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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리남 Sep 09. 2020

이지성 <에이트>리뷰,를 가장한 비판

*영상을 통해 보시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VNyVv7HeSd8


이 책의 겉표지에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8가지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도 이와 같습니다. 작가는 내용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지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인공지능의 현황 및 노동대체능력에 대한 우려가 한 부분이며 이런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기 위한 방법 8가지에 대한 소개가 다른 부분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장점, 비판점, 총평으로 나누어서 리뷰 하도록 하겠습니다.     


1. 장점


[에이트]는 AI에 대한 미래 전망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정리 자료들을 잘 모아놓고 이를 서술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줄 수 있는 위기(특히 일자리)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자 노력하는 책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기 위해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할(혹은 머나먼 미래에 정복할) 영역을 키워내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입니다(한 줄 치고는 길었네요). 이런 큰 주제를 바탕으로 줄기차게 주장한다는 점에서 책을 다 읽었을 때 큰 줄기가 잘 잡힌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2. 비판     


일단 기초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이 읽는다면 오해할만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72쪽의 내용을 살펴보면

     

빌 게이츠의 방문 소식과 그의 인공지능 발언은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되었다. 하지만 당시에 우리 중 그 누구도 빌 게이츠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국가부도사태(IMF)가 터졌다.


이 문장만 그대로 보자면 빌게이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아 얼마 뒤에 우리나라에 국가부도사태가 터졌다라는 논리적 흐름이 완성됩니다. 물론 IMF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이렇게 이해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만약 IMF를 잘 모르는 독자가 본다면? 충분히 오해하고 곡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175쪽~176쪽에 등장하는 스파게티 면으로 탑을 쌓는 예시에서는 ‘결과는 유치원 아이들의 승리였다’라고만 책에 나오는데, 실제로 가장 높은 탑을 쌓은 팀은 건축학도 팀이었습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유치원 아이들이 승리했다고 하면 아이들이 여기서 1등 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책에서 많이 등장합니다. 논리적 비약과 추측성 발언도 많습니다. ~일 수도 있다(78쪽), ~거의 비슷하다(103쪽), 인공지능의 설계목적에 대한 비약(115쪽),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부모의 이야기에서 ‘확신했던 것 같다’라는 말(163쪽) 등 너무나도 추측성 발언이 많습니다. 이렇게 논리적 비약과 추측이지만 본인 주장은 확실하다고 여깁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 21쪽을 보면 4만 명 대 4,996만 명이라는 소제목이 있습니다. 이 숫자는 본인의 인공지능 강의를 들은 4만 명의 사람과 듣지 않은 4,996만 명을 나눈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4,996만 명을 인공지능에 별 관심 없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본인의 강의를 듣지 않은 이들을 이렇게 싸잡아서 표현합니다.

     

2016년 이래로(이세돌VS알파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대한민국에서 작가는 본인만 인공지능 강의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뒤에서 얘기할 작가의 우월감과도 연결됩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추측과 논리적 비약의 발언들이 많습니다. 핵심적인 주장을 할 때조차 논리적이지 않은 추측을 근거로 삼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위해 여러 사실을 끼워 맞추고 짜깁기를 합니다. 이는 이전에 작가의 인터뷰에서도 스스로 고백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2012년 6월 2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기자: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을 읽다 보면 프레임을 미리 잡고 이건희를 끼워 맞춘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지성: 그렇죠. 이건희에 대한 책이 아니죠. 이건희를 아이콘으로 제 주장을 펼친 거고, 힐러리도 그렇죠. 저한테는 팔아먹을 대상이 필요했으니까요. ‘스물일곱 이지성처럼’ 이렇게 쓸 수는 없잖아요(웃음).     


본인 스스로도 끼워 맞추기를 한다고 고백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책들뿐만 아니라 <에이트>에서도 이런 끼워 맞추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문학 얘기를 갑자기 미술 얘기로 융합한다고 하거나(224쪽) [성취습관]이라는 책으로 행한 윤리 수업을 그냥 본인이 놀랍다는 감정만을 드러내면서 갑자기 인공지능으로 연결시켜버립니다(233쪽) 이처럼 자신의 말하고자하는 바를 위해 성급하게 여러 일화나 주장들을 결합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의 전반적인 문제가 작가의 우월감, 선민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자신의 강의를 듣지 않는 사람들을 인공지능에 별 관심이 없다고 추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이전 저서들을 굉장히 과대평가하며 읽어보라고 자주 권합니다. 특히 이 에이트라는 책에서 언급하는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놀랍습니다. 한국의 인문학 열풍이 2009년도부터 불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염두해 둔다면 2010년도 10월에 출간된 이 책이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켰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223쪽 한국의 독서법 강의와 독서 전문가를 싸잡아서 비하 발언을 합니다. 이 또한 추측으로만 이야기하고 근거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어떠한 취지로 이야기했는지는 알겠지만 이는 현재 한국의 독서전문가나 독서법을 강의하는 이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 이들보다도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심각한 서양 사대주의, 문장과 바로 뒤에 나오는 문장이 호응하지 않음 등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이 작가의 책은 돈 주고 사지 않을 것. 누가 책을 거져 준다면 비판하기 위해서 읽을 것이다.

총평 

    

인공지능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어찌 보면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과 현황을 다룬 좋은 책들과 서적은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비한 8가지 방법은 누군가에게는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책 곳곳에 산재해있는 여러 문제들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잘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작가가 책을 낸다면 돈을 주고 책을 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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