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원피스를 입는 것

[수필]

by 부크럼



흰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것이 관심이라면, 그것을 더럽히는 것이 사랑이야. 당신을 앞에 두고 흰색 원피스를 입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했고, 그 순백함이 더럽혀질까 긴 시간 초조했지. 더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은 나에겐 온갖 것들이 눈에 거슬리기 일쑤였어. 길거리 음식을 먹을 때, 커피를 마실 때, 행여 의자에 앉을 때 턱을 괴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행동들만으로도 참 불편함의 연속이라니까. 관심이란 것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보다 더욱더 거슬리는 행동이야. 어쩔 때는 마음이 시큰 거리고 따갑기도 하고 그래. 그래서 긴장하나 없이 나태했던 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지. 그래, 그때였나. 그 불편함으로부터 도망가려고 애쓰게 된 것이. 근데 나는 도망치려고 할수록 자꾸만 당신이 밟혀서 넘어지고 넘어지는 거야. 내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쩔 때는 나를 따라오는 당신이 겁이나 숨어보기도 했지. 얼마쯤 도망쳤을까. 내 원피스는 찢어지고 흙먼지가 묻고 비를 맞기도 하고 흙탕물이 튀기기도 했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 날은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잔디에 철퍼덕 누웠는데 그게 너무 편한 거야. 그 순간부터 나는 도망가는 것을 멈추는 것도 괜찮을까라고 생각이 들었지.

돌아가려고만 했던 어떤 마음으로부터,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더 이상 더럽혀질 수 없는 것. 잃을 것이 없는 것. 내 옆엔 더러운 나를 보고도 쫓아와 누워주는 당신과, 더럽혀져 있는 당신. 맞아 그때 알게 되었지. 이것이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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