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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리남 Sep 10. 2020

코로나 19시대, 읽어야 할 책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3tqN4DHqD_4&t=7s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여러 일들로 인해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는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확진자 소식을 듣게 될 때 인간의 이기심들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이기심이 발생할 때 마다 그들은 그들만의 논리로 또는 그들만의 변명으로 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리뷰 할 책은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입니다. 10대 시절 처음 페스트를 접해서 읽었을 때는 참 재밌게 읽었었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페스트라는 전염병을 대하는 자세, 생각, 신념을 흥미롭게 읽었었습니다. 그때는 리유라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리유는 페스트의 발생을 처음으로 보고하고 이를 공식화하는데 주요한 발언을 한 인물이며 헌신적으로 도시의 환자들을 돌보는 주인공격인 인물입니다. 그는 페스트가 깊어짐에 따라 자체적으로 보건대를 결성하여 환자들을 치료하고 돕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다른 도시에서 요양 중이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페스트를 읽었을 때는 랑베르라는 인물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랑베르는 파리의 기자인데 취재차 오랑시에 들렀다 도시 봉쇄령에 의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인물입니다. 그는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랑하는 사람을 파리에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오랑시를 벗어나고자 합니다. 그는 자신을 ‘오랑시와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리유에게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인증을 부탁합니다. 하지만 리유는 도청에 확인하러가는 사이, 또 시에서 나가는 과정 중에 병에 걸릴 가능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래와 같이 대화를 나눕니다.     


리  유: “게다가 비록 내가 그 증명서를 써 드린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랑베르: “왜요?”

리  유: “왜냐하면 이 도시에는 선생과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이 수천 명이나 있고, 그런데도 당국은 그 사람들을 내보내 주지 않으니까요.”

랑베르: “페스트에 안 걸린 사람들도요?”

리  유: “그것은 충분한 이유가 못 됩니다. 참 어리석은 이야기지요. 나도 잘 압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모든 사람들에게 관계되는 문제입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감수해야만 합니다.”

랑베르: “하지만 나는 이 고장 사람이 아닌데요!”

리  유: “지금부터는 유감입니다만, 선생은 이 고장 사람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랑베르: “이건 인도적인 문제입니다.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이러한 이별이 어떤 것인지를 아마 선생님께서는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리유도 사랑하는 아내가 시 바깥에 있으며 만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후에 리유와 타루와 대화하게 된 랑베르는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랑베르는 오랑시를 떠나기 전까지 보건대에 참여하기로 합니다.     


한동안 보건대 일을 참여한 랑베르는 마침내, 정규적인 방법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오랑시를 떠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떠나는 당일 그 결정을 취소하고 오랑시에 남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는데 자기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그래도 자기가 이곳을 떠난다면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렇게 되면 남겨 두고 온 그 여자를 사랑하는 것도 거북해지리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리유는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을 택하는 것이 부끄러울 게 무어냐’고 말합니다. 이에 랑베르는 나는 늘 이 도시와는 남이고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나 이제 볼 대로 다 보고 나니,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나도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이 사건은 우리들 모두에게 관련된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리유는 이에 대해‘이 세상에 자기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몸을 돌릴 만한 가치가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렇지만 나 역시 왜 그러는지 모르는 채 거기서 돌아서 있죠.’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본인도 아내를 만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한 의미와 결론을 이끌어내자고도 하지만 이내 ‘병도 고치면서 동시에 그것을 알아낼 수는 없’으며 그러니 되도록 빨리 치료부터 하자고 합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랑베르의 변화를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방관자, 무관한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오랑시와 무관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어떻게든 오랑시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페스트의 사태와 거리를 두며 자신만의 행복을 쫓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부분 참여자입니다. 아픈 아내와 떨어져있는 리유의 사연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어 보건대 일에 참여하고 페스트와 싸워나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랑시를 벗어나기 위한 마음이 있고, 언제든 이 일에 발을 뺄 수 있는 단계입니다.


세 번째는 완전한 참여, 동화입니다. 보건대 일을 통해 그저 돕는 자가 아니라 오랑시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페스트의 사태를 직접 보고 겪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자신을 페스트 사태와 구분지어 생각할 수 없으며 이를 외면한다면 부끄러운 삶을 살 것을 아는 사람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오랑시를 빠져나갈 기회를 그는 스스로 버리고 오랑시의 사람들을 위해 헌신합니다.     

소설 속 랑베르의 변화

페스트에서는 랑베르 한 사람의 변화이지만, 현재 코로나 사태를 겪는 우리들은 각각 이 세 단계의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수칙들을 지켜나가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두 번째 정도의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직접적으로 코로나에 걸린 이들을 돕고 치료하는 분들은 세 번째 단계의 사람들이라고 크게 잡아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첫 번째 단계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현재의 사태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행동하고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사람들입니다. 첫 번째 단계의 랑베르와 같이 자신의 이익을 쫓아 움직이고픈 사람들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랑베르와 같은 사연, 혹은 더 한 사연이 있어도 누군가는 그들의 행복과 이익을 조금 더 참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사회에서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있고, 특히 전염병이 도는 시기에는 이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누군가는 이를 무시하고 행동하고 말하며 움직입니다.      


물론 소설 속 랑베르는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페스트라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도 보이지 않는 이기적인 움직임,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과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번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랑베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현재의 사태와 연관지어 리뷰해보았습니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잦아들기를 바라며 이번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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