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내가 단둘이 사는
우리 집엔 작가랍시고
매일 만화책만 보는 백수 아저씨가 하숙 중이다.
새벽 3시.
나는 한참을 뒤척이다 거실로 나왔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달빛이 내 방문을 비추고 있었다.
엄마의 방문을 열어 잠들었나 확인하고
나는 아저씨 방문을 열었다.
만화책을 펼친 채 자고 있는
아저씨 옆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나는 아저씨의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갖다 댔다.
깜짝 놀란 아저씨가 나를 밀쳐 냈다.
"뭐하는 거냐."
“가져, 갖게 될 거라고 했잖아.”
그는 나가라고 안 된다고
이러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묵살해 버렸고
아저씨가 점점 얌전해지는 걸 느꼈다.
아저씨 위로 오르려고 할 때
"나가."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당장 나가라고."
엄마의 목소리였다.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엄마는 내가 아니라 아저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아저씨를 죽일 기세였다.
아저씨는 나를 밀치곤 그대로 나가버렸다.
엄마는 나를 보며 덜덜 떨었다.
그런데 엄마가 알기는 할까?
내가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며
아저씨에게 접근했던 건 사랑해서가 아니라,
오직 엄마를 위해서였다는 걸.
‘술술 읽히는 명작 소설의 감동’
토지문학제 대상, 영목문학상 수상작 수록
작가 공지영, 작가 이동하가 뽑은 그 소설!
한사람 소설집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