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그날, 모든 게 멈췄어

처음으로 무릎이 꺽이던 순간

by 선형

이제야 너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글로 꺼내보려 해. 바로 옆에 앉혀 두고 말로 하면 되지만, 글을 선택했어. 잔소리가 될까 봐.
글은 읽는 사람의 속도대로 읽히니까. 지금은 그냥 넘길 수도 있고, 언젠가 마음이 지치는 날 다시 펼쳐볼 수도 있겠지. 어떤 문장 하나쯤은 네 마음에 닿아 오래 머물기를 바라면서 시작하께.


너의 20대는 엄마처럼 아무거나 먹지 않았으면 해.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습관들이, 엄마의 30대를 무겁게 했거든. 체력에 발목 잡히지 말고, 하고 싶은 일 끝까지 해보는 삶. 그 멋진 여정을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생각보다 단순하더라. 바로 체력이었어.


생리통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침대에 웅크려 있던 너를 볼 때마다 엄마 마음은 늘 무거웠어.
‘나를 닮아서 그런 걸까?’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


그날은 기억하니.

어느 월요일 아침, 엄마는 회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커피 한 잔을 내리던 중이었어. 그때 휴대폰에 네 이름이 떴지. 등교 시간이 지났으니 지각이라 전화했겠거니 생각하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받았어.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너의 목소리는 떨렸어.

“엄마… 숨이 쉬어지지 않아… 나 어떡해…”


그 순간, 모든 게 멈췄어. 수화기 너머 너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어.

엄마는 정신없이 학교로 달려갔고 의무실 침대에 누워 있는 너를 본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걸 느꼈단다. 덜컥 겁이 났어.


‘혹시… 내가 20대에 겪었던 그 알 수 없는 병이… 너에게도 온 걸까?’

‘유전…?’


불쑥 찾아온 죄책감에 엄마는 겁이 났단다. 그날 너는 동네 병원에서 폐 염증 소견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지. 괜찮아지는가 싶었는데, 다음 날 또 전화가 왔어.


“어머니, 큰 병원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담임 선생님과 보건 선생님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기다리고 계셨어. 그 순간, 엄마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어.

'꼭 너를 낫게 하겠어.'


종합병원으로 향하는 길, 너의 증상은 수많은 질문으로 바뀌었어. 반장 스트레스 때문일까, 친구 관계에서 오는 불안일까, 아니면 정말… 유전일까.

입원 후 병원에서의 하루는 천식,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검사들의 연속이었지. 24시간 심장 박동 측정기를 단 채 너는 몇 번의 고비를 넘겼고, 엄마는 침대 옆에서 네 숨소리를 세며 밤을 보냈단다.


너를 임신했을 때 무심코 마셨던 믹스커피, 태어나 금방 끊어버렸던 모유, 무심코 먹였던 인스턴트 과자들. 모든 게 한꺼번에 떠올랐어. 그 시간 동안 엄마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하고, 자책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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