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들이 썩은 어른들이죠. 나도 어른이에요

by 책리남

데스노트를 그린 작가의 다른 작품 중에 [바쿠만]이라는 작품이 있다. 대략 이야기는 만화가 지망생인 친구 둘이서 2인조 만화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만화시장의 생태계를 알 수 있는 만화랄까.


그중에 후쿠다라는 만화가가 있다. 주인공인 동료 만화가의 사랑을 응원하기 위해 라디오에 출연해 그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문제는 주인공의 연애 상대(여주인공)가 인기 성우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성우도 아이돌만큼의 인기를 누린다. 그렇기에 연애라는 것은 그 성우의 인기에 큰 타격일 수 있다. 찌라시처럼 소문이 돌고, 여주인공에 대한 인신공격이 가해지는 그때 후쿠다가 폭탄발언을 한 것이 돼버렸다. 이에 여주인공의 소속사에서는 만화 편집부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한다. 즉 소속사에서는 연애는 사실무근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에 곤란해진 편집부는 후쿠다에게 잘못된 발언이라고 정정하고 사과하라고 설득한다. 후쿠다는 거짓말한 것도 아니고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 맞선다. 이를 설득하는 담당자는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게 있잖아'라고 말하는데 이에 후쿠다는 '내가 제대로 된 어른이고, 유지로(담당자)씨네가 썩은 어른들이죠. 나도 어른이에요'라고 말한다. 이에 담당 편집자 유지로는 할 말을 잃고, 상부에 잘 얘기해보겠다고 한다(사실 만화상에서 그렇게 썩은 어른들은 없다. 한수 접어주는 편집부들도 좋은 어른 축에 속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수두룩한 썩을 어른들을 너무 많이 겪어오지 않았는가. 10대 시절, 살아오면서 나에겐 너무나도 귀감이 되는 스승이 있는가 하면 대체 나한테 왜 그랬을까를 연발하게 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들은 내 자존감 형성에 크나큰 악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한다.


이제 30을 넘긴 나는 '썩을 어른들'의 축에 끼어있진 않은지를 돌아보게 된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나보다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거나 얕잡아보거나 하는 사람이 아닌지를. 제대로 된 어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에 '썩을 리남이'가 되어선 안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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