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비 내리는 풍경은 좋지만 비가 내리는 것은 싫다는 당신의 말이 내 마음을 적셨다. 사랑도 같아. 아무렴 그 풍경은 좋아. 단지 무차별적으로 내리는 관심과 그 꿉꿉함에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꿉꿉하다, 젖는다, 우산이 거슬린다, 비 냄새가 싫다. 비가 싫은 이유에 대해 나열하던 그 사람. 마지막 이유를 말하기 전에 조금은 멈칫멈칫하며 어쩐지 나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있잖아, 마지막 이유는 조금 복잡해요. 당신도 알겠지만 혼자 원룸 방에서 살다 보니 집을 나갈 때 이것저것 많은 신경이 쓰여요. 에어컨은 껐는지 화장실 불은 껐는지 돌려놓은 빨래가 있는지 컴퓨터는 켜 놓았는지.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할게요. 비가 올 때 창문을 잘 닫아 놓았는지. 비가 오면 창문을 꼭 닫아놓고 나가야 하잖아. 베란다도 없는 그 좁은 방에 빗물이라도 들이닥치는 날엔 무슨 참사가 벌어질지 뻔히 보이거든요. 나는 그게 싫어요. 아, 창문을 닫는 귀찮음이 싫다는 게 아니라 더운 여름, 그 좁은 방 한 칸에 이불도 빨래도 책도 옷도 음식도 쓰레기도 함께 있다 보니 환기 시키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퀴퀴한 냄새가 난단 말이죠. 창문을 닫고 나갔다 들어오면 그 냄새가 그렇게 싫더라고요.
이 꿉꿉함 느껴져요? 나도 당신도 지금 비가 내려. 그래서 필사적으로 내리는 어떤 관심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좁은 마음 안의 창을 꼭꼭 닫고 있지. 맞아, 우리에겐 숨길 수 없는 퀴퀴한 냄새가 나.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 마음 안에 담겨있는지 몰라도 그렇게 닫아놓고 온종일 있으니 퀴퀴할 수밖에. 나는 그런 미련한 짓 오늘부로 그만하려는데 당신은? 뭐 어때, 당신이 비라면 난 괜찮아. 문 활짝 열어놓고 반길 수 있어. 당신이 이 좁은 마음이라도 들어와 줄 수 있으려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