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공부를 하며 살아왔을까 01
나의 스승들
최근 영상으로 리뷰한 [공부란 무엇인가]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김영민 교수는 공부가 무엇인가를 다양하면서도 심도 있게, 위트 있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입시와 취업을 위한 것들이 공부가 아님을 밝힌다. 요즘 같이 취업난이 심각한 시대에, 그러한 공부가 아닌 진정한 공부를 권하는 김영민 교수의 생각에 나는 전적으로 동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나의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대학 시절, 나는 순수학문이라 불리는 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공부를 했다. 배우고 싶었던 악기도 배우고 밴드도 해봤다.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 30분까지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를 가고, 이후 돌아와 씻고 준비해서 7시에 열리는 학교 도서관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8시 반까지 공부를 하고 학생식당 조식 메뉴를 먹고 수업이 있으면 들으러 가거나 없으면 계속 도서관에 있었다. 평균적으로 7시부터 밤 9시까지 도서관에 살았던 것 같다.
무슨 공부를 했는가를 물어본다면, 사실 책만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었고, 도서관에 없는 책은 사서 읽었다. 대학시절만 해도 도서정가제가 없어서 책을 참 싸게 살 수 있었다. 물론 자취하는 대학생에게 그것도 큰돈이었지만 아낌없이 구입했다. 그래서 1년에 100권 이상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시험기간에도 일주일 동안 8권을 읽은 적도 있었다. 취업준비는 1도 하지 않았다. 토익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고 취업 관련된 경력은 쌓지도 않았다. 그래도 너무 재밌었고 공부가 좋았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과의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단, 취업준비가 아니라 대학에 왔으면 진짜 공부를 하라고 닦달하시는 매서운 교수님이 계셨고, 그에 부응하고 응답하는 학생들이 꽤 여럿이 됐다(물론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한 학기 수업하는 동안 책을 10권 이상을 읽게 했는데 또 그걸 해내는 학생들. 점수를 떠나서 무섭게 공부하는 학생들은 강의시간을 주도했고, 매섭기만 했던 교수님도 그런 학생들이 고학년이 됐을 때는 진짜 공부를 할 줄 아는 친구들이라고 덕담도 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 교수님의 지휘(?)하에 진득한 강사분들도 많았다. 전공수업도 진행하셨던 다른 한 교수님은 토론 수업을 위주로 강의를 하셨었다. 우리 과의 전공 수업뿐만 아니라 교양과목도 진행했는데, 교내 신문의 통계 결과를 보면 가장 인기 있는 강사이기도 했다.
그분이 진행하는 수업에서 철학자 니체에 대한 내용이 나왔고, 그에 대한 내용을 교수님이 설명해주셨다. 그런데 니체를 탐닉했었던 당시 학우들이 수업이 끝난 후 강의 내용에 대한 이의제기를 했다. 정확히 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교수님은 '해당 내용을 좀 더 살펴보고 다음에 얘기해보자'라고 얘기했고, 그다음 수업 때 교수님은 자신의 강의 내용을 정정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가르침을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라고 하셨다. 그때의 그 겸손함은 나에게 아직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진짜 공부를 하라고 닦달하셨던 교수님과 누구보다 실력 있는 분이었지만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셨던 교수님. 다음 글에도 또 다른 교수님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분들을 만났기에 나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실제 전공을 제대로 살린 취업을 해내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진짜 공부 덕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진짜 나를 돌아봤고, 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며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 김영민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탁월함이라는 별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