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낭비 : 띠지, 6cm에 담긴 디자인
Q. 사자마자 바로 버려지는 것, 책갈피가 될 수도 있고, 독자에겐 큰 의미가 없는 것, 출판사의 입장에선 광고 효과를 줄 수 있는 것. 이것은 무엇인가?
A. 수수께끼의 답은 바로 ‘띠지’다.
띠지(띠紙)
지폐나 서류 따위의 가운데를 둘러 감아 매는, 가늘고 긴 종이.
예전엔 도서를 구매하면 바로 띠지를 벗겨서 버리는 편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띠지가 잘 망가지기도 하고 책 읽을 때 거슬리니까. 결국은 띠지를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산 책들은 띠지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책장에 꽂아 두었다. 띠지가 없으니 책이 밋밋하게 보이기도 했고, 이 작은 종이에도 수많은 사람의 손길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형태를 가진 띠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6cm, 즉 60mm 정도의 크기를 산정한다. 이보다 작은 띠지도 있고 과감히 책 전체를 덮어버리는 띠지도 있다. ‘책 전체를 덮는다면 북 커버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싶겠지만 내가 볼 때는 표지의 1/10 정도라도 남겨둔다면 띠지로 보인다.
책을 디자인할 때도 띠지가 있는 경우의 디자인, 없을 경우의 디자인을 고려해서 생각해야 한다. 어떤 책은 띠지 없이 홀로 남으면 생각보다 밋밋한 모양이 되기도 하고, 띠지가 함께 있어야 더 예쁜 모양새를 갖추기도 한다. 띠지를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어서 책을 돋보이도록 만들기도 하고, 숨바꼭질처럼 띠지 아래 표지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띠지로 노릴 수 있는 효과는 도서 홍보다. 말하자면 수많은 광고 수단 중 책 자체에 직접 실을 수 있는 수단인 거다. 오프라인 서점에 따로 광고를 걸거나 온라인 서점에 배너를 걸지 않아도 책 자체에 광고를 실을 수 있다니.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주는 방법이다.
대부분은 책을 사자마자 띠지를 버리거나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때로는 띠지에 담긴 정보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띠지들을 살펴보고 있자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려고 서로 뽐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 자랑을 하기도 하고, 유명인의 추천사를 자랑하기도 한다. 몇만 부가 팔렸는지 자랑하기도 하고, 에디션이라며 특별한 가치를 떠들기도 한다.
오죽하면 띠지가 종이 낭비라는 주장까지 있을까. 작년에 봤던 띠지 중에 가장 특이했던 형식은 바로 절취선을 따라서 오리면 책갈피가 되는 띠지였다. 종이 낭비와 광고 효과 사이의 절충안으로 보여 인상 깊었다.
띠지, 이 작은 종이 하나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띠지는 아마도 서점에서, 혹은 배송되어 오는 책에 싸인 형태일 것이다. 이 띠지들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접힌다고 한다. 신간 도서에 띠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인쇄 과정을 계산할 때 대략 +2일 정도 추가로 소요된다.
띠지가 없어도 예쁘고, 띠지가 있어도 예쁜 책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특이한 모양이나 특이한 재질의 띠지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슴 한편에 있다.
Main Photo by Tanya Truky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