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한 글이 읽는 분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바라건대, 이 글이 누군가에게 밀폐된 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친구 같은 책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휴식이 필요한 당신에게
편안한 여유를 되찾고 싶은 당신에게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은 당신에게
떠날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가 보라고 용기를 쥐여 주고 싶다.
떠남 속에서 좋아하는 걸 찾으라고 독려하는 작가, 라비니야의 일상을 만나 보자.
Q8. 그러고 보니 작가님께서는 빵을 정말 좋아하시는 듯합니다. 이전 도서인 <인생은 애매해도 빵은 맛있으니까>와 이번 도서에서도 잘 드러난다고도 생각되네요. 여행을 다니시며 제일 맛있게 먹었던 빵집이 있으셨을까요? 작가님만의 ‘빵지순례’를 꼭 돌아야 하는 가게 리스트도 궁금합니다.
A8. 저는 어떤 지역을 가든 로컬 빵집을 찾아다니는 편인데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구례에서 들렀던 ‘캄다운 파티’입니다. 이곳에서 먹었던 구운 채소 파니니가 맛있었어요. 이전에는 혀를 자극하는 맛에 흥미를 느꼈다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는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 씹을수록 구수하고 달큼한 맛에 매료되는 듯합니다. 구례 자체가 우리 밀산지로 유명하여 웬만한 빵집이 거의 다 맛있는데요. (목월 빵집, 느긋한 쌀 빵 등) 캄다운 파티의 파니니는 허기진 속을 든든하게 채워 주는 따뜻한 맛이라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Q9. 빵만큼이나 차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차는 접하고 싶어도 관련 물품을 구하거나 차의 종류를 잘 모르니 즐겨 마시기가 힘든 듯합니다. 작가님은 어쩌다가 차의 매력에 빠지게 되셨나요? 가장 즐겨 마시는 차의 종류도 말씀 주시면 좋겠어요.
A9. 커피를 마시지 않다 보니 주로 카페에서 차를 마십니다. 본래 핫초코나 밀크티 위주로 마셨지만, 과당 음료 섭취를 줄이기 위해 차를 마시게 된 게 습관이 되며 점차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동이나 보성, 강진 등에서도 차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종류를 마셔 보았는데요. 제일 취향에 맞는 건 어린잎을 그대로 건조시킨 백차입니다. 오래 입에 머금어도 산뜻한 향이 풍기는 여린 맛을 저는 주로 즐기는 편이에요.
Q10. 작가님의 글은 읽을수록 잘 끓인 수프를 먹는 기분이 듭니다. 그만큼 진한 깊이와 매력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으셨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한 글감은 일상에서 얻으시는지, 얻게 되면 어디에 기록해 두시는지가 궁금하네요. 기록을 자주 하신다면 다이어리도 작성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10. 저는 메모하는 습관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다 떠오른 아이디어나 스치는 잡념을 놓치지 않기 위해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해 두거나 녹음해 둡니다. 다이어리보다는 주로 휴대폰 메모장이나 컴퓨터 문서 파일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독서할 때에도 내용을 정리하는데요. 이렇게 모아 둔 아이디어나 독서 자료는 글을 쓸 때 참고하거나 발전시켜 새로운 작업을 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Q11. 감성적인 글을 쓰시는 만큼 책도 즐겨 읽으시는 듯합니다. 특히 독립서점에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 것 같은데요. 여러 독립서점을 다니시며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였는지, 그곳 직원분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책을 구매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11. 책에서 언급되지 않은 곳을 꼽으면, 남해에 있던 ‘아마도 책방’이 떠오르네요. 그곳은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널찍한 의자와 책상이 있어 여행객이 숨 돌리고 가기에 알맞은 분위기였습니다. 보통 다른 곳에서는 책 욕심을 부리고 싶더라도 제한된 가방 크기 때문에 아쉬워 돌아서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서점 자체에서 책 배송을 해 주셔서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할 수 있는 게 좋았어요. 마침 떠오른 친구가 있어서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요. 어떤 도서를 고를지 고민이 되더군요. 고심하다 책방 사장님에게 추천받아 작품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친구에게 보낸 책은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버티어 내는 삶을 말한 점이 공감되는 글이었는데, 친구에게 단단한 응원을 건네고 싶은 제 마음을 닮은 작품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자신이 읽었던 것들을 토대로 책을 권하는 사장님의 신중한 태도가 좋아서 유독 더 기억에 남는 듯합니다.
Q12. 여행하면서 좋은 풍경과 좋은 책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노래도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님은 여행하시면서 어떤 장르의 노래를 주로 들으시나요? 작가님만의 플레이 리스트 중 떠날 때 들으면 좋을 노래 2곡 정도 간단히 추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12. 저는 낯선 곳에서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로 듣는 건 히사이시 조나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인데요. 신나는 음악이 끌리는 날에는 스탠딩 에그나 가을방학 또는 스키니 브라운이나 서동현의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곡으로는 버스나 기차에서 들었던 히사이시 조의 ‘Nostalgia’와 ‘One summer’s day’입니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이 곡을 들으며 창을 보면, 은은한 필터를 덧입힌 사진처럼 풍경이 새롭게 보인답니다.
Q13. 이때까지 여행 다니셨던 곳을 보면 도시처럼 건물이 많은 장소보다는 자연과 하나 되는 곳들 위주로 둘러보신 것 같아요. 작가님은 평소에도 이런 자연환경 속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시나요? 작가님만의 힐링 방법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13.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연은 중요한 요소이기에 거주지 근방에 나무와 수풀, 호수는 꼭 갖춰야 할 요소입니다. 전 매일 하루 두 시간 정도는 밤공기를 마시거나 공원을 거닐며 계절의 변화로 달라진 풍경을 관찰합니다. 주로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이렇게 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게 몸과 마음을 건강히 유지하는 데 도움 되는 듯해요.
Q14. 마지막으로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로 만나보실 독자분들께 따뜻한 인사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14. 책을 읽은 누군가의 마음에 어디든 떠나고 싶은 설렘이 봄바람과 같이 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바람이 오갈 수 있는 작은 창의 역할을 이 책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안고 그간 글을 써 왔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에 창문이 꼭 있어야 하듯, 일상에도 무료한 삶을 원활히 순환할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창이 필요합니다. 그런 창의 역할을 이 책이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면, 굳어 있던 몸의 활기를 더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한 글이 읽는 분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제일 중요한 건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다. 부지런한 시도와 걸음 끝에 내가 바랐던 감상을 찾을 수 있다.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잃었던 낭만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자유로이 자신만의 여행을 준비하고 나아가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