되게 잘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30일 인증 독서를 이겨내기에는 조금 어려운 책 인 거죠. 매일 일정 분량을 읽고 글을 남겨야 하니까요. 에세이 종류와 감성적인 책도 인상적인 구절을 필사하거나 인증하기에는 좋은데, 그 이상의 이야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독서동아리들에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을 소개해주세요.


-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김명철 옮김, 와이즈베리) - 유명한 책이지만, 역시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은 책입니다.


- 『하프와 공작새』(장준영, 눌민) - 현재 미얀마 사태 관련하여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 『인간다움의 순간들: 흔들리는 삶이 그림이 될 때』(이진숙, 돌베개) - 32개 주제로 된 각 글이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고, 정보량도 적당하여서 매일 읽고 인증하는 형식의 모임에서 읽기 좋았습니다.






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을 주도하고, 서로의 만남을 이어가던 책방이음의 새로운 모습은 온라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의 시대에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서로의 취향과 생각과 마음을 나누도록 돕는 역할로서의 서점의 일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서동아리를 통해 오히려 더 적극적인 중계자의 역할을 띄게 된다. 책방이음 한 곳의 일로 국한하지 않고 굳이 매번 전국의 서점들을 모으는 고된 역할을 자청하는 이유를 물으니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점을 운영해보니 혼자만 잘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독서동아리의 ‘함께’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연대’로 확장되어 잔잔한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해 본다.







인터뷰 일시: 2021.4.7.(수)

인터뷰 진행: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윤진희 간사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박수정 편 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