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그날 이후, 엄마는 달라졌어

워킹맘으로, 부모로, 다시 선택하게 된 것들

by 선형


그날 이후, 엄마는 많이 달라졌어. 사실 정확히 말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 수 없게 되었어. 예전에는 참 많은 걸 “괜찮겠지”라는 말로 넘겼어. 다들 그렇게 살고, 다들 그렇게 키운다고 생각했어.


회사에서는 늘 바빴고, 집에서는 늘 조급했어. 아이 아픈 날에도 회의는 있었고, 야근이 길어진 날에도 밥은 차려야 했지. 그렇게 하루를 버티는 게 부모로서, 워킹맘으로서 당연한 줄 알았어. 그런데 그날 이후 엄마는 자꾸 멈춰 서게 되었어. 이 선택이 정말 괜찮은지, 지금 이 속도가 아이에게도 괜찮은지, 혹시 내가 너무 쉽게 넘기고 있는 건 없는지.


예전엔
“나는 잘 몰라. 다들 하니까”라고 말하던 일들 앞에서 이제는 자꾸 질문이 생겨.

“이건 정말 우리에게 맞는 걸까?”

TV 속 광고를 그대로 믿지 않게 되었고, 누군가 좋다고 하면 왜 좋은지부터 찾아보게 되었어. 음식을 고를 때도, 약을 먹일 때도, 아이에게 권하는 모든 것 앞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어.


그게 피곤한 일이란 것도 알아. 솔직히 말하면, 모른 척하고 싶을 때도 많아. 그냥 예전처럼 흘려보내고 싶을 때도 있어. 하지만 한 번 겪고 나니 다시 돌아갈 수는 없더라. 그 일은 엄마를 겁쟁이로 만든 게 아니라, 조금 더 책임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어.


모든 걸 완벽하게 지키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적어도 모르고 지나치지는 않겠다는 다짐.

엄마는 조금씩 알게 되었어. 건강이란 게 단순히 병원에 안 가는 상태가 아니라는 걸. 건강은 네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이고, 마음이 무너질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유야.


그러니까 건강은 네 인생을 네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값이란다. 마치 그 날의 호흡처럼, 체력처럼 멀쩡 할때는 잘 모르지만, 없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엄마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 그래서 너만큼은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해.


이 글을 읽는 오늘이 당장은 그냥 지나가는 하루일 수도 있어. 하지만 언젠가 몸이 말을 걸어오는 날,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 날, 이 문장에서 어떤 하나가 마음에 불빛처럼 남아 있기를 바래.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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