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정리하기 힘든 그대에게.

by 부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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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정리하기 힘든 그대에게.


1. 아, 나는 그때 놓지 말고 꼭 잡고 있을 걸 그랬어.

지금은 감이 떨어져서 잡을 엄두도 안 나지만 그냥 후회된다는 거지.

학창시절부터 쭉 미술계열에 몸을 담갔던 친구는 붓을 놓아버린 것에 대해 그렇게 후회를 안고 살아왔다.


2. 예술가에게 감이라는 것은 그렇다고 한다.

한 번 놓아버린 감은 잡으려 할수록 두려움이 커진다고,

그것은 취미로 예술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온 삶을 바쳐 예술에 몰두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집행유예이다.


3. 그래서 친구가 꺼낸 그때 꼭 잡고 있을 걸이라는 그 한 마디는...

잡아야 하는 것에는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그 사람, 붙잡으라는 거야?"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4. 나는 무엇이 두려워 붓을 놓지 못했을까?

내가 붓 말고 무언갈 다시 잡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어.

나의 손은 다른 것을 잡아야만 하는데,

마치 붓을 쥐고 있는 것처럼 주먹을 쥐고 있는 거야.

놓을 용기가 없다는 것은 잡을 용기가 없다는 말과 같으니까.


5. 그래서 나는 어떻게 무언가 다시 잡을 용기를 냈냐고?

다 부숴버렸지.

지금까지 그렸던 작업물과 도구들.


6. 감이 살아있다고 해도 다시 잡을 수 없도록

내가 지금껏 잡아 온 모든 것들을 모조리 태워버렸지.

나를 몰아붙이고서야, 나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긴 거야.”


7.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었다.

이미 할 만큼 다했을 너에게, 다시 그 사람에게 달려가서

붙잡으라는 말은 조언이라고 할 수 없겠지.

금방 잊힐 거란 말 또한 위로가 될 수 없을 테고,

단지 난 네가 참 대단한 일을 했다 느꼈다는 거야.


8. 나와 다르게 꼭 쥐고 있는 그 사람과의 추억을

부숴버릴 수도 없었을 테고, 태워버릴 수도 없었을 너에게

놓아버렸다는 것은 마음 한 뭉텅이를 부숴버렸다는 거잖아.

나에겐 다시 붓을 잡을 수 없도록 손을 자르는 것과 같은 거라니까.

그러면서까지 나아갈 용기를 낸 거잖아.

뭐만 하면 그 사람 칭찬을 했던 너였는데 말이지.

너에게 그 사람은 그런 존재이었는데 말이지.


9.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단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버텨내느라 오늘도 참 애썼다.

살아내느라, 사랑하느라, 그리고 상처받느라 무던히도 말이다.


10.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도서,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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