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크럼 Dec 24. 2021

[작가 인터뷰]
영화 리뷰어 '헤더의 터닝페이지'

그럼에도 책을 만듭니다 02

당신에게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나요?


유튜브 누적 조회수 4,600만 뷰, 

헤더가 추천하는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아니 꼭 봐야만 하는 영화 20편.


<누구에게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에는 당신의 가장 초라한 어느 날마저 애정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우리의 삶이 관객에게 따스한 빛을 뿜으며 크레딧까지 무사히 도달하기를, 그 안에서 당신이 잘 싸우고 이기고 지고 사랑하고 성장하기를. 삶이라는 긴 여정의 고됨과 기쁨을 담아낸 멋진 영화 20편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선보인다. ‘파이팅’이나 ‘힘내’나, ‘다 잘 될 거야’ 같은 응원의 말 대신.



“영화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당신의 일상에 터닝페이지를 선사할 두 번째 작가,
 영화 리뷰어 헤더와의 대화를 통해 고단한 삶에 동력이 되어 줄 ‘무언가’를 찾아보자.



    Q. 살면서 처음 영화를 본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영화에 대한 애정을 품고, 업으로 잇게 되시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렸을 적 함께 살았던 이모까지 모두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영화를 자주 접하고는 했었죠.

 아주 또렷한 기억은 아니지만, 살면서 맨 처음 영화를 본 순간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었는데요. 아마 제가 살아오며 제일 많이 본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어머니가 1년에 한 번씩 <타이타닉>을 보고는 하셨거든요. 이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지만(앞으로도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의 작품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늘 사진작가를 꿈꿨던 제가 영화계의 판도를 뒤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아바타>를 접하고 영화를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거든요. 

찰나의 순간을 담고 있는 사진도 좋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 더 길고 자세하게 풀어나가고 싶었기에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에 가서도, 또 대학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저만의 길을 닦아 갔죠. 그리고 이렇게 영화 에세이도 쓰게 되었네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주일 후에 있을 제 결혼식에서 남편이 저를 위해 연주해 줄 곡이 <타이타닉>의 OST이기도 하군요!



    Q. 작가님의 영화 전달 매체에서 항상 엿볼 수 있는 찬사가 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편집’, ‘적확하고 인상적인 작가님만의 해석’인데요. 독자에게 영화를 전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나, 업무에 임하시는 태도가 있으실 것 같아요.


우선, 나쁜 영화, 좋은 영화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만이 진짜 영화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만 저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도 좋아하죠. 제가 책에서 언급했듯, 관객과 영화 사이엔 소통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고요. 하지만 재미없는 대화는 지루할 뿐만 아니라 흥미롭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가장 먼저 제가 재미있게 본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보지 않았는데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을 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질 않으니까요. 

아무래도 관객이 깊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화들은 대개 잔잔한 분위기로 진행되다 보니, 구독자분들도 자연스럽게 제 영상이 자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Q. 영화란 늘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매체이잖아요. 그걸 다듬고 편집하여, 독자에게 나의 해석과 함께 들려주었을 때. 그게 마치 이 영화의 전부처럼 비칠까 하는 부담 같은 게 있진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늘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라는 매체 자체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요.

저는 제가 리뷰한 영화를 연출한 감독도 아니고, 그 영화의 각본을 완성한 각본가도 아니기에 작품을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저 질문에 대한 답을 넌지시 제시할 뿐입니다. 더불어 리뷰 영상을 통해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구독자분들이 제 해석을 정답으로 받아들이시지 않길 바랄 뿐이죠!


    Q. 부크럼의 신간 <누구에게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는 영화를 향한 헤더의 긴긴 애정이 모여 쓰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한 문장이 있으시다면 꼽아 주실 수 있을까요?


“영화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어떻게 새로운 도전이 무섭지 않겠냐고요.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요.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또 앞날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얼마든지 실패와 절망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고, 때로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내려야 하며 그 선택의 결과가 비록 실패라 하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죠.”


한 문장은 아니고요. 영화 <브루클린> 파트에 나오는 한 문단입니다.



    Q. 독자들이 꼭 눈여겨봐 주었으면 하는,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시는 부분이나 요소는?


에필로그. 제가 에세이를 집필하며 하고 싶었던 말들이 모두 여기에 있거든요.



    Q. 책의 포문을 여는 프롤로그에도 인상적인 글귀가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에게 말을 건네면, 영화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해 준다’. 작가님께서는 지금껏 가장 간절하게 영화에게 말을 건넨 적이 있으신지요. 영화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으셨는지, 그리고 원하던 대답을 들으셨는지요.


최근 아주 긴 시간 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적이 있어요. 더 이상 이루고 싶은 목표도 꿈도 없었기에 지금 살아가는 삶이 너무나 무의미하게 여겨졌죠. 영화를 그토록 좋아하던 제가 영화를 보는 것도 지루하다고 느꼈고요. 

그러던 중 오래전부터 제 채널을 구독해 주신 구독자님에게 한 편의 영화를 추천 받았어요. 이 영화가 <누구에게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챕터 3, ‘용기가 없기에 우리는 다시 영화를 본다’에 수록된 <리스본행 야간열차>였죠. 이 작품은 제가 오랫동안 찾고 있던 답을 영화 속 대사를 통해 말해 주더군요. 


“항상 극적인 순간만이 삶을 변화시키는 것도 아니며 삶에 있어 새로운 빛은 조용히 찾아온다.” 


이 대사는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소중히 여기는 말이기도 해요. 슬럼프가 한번 더 저를 삼키려 한다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거든요.



    Q. 작가님께서 언급하신 이 책의 에필로그 중 맨 마지막 문장,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멋진 일들이 끝없이 펼쳐지길’ 독려하신 헤더님에게. 헤더님의 인생 중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조금 부끄럽지만,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던 순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남편을 만났을 때가 앞서 말씀드린, 긴 슬럼프로 힘들어하던 때였거든요. 너무 긴 이야기라 다 설명 드릴 수는 없지만 그때는, 그 순간의 저는 마치 수십 번 리허설을 마친 연극 무대 위에서 완벽한 연기를 하고 있는 주인공 같았어요. ‘이 세상은 사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거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침내 인생이라는 소설에서 발단-전개-위기-절정이 끝나고 결말을, 그것도 해피 엔딩을 맞는 듯했어요. 굳이 영화로 비유해 보자면 <타이타닉> 속 로즈가 잭을 만나 뱃머리 위로 향하는 순간이 저에게도 왔다고 해야 할까요?

남편을 만난 순간은 제가 영화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자 실제 영화로부터 들었던 말인 “항상 극적인 순간만이 삶을 변화시키는 것도 아니며 삶에 있어 새로운 빛은 조용히 찾아온다.”가 실현된 때였어요.



    Q. 작가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요?


제가 인생을 살며 소중히 여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인데요.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영화가 없는 세상에 태어난 또 다른 나라니, 상상도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영화 덕분에 20만 명의 구독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도 너무 감사해요. 제가 이런 삶을 살고 있다는 게 가끔은 저조차 믿기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렇지만 저도 언제나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질릴 때도 있고 때로는 미울 때도 있죠. 괜히 영화에게 심술을 부리고는 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늘 제자리에 있더라고요. 저를 묵묵히 기다린 채로요. 그래서 언제나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고는 해요.

이번 에세이 <누구에게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를 통해 여러분들도 여러분이라는 사람을 완성하는, 혹은 구성하는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찾아보셨으면 해요. 저는 영화를 사랑하는 제 모습이, 그로 인해 행복해진 제 자신이 좋지만 여러분의 그 ’무엇’은 꼭 영화가 아니어도 좋아요. 그저 이 책을 읽으며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시고, 이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시기를 바랄 뿐이죠. 

여러분의 인생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이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여러분 스스로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영화를 사랑하는 제 모습이, 그로 인해 행복해진 제 자신이 좋지만 여러분의 ’무엇’은 꼭 영화가 아니어도 좋아요. 그저 이 책을 읽으며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시고, 이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시기를 바랄 뿐이죠.”


작가 헤더는 영화의 언어를 부지런히 해석하고, 그 언어가 관객에게 더 잘 가 닿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그게 영화를 향한 사랑의 방식이 되고, 업이 되고, 행복의 한 조각이 된 사람처럼 보였다.


 “영화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분명 한 편의 영화는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사랑을 품은 사람은 반드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다.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부지런히 영화와 관객의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조용한 빛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한 사람의 모습처럼.


부크럼 독자 여러분도 <누구에게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를 통해 정체된 하루에 동력이 될 만한 문장을, 너머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드물고 행복한 순간을 열렬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이 책이 선사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 인터뷰] 평범함의 특별함을 아는 작가, 김 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