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에게나 잘 보이는 사람이고 싶었다

- 완벽한 나를 깨뜨리기 01

by 책리남

나는 항상 누구에게나 잘 보이는 사람이고 싶었다. 다른 이에게 '특이하다', '이상하다'라는 얘길 듣기보다 '좋은 사람이야', '괜찮은 친구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나는 정해진 틀 안에서 항상 열심이었다. 내가 속한 조직의 윗사람에게 잘 보이면서도 동년배나 후배인 친구들에게도 좋은 사람이고자 했다.


몇 년 전 다니게 된 회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은 나를 상당히 좋아했다. 주변 직원들도 그것을 내 앞에 대놓고 얘기할 정도로. 윗자리에 계신 분이 심기가 불편해서 불똥이 튈까 내가 얘기를 하면 으레 돌아오는 대답은 "어차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리남씨잖아요. 그러니까 괜찮겠죠.". 나에게는 좋은 얘기이다 싶지만, 사실 너무나도 불편했다.


동료들의 시선은 둘째 치더라도 그 높은 자리에 계신 분 때문에 말이다. 내가 보아온 불합리한 인간, 꼰대, 최악의 인간을 떠올리라면 어김없이 떠올릴 그 사람. 그 사람이 나를 이뻐한다는 것이 못 견디게 괴로웠다. 그 사람의 불합리한 지시를 듣고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네! 하고 힘차게 대답하고 나면 나 자신이 역겹고 혐오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 앞에서도 잘 보이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 사람은 나를 신뢰하고 좋아했으며, 여러 사적인 부탁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도망치듯이 그 회사를 퇴사해야 했다. 모두가 말렸다.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느냐,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 등등. 심지어 그 높은 자리에 계신 분도 나를 말렸다. '당신 때문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이런저런 핑계만 댔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 내 길이 이 분야가 아닌 것 같다 등등. 그 사람은 이야기를 듣더니 역시나 꼰대스러운 말을 했다. "내가 너 잘할 줄 알고 뽑았는데, 이러면 배신이야."


여하튼, 나는 깔끔하게 퇴사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불합리한 것들과 부당한 것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로 했다. 물론, 평생을 잘 보이고자 하는 사람으로 살았기에 쉽게 되진 않았다. 그래도 많이 자유로워졌다. 그 자유로워지는 시간까지 4년 정도가 걸렸다. 지금은 그 높으신 분께 일침을 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가 될 정도로 자유로워졌다. 지금 만난다면 미소는 똑같이 지으면서 "당신은 최악입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물론 저 말을 빙빙 돌려서 잘 말할 것이다. 기분이 더 나쁘게((이렇게 보면 상당히 뒤틀린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정도로 그 사람이 최악이었다))).


이후에 일하게 된 회사에서, 그리고 배움의 자리에서 나는 상당한 독설가처럼 되었다. 동시에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자하는 그런 태도와 행동들이 결합하면서 '괜찮은 사람인데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다(너무 자의식 과잉인가). 여하튼, 나는 많이 자유로워졌다. 그러면서도 항상 조심한다. 내가 그 높은 사람처럼 되지 않기를 말이다. '조직에는 항상 미친놈이 있고, 또라이가 없다면 내가 또라이'라는 직장생활, 사회생활의 최고 명언을 되새기면서 나를 돌아보려 한다(다행히도 내 직장생활에도 항상 또라이가 있었다).


불편한 것들을 당당히 마주하자. 그리고 말하자. 그것은 불편한 것이라고. 이런 말들로 인해 다른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파괴한다. 또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은 사실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실제로 내가 괴로워서 '퇴사 -> 새로운 사람 입사 -> 인수인계 과정'을 겪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손해다. 할 일 잘하면서 할 말 잘하면 사실 누구에게나 윈윈인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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