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호박>, <하나의책>을 운영하는 원하나 대표는 『독서모임 꾸리는 법』의 저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책이 나온 후 전국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독서동아리를 하고 싶은 사람들,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을 강의로 만나느라 분주하다. 행사를 위한 홍보팀이 따로 있는 대형 출판사도 아니고, 자신의 출판사의 책으로 모임을 꾸리는 것도 아니다.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란 1인 출판사의 대표가 왜 이렇게까지 독서동아리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을까? 독서동아리 모임 장소로도 자주 애용한다는 관악구의 작은 동네 책방 <자상한 시간>에서 원하나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처음 독서동아리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일 첫 경험은 대학 시절에 선후배들과 함께 한 철학책 모임이었어요. 논어 강독 같은 걸 하면서 책 이야기하고, 뒷풀이 하고, 술 마시던 모임이었죠. 독서동아리의 재미를 느낀 것은 직장에서의 친한 동료와 둘이서 1년 정도 지속한 모임이었어요. 테마도 따로 없고 그냥 소설, 자기 계발서 등등 마구잡이로 각자 읽고 싶은 것을 돌아가면서 읽었는데, 단둘이 하는 데도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하나의책> 독서동아리의 시작은 언제였나요?
2011년에 <호박>이라는 이름으로 1인 출판사를 처음 시작했어요. 브랜드를 다양하게 하고 싶어 2013년에 <하나의책>이라는 브랜드를 추가했는데, 사업하는 사람의 막연한 초기의 불안감과 출판사 홍보의 목적도 있고 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하나의책> 독서동아리입니다. 저희 출판사의 책으로 진행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랑의 기술』 이라던가, 『행복의 정복』 같은 인문교양서 읽기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첫 모임은 저 포함 4명으로 시작했는데 4명이 모두 직장 다니는 여성이었어요. 책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응원하였죠. 저로선 제 일을 다른 사람이 신기해하고 물어봐 주는 것 자체가 초보 사업자의 입장에서 큰 힘이 되었어요. 한 달에 한 번, 2시간 동안 갖는 이 시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 책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데, 초반에는 그 따스함의 동력이 컸어요.
그리고 나와 같이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과 반가움. 이 재미가 독서동아리를 계속하게 되는 가장 큰 계기에요. ‘너도 이 지점이 마음에 들어? 나도 마음데 드는데.’, ‘나랑 비슷하게 싫어하네.’ 이런 것들이요. 같은 취향 공동체의 사람들을 끊임없이 계속 만날 수 있는 이런 재미가 없었다면 독서 모임을 계속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제 책도 나오고(『독서모임 꾸리는 법』), 이 방향으로 계속 풀리게 되는 동력이 되기도 하여 어느덧 7년 동안 지속하고 있습니다.
직접 운영하시는 것 외에 다른 독서동아리들도 참여 해보셨나요?
그럼요, 작은 서점에서 운영하는 독서 모임들도 여러 번 참여 해보았고, 일반인들이 모인 곳에도 가봤어요. 제가 모임을 꾸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어떤 책을 읽고 분위기는 어떨까? 궁금하더라구요. 다른 모임에서 배운 점을 참고하면서 제 모임을 진행했어요.
<인터뷰를 진행한 관악구 동네서점 '자상한 시간'>
혹시 독서동아리를 동시에 가장 많이 해본 것은 얼마까지 해보셨어요?
제일 많을 때는 한 달에 7개까지 해본 적도 있어요. 책으로는 총 4권이었고요. 그때는 독서동아리에 약간 미쳐 있어서, ‘너무 재밌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라는 생각에(웃음)
지금은 몇 개를 운영하고 계세요?
현재는 철학책 모임 1개와 소설모임 1개, 제가 운영하는 것은 총 2개이고요. 하나의책 독서모임 회원들이 운영하는 모임들도 있어요. 총 8분이 계시는데 한 분이 보통 1~2개의 모임을 운영하고, 4개를 운영하는 분들도 계세요. 이분들은 모두 하나의책 독서모임을 1년 이상 참여하며 오래 교류했던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 중 책을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시고, 독서모임을 이끌어 갈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고 책임감이 강해 보이시는 분, 결과가 아닌 이 과정 자체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은 분께 먼저 권유를 했어요. 한 번에 흔쾌히 수락하시는 분도 계시고, 오랫동안 고민하시다가 결정하신 분도 계세요.
동아리 참여 회원이 직접 운영자가 되는 것 이외에 또다른 회원의 변화나 성장을 목격하신 적이 있으세요?
처음에는 우연히 독서동아리에 참여했다가, 여기서 하는 글쓰기 강의를 듣고는 글쓰기에 푹 빠져서 브런치 작가가 되고, 단행본 에세이도 내신 분이 계세요. 가족 독서모임도 3년 째 진행 중이시고요. 독서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본인이 필요한 공부를 하다가 미술관 교육 석사를 따고 현재는 미술 관련된 독서모임이나 미니 강의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요즘은 회원들과 함께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이들을 성장시킨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그분들과 이야기하고 독서모임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나누게 되니 진짜 고마운 사람들이죠. 이것저것 함께 시도하다 보니 같이 책도 만들고, 또 계속 쓰고 싶은 콘텐츠도 생기게 되고, 같이 여행 프로그램도 하고 싶고. 이런 다양한 독후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의 아이디어로 함께 성장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혼자는 못하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서 온라인 독서동아리도 많아졌는데요, 온・오프라인 모임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온라인 모임은 아무래도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눈 마주치면서 서로의 미세한 감정-뭔가 지루해하는 것 같다, 이걸 재밌어하는 것 같다-을 나누는 것이 거의 캐치가 안되요. 그래서 회원들의 표정에 제가 더 민감하게 신경쓰게 되고 그러니까 조금 더 피곤한 면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4명으로 제한하여 진행하려고 해요. 더 친밀하고 집중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려고요. 저는 책에 충실한 스타일이라, 기타 자료를 더 준비할 시간에 책을 한 번 더 읽고 그 안에서 풍성한 대화거리를 찾으려고 하는 편인데, 온라인 모임은 아무래도 관련된 뉴스를 보여준다거나, 영화의 장면을 캡춰해서 보여준다거나, 도서관에 있는 연관 프로그램 소개 같은 참고 자료를 보여드리는 것을 더 좋아하세요. 아, 해외에서도 함께 참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어요. 회원이 진행한 『돈키호테』 읽기 모임에 스페인에서 참여하시는 분도 계시고,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참여하세요. 이런 분들은 책을 구하기 힘드니 꼭 전자책이 있는지 확인하고요.
<'하나의 책' 원하나 대표>
요즘 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시는데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유지에 대한 고민이죠. 사람들이 결석을 많이 해요, 쉬운 책을 할 때만 나와요. 어려운 책을 할 때 결석이 많아요, 회원들이 말을 많이 안해요, 단답형으로 대답해요 등등...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경우는 제 생각에는 아직 친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친해질 수 있는, 조금은 개인적인 질문(막 사적인 질문이 아닌)도 던지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통해서 나눌 수 있는 개인적 질문이 있거든요. 회원들의 생활이나 삶을 알 수 있는 질문을 나누면 좀 친해질 수 있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만 나오는 문제는, 지금 그 모임의 테마가 불분명하다는 거에요. 그림책도 했다가, 소설도 했다가 이러는 거죠. 모임을 이끄는 분이 먼저 본인의 취향 파악을 하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구성하여 그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모임을 구성하는 걸 추천드려요.
결석이나 완독에 대해 스트레스받는 운영자들도 계세요. 이 경우 모임의 규칙을 만들면 좋아요. 처음부터 공지하면 좋은데 그러면 처음에 회원들이 모이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6개월 정도 지나 유대관계가 쌓이면 그때 함께 규칙을 만드는 거죠. ‘우리 모임은 가능한 완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회 이상 연속 결석 시 탈퇴입니다.’ 이런 규칙을 함께 만들어 보세요.
발제를 하는 동아리들도 많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동아리에 팁 3가지만 주신다면?
첫 번째는 키워드 만들기에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고민하는 거죠. 에를 들어 『소설처럼』이라는 책의 키워드 중 하나는 ’독서‘죠. 독서에 대해서 어떤 독서를 하고 있는지, 이 안에 소개된 독서법에 동의하는지,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몇 개(3개 정도) 뽑아보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구체화 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 소설이라면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그려보세요. 그 안에서 인물들의 관계, 상황, 사건을 중심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질문을 만드느 거죠. 마지막으로 문장 뽑기에요. 회원들의 목소리로 각자 기억에 남는 문장을 낭독하는 걸 들어보고, 그 문장을 고른 이유를 이야기하는 거에요. 7~8분이 이렇게 낭독하고 이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2-30분은 금방 가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독서동아리들에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을 소개해주세요.
- 『소설처럼』(다니엘 페낙, 이정임 옮김, 문학과지성사) 프랑스인 교사가 쓴 독서 에세이에요. 독서 모임에서도 여러 번 함께 읽었고 도서관 강의 때도 자주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매개로 서로의 독서 취향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어서, 처음 시작하는 모임에 추천합니다.
-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이덕형 옮김, 문예출판사) - 미래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소설 속에 녹여진 과학기술에 관한 이야기, 우리라면 이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등 과학과 기술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입니다. <매트릭스> <가타카> 같은 SF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눠도 재밌어요.
-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신영복, 돌베개) - 다양한 고전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예를 들어 『논어』를 갑자기 읽으려고 하면 어려운데, 이 책을 먼저 맛보기로 읽고 나면 이 책이 가이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또는 반대로 이 책을 읽고 나서 흥미가 생긴 고전들을 회원들과 함께 읽어보자는 식으로 확장해 나갈 수도 있고요.
<하나의책>에서는 함께 독서동아리를 한 회원들과 지금까지 3권의 책을 펴냈다. 독서모임을 하며 읽은 책에 대한 감상기인 『모두의 독서』, 독서모임에 자체에 대한 경험과 감상을 모은 『모두의 독서모임』, 마지막으로 독서모임을 통한 자기 변화를 이룬 이들의 이야기인 『모든 것은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이다. 판매량은 기대만큼 충족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독서모임에 대한 모든 키워드로 책을 꾸준히 내는 것이 목표라며 원하나 대표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독서모임에 대한 책을 만들게 된 첫 시작은 2014년에 첫 모임을 시작했던 멤버들도 문집을 만들어 보면 재밌겠다는 의기투합으로 시작했었다고 한다.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의 즐거움이 그와 책친구들을 어디론가 자꾸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주고 있는 것 같다. 1시간 반 남짓 나눈 대화에서 그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너무 재밌어요’, 인터뷰어에거 가장 와닿은 한 마디는 ‘이런 건 혼자는 못 하잖아요.’였다. 혼자 읽기도 함께 읽기만큼 즐긴다는 원하나 대표. 때로는 혼자서는 가닿을 수 없는 곳에 함께 읽기가 이끌어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함께 읽기를 통한 그의 즐거운 도전들을 가까이에서 계속 지켜보고 싶다.
인터뷰 일시: 2021.5.11.(화)
인터뷰 진행: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윤진희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