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몇 번쯤 더 상처받아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의 인생도 드라마가 아닐까?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왜 울어?>

by 부크럼





'우리의 인생도 드라마가 아닐까?'


진한 감성이 담긴 에세이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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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속으로>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열매는 석현과 일곱 번째 이별 후, 신지훈을 사랑하게 되었다. 석현과의 연애는 외로웠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동굴 속에 열매를 들여놓지 않는 석현과 달리, 지훈은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남자였다. 열매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머리를 쓸어주거나 눈을 들여다 봐주거나 열매를 보고 웃을 때 ‘사랑받고 있구나, 지금.’ 그걸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열매와 신지훈의 사랑을 응원했다. 너무 아픈 파도 같은 사랑보다는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내가 사랑했던 한 남자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나는 늘 그에게 사랑을 구걸했다. 애초에 우린 너무 다른 사람이란 걸 알았지만, 쉽게 그를 놓지 못했다.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해보고 싶었다. 초조해 하는 나에게 그는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끝까지 나를 선택해주지 않았다. 일 년을 만나고도 헤어지는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 매달려도 봤지만 잡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왜 늘 대답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랑을 구걸하는 스스로가 못내 싫었지만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침묵으로 대답했고, 회피로 선택했으며 이별로 이유를 설명했다. 받아들여야 했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
나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

왜 난 비겁하고 치졸하고, 못돼 처먹은 남자들만 엮이는 거지? 그런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고, 또 바보같이 울고, 상처받는 시간을 보내는 걸까. 사람은 상대적이라던데, 내게 어떤 문제가 있길래 자꾸 나쁜 남자가 엮이는 거냐고 자신을 비하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사랑하려 해봐도 사랑에 빠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자기 비하도 그때 뿐, 또 다시 나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나는 또 후회한다.

“영악하게도 서른셋의 여자는 이전의 연애를 모방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남자의 키스도 지나간 연애에서 학습된 것일지도 모른다.”

열매는 지훈과 연애하며 종종 석현이 떠올랐다. 석현을 제외 하고는 그녀의 지난날을 이야기할 수 없다. 상대를 애태우는 방법이나,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필살기 같은 것들을 지난 연애들에서 학습했다. 서른셋의 연애는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바보같이 착하고 등신같이 눈치가 없었던 첫 번째 남자 친구에게서 나는 참는 법을 배웠다. 그에겐 내가 화를 자주 내는 못된 여자 친구로 기억될 테지만 이후로 연애에서 화를 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깔끔한 걸 좋아하던 또 다른 남자 친구는 나의 지저분한 습관을 못마땅해 했고, 덕분에 난 정리를 잘하는 여자가 되었다. 이후로 세 번째도, 네 번째도, 그리고 스치던 많은 남자에게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고 그들의 취향, 그들이 좋아하던 음악, 좋아하는 카페 같은 것들이 나에게로 와 내 것이 되기도 했다. 나의 키스 방법도, 연애 스킬도 그들에게서 학습되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내가 즐겨 듣던 ‘Stevie wonder’나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들이 그의 차에서 종종 흘러나오고, 나로 인해 교보문고에 자신이 좋아하는 코너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서른넷의 난 이제,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어쩌면 우리에게 처음이란 건,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30대의 연애가 특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든 순간이 처음이 아니지만, 처음처럼 설레고, 처음이 아니기에 편안하다. 번개가 치듯 짜릿하진 않지만, 호수처럼 잔잔한 사랑에 마음이 흔들리고, 처음 입을 맞출 때면 여전히 수줍다. 우린 이제 서투른 첫사랑이 아닌, 능숙하되 처음처럼 설레는 사랑을 한다.

“모든 순간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처음인 것처럼 설레고 그래서 세상의 모든 연애는 첫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아직 우리, 더 사랑하고 더 아파해도, 몇 번쯤 더 상처받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사랑에 빠져버릴 테니까. 이왕이면 다음 타이밍엔 따뜻한 남자가 등장해줬으면 좋겠다. 불안함보다는 편안함을, 뜨거움 보다는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
나는 이제 일곱 번째 첫사랑을 기다린다.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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