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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May 22. 2023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인터뷰 上

사랑하는 것들에겐 한없이 흔들리고 무너질 용기가 있는

지저분한 마음을 안고 무던히 살아가느라 애쓴 청춘들에게.”

잔잔하고도 단단한 위로, 독보적 에세이스트 정영욱 작가의 언어를 만나보자.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랜만에 만나는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에서부터 시작하는 인사말을 따분히 생각하다 보니 ‘안녕’이라는 단어 앞에서 한 움큼의 마음이 멈칫거립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겠죠, 우리 모두. 안녕하길 바랍니다.

신간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로 인사드립니다. 정영욱 작가입니다.



Q2. 이번 신간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라는 제목이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잔잔’과 ‘단단’이 각각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여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제목을 어떤 의미로, 어떻게 지으신 걸까요?     


A2. 제목을 지으면서 가장 떠오르는 물체를 고르라면 녹말가루입니다. 녹말가루를 물에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 액체는 얼핏 보기엔 잔잔하게 물결치고 있지만, 꽉 쥐거나 주먹으로 내리치면 단단해진다고 해요. 나의 삶은 언제나 유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큰 어려움이 다가올 땐 나를 단단히 보호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잔잔, 단단 다른 성격을 지닌 단어가 한 문장에서 어우러지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Q3. 늘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 용기를 북돋아 주는 글로 사랑받아 오셨는데요, 이번 책에 수록된 글들은 주로 어떤 내용인지가 궁금합니다.

    

A3. 이번 책은 무엇보다 작가의 성격과 마음이 아주 닮아있고 담겨있는 에세이입니다. 북돋다, 응원, 위로 이 세 가지 의미로서도 자주 글을 지어 왔지만, 그보단 내가 겪은 이야기로서 나 또한 당신과 같이 그랬었다며 동질감을 건네 감싸 안아주는 듯한 글을 지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번 책은 무엇보다 그런 무심하면서도 따뜻한 성격을 품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무심하면서 따뜻하다는 자기 성찰 아닙니다.)



Q4. 작가님의 글은 보고 있으면 작가님 특유의 문체가 잘 와닿는 것 같아요. 한 문장, 한 문장 읽기 부담 없는 글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글을 쓰실 때 문장의 어떤 부분을 주로 신경 쓰며 작업하시나요?

    

A4. 내용을 선정할 때에는, 내가 표현할 생각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를 우선으로 따지며 정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으로만 글 전체를 질질 끌어가긴 싫어서 나열, 대조, 비교 등으로 글이 읽히는 시선의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합니다.

문장을 적을 땐 딱히 세세하게 고려하진 않습니다. 다만, 내가 힘을 주고 싶은 문장에서는 그 문장이 살아있느냐 죽어있느냐 두 가지 선택지 중 살아있는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힘을 빼야 하는 문장에서는 살아있느냐 죽어있느냐 두 가지 선택지 중 죽어있는 문장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영욱 작가의 글쓰기 강의에서….



Q5. 이전 글도 그렇지만 작가님의 일상에서 주로 글감을 가져오시는 듯한데요. 23년이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상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A5. 자신이 목이 마를 때마다 키우는 식물도 목이 마르다 생각해서 물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빨리 죽는데….


 

Q6. 작가님의 글은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위로, 따스함 그 반대편에 있는 감정도 받아들이라는 위로 등 같은 위안을 주지만 또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번 책에서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글 하나만 뽑아주실 수 있을까요?     


A6.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은 날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은 날이 있다. 나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은 날이거나, 정말 많은 이들이 내 곁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기억에 사로잡힌 날. 사랑받고 사랑을 건네주었던 어떤 때의 나를 잊어버리게 되는 날. 우울이라는 울타리에 나를 감금시켜 놓고 꺼내 줄 수 없는 날. 난 그런 날이면 그토록 애정했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어쩌면 나의 우울보다도 한없이 우울에 가까웠던 어떤 한 사람을 떠올린다.


새벽에 잠은 깨지 않고 잘 잤어요? 밥은 잘 먹었는지요. 어떤 노래를 듣고 있어요? 옷은 얇지 않게 입고 나오셨는지요. 밖이 좀 쌀쌀합니다. 그나저나 내 하루가 궁금하진 않고요? 저는 오늘 쌀국수를 먹었습니다. 저녁 하늘엔 달이 예쁘게 떠서 사진도 찍어 보았고요. 잠시 멈춘 걸음을 다시 어딘가로 힘차게 옮기기까지 했습니다. 잘했지요?


삶엔 이토록 궁금한 게 많은데 다 물어보지 못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은데 겁이 나는 사람이거나 다 알려 주고 싶은데 닿지 못하는 사람이.

그쪽도 분명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것이라, 말해 주고 싶다. 분명, 누군가에겐 꼭 그런 사람일 거라 믿고 그 영원할 것 같은 우울 속에서 자신을 꺼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Q7. 다양한 글의 향연이지만 어느 문장에서든 공감과 편안함을 취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는 어떤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책인가요?

 

A7. 별거 아닌 미움과 부정엔 흔들리지 않는 단호함이지만, 사랑하는 것들에겐 한없이 흔들리고 무너질 용기가 있는 그런 다채로운 삶을 바라는 이들에게.












정영욱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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