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디재이

도서 출간,
마감만 하면 끝이 아니라고?

재능 낭비 : 인쇄 감리, 책 탄생 최종 관문

by 부크럼


책이 완성되는 건 언제일까. 원고가 마감되었을 때? 교정, 교열, 배열이 완료되었을 때? 디자인이 적용되어 데이터가 마감될 때? 아쉽지만 다 틀렸다. 인쇄 감리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쇄 감리란 무엇일까? 종종 출판사나 작가 계정에서 기계 위 낱장의 종이를 찍어 올린 사진들이 있다. 바로 감리 현장의 사진이다. 그러니 인쇄소에 가서 감리를 보는 것은 아무래도 도서 출간에 있어서 최종 관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쇄(印刷)
잉크를 사용하여 판면에 그려져 있는
글이나 그림 따위를 종이, 천 따위에 박아 냄.

감리(監理)
감독하고 관리함.



인쇄 감리란 인쇄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선별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말한다. 출력된 인쇄 상태를 점검하고, 인쇄물의 후가공과 색상이 최적의 상태로 구현되었는지를 점검하며, 인쇄 후 제본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인쇄 과정을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디자인한 의도대로 인쇄가 잘 나오는지 인쇄의 상태는 괜찮은지 등을 살피는데, 작업을 진행한 디자이너나 도서 제작에 결정권이 있는 관리자가 인쇄소를 방문한다.



신간 감리 현장 / 인쇄물에 무광 테이프를 붙여, 무광 코팅 후의 모습을 짐작해본다.



부크럼도 신간이 마감된 후에는 인쇄 날짜를 잡고, 날짜에 맞춰 감리하러 간다. 인쇄소는 보통 파주에 모여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기를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아직도 인쇄소에 처음 방문했던 날이 기억난다. 물론 학생 시절부터 인쇄를 위해 충무로와 을지로의 인쇄 골목을 오가며 종이도 직접 골라보고 작은 인쇄소에서 포트폴리오 제본도 해봤지만, 대부분은 디지털 인쇄가 많았다. 오프셋 인쇄를 다루는 인쇄소는 그날 처음 봤다.


그도 그럴게, 대형 인쇄소라는 건 계속 글과 이미지로만 배워왔던 것이라서 아주 신기했다. 교수님의 PPT나 책 속의 사진으로만 보았던 대형 인쇄 기계들과 수많은 종이, 곳곳에 널린 인쇄용 페인트들까지. 인쇄소에 가득한 페인트와 종이 냄새가 유독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경력은 그리 길지 않지만, 지금에 비하면 아직 햇병아리 신입이었던 시절이라 눈을 열심히 굴리며 몰래 이리저리 구경했다.


2년 간의 실무 경력이 쌓여 글에서 보았던 문제 현상들도 몇 개는 설명할 수 있다.


인쇄 감리 시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 사례의 몇 가지를 설명해보려고 한다.



1. 핀트 불량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류이다. 원인은 CMYK의 색도별 판이 서로 맞지 않거나, 종이에 수축이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 보통은 기장님이 핀을 조정해주시면 돌아온다.

2. 모아레(moire)
현상 자주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나 기능사 시험 필기 문제에서는 자주 나왔던 것 같다. 인쇄판 제판시 필름의 각도가 맞지 않거나 인쇄 기계의 미세한 흔들림이 있으면 발생한다. 색도별 스크린 각도를 정확히 하거나 기계정비가 필요한 현상.

3. 고스트(ghost)
현상 단어만으로도 재미있는 현상인데, 말 그대로 ‘유령 현상’이라는 뜻이다. 인쇄기에서 종이와 잉크의 흐름 방향에 따라 평행하게 늘어서 있는 그래픽이 다른 모양의 농도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없던 것이 생겨있으니 그야말로 유령이다. 원인은 잉크가 묽거나 축임물 양이 많거나, 진동 롤러의 진동폭이 적을 때에 발생한다.

4. 인쇄물 바퀴자국
인쇄물 급지 시 바퀴자국이 이미지 부분과 겹칠 경우에 발생한다. 인쇄물 급지 시 바퀴 위치를 이미지가 없는 곳으로 이동하면 해결 된다.

5. 종이 웨이브(wave), 말림(curl) 현상
종이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발생한다. 종이의 특성상 습기에 예민해서 계절에 따라 상태가 좋아지지 않기도 하고, 보관을 잘못한 경우에는 종이가 상하기도한다. 이런 종이에 인쇄하면 종이가 늘어나거나 잉크가 말려 들어가게 된다.

6. 잉크 뒤비침 현상
선택한 종이가 너무 얇거나 잉크 양이 많을 때에 발생한다. 인쇄물 이미지에 맞는 종이를 선택하거나 잉크양을 줄이면 된다.



이 외에도 많은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문제 해결은 아무래도 인쇄 전문가인 기장님과 논의하는 것이 좋은 방법 같다. 마감까지 하얗게 불태웠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쇄가 완료된 후에는 최종 인쇄물의 상태를 검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 최종 데이터의 색상과 같은지 확인한다.
- 이미지가 빠지거나 서체가 변경된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 판권의 날짜나 바코드가 정상인지 확인한다.
- 중요한 텍스트에 오탈자가 없는지 확인한다.
- 인쇄물의 색농도 및 핀트를 확인한다.



교정 시에 필수로 확인하는 것들을 적어두고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언젠가는 혼자서도 무사히 감리를 마칠 수 있길 바라며.


* 참고자료: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학습모듈 - 편집디자인 인쇄 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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