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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Dec 27. 2021

[작가 인터뷰]
관계 정리의 새로운 해석, 작가 이 평

그럼에도 책을 만듭니다 03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하면 싫어할 이유를 하나 만들어줘라!”


13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작가 이평의 사이다 에세이,〈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루나 에디션 출간!


우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관계’에 관한 문제를 속 시원히 정리해 주고, 나아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로 독자들에게 공감과 애정을 이끌어낸 책 〈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가 21년 새로운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파트를 넘길수록 점점 차오르는 달이 눈에 띄는 이번 루나 에디션은 불필요한 관계를 비워낼 때 우리의 내면은 더욱 단단하게 차오를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관계에 지칠 대로 지친 당신에게 명쾌한 해답을 내려 줄 세 번째 작가, 에세이스트 이평과 나눈 대화를 통해 상처받지 않을 관계의 거리를 터득해 보자.



    Q. 이평 작가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은 <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입니다. 무수한 주제 중 ‘관계’에 관한 에세이를 한 편 빼곡히 쓰게 된 동기가 있으실까요? 관계에 있어 치열하게 고민한 시기가 분명 있으셨을 것 같아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많은 사람과 연락이 끊겼어요. 아주 자연스럽게요.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 저마다 새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문득 회의감이 몰려오더라고요. ‘4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과 이처럼 빨리 소원해질 수가 있나?’, ‘이 사람들에게 시간과 비용을 쓴 의미가 있는 걸까?’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관계 정리에 대해 책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보다 현명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에요.



    Q. 많은 독자가 이평 작가님의 책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 공감을 느끼는 것 같으세요?


주로 내향적인 사람이 공감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서운한 점이나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요구하지 못할 때, 흔히 호구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더라고요. 그런 천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속 시원한 마음을 전달하고, “무례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해라.”,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좀 달라져라.” 간단한 조언마저 제시하니 책에 애정 어린 시선을 가져 주시는 것 같습니다.



    Q. 저에게, 작가님은 마치 관계에 통달한 ‘관계 마스터’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그런 작가님도 때로는 ‘그 새끼를 확 그냥’ 하면서 이불을 걷어차 버리게 만드는 ‘별별 사람’을 만나실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작가님은 책에 묘사하신 것과 같이 매끄럽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기셨나요? 혹, 실전에선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는 모순점에 서 계신 적은 없으셨나요?


아아, 인생은 실전이죠. 그리고 관계에 통달하지 못했습니다. 27살에 먹은 마음가짐이 28살에 180도 달라지곤 합니다.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절하게 변화하는 과정이죠.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에요. 대학생일 때 느꼈던 학교의 부조리, 교수나 교직원들의 태만함. 이것들도 나이를 먹으니 분노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직장에 들어와서 “와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상황과 무례한 사람도 새롭게 생성됩니다. 


그때그때 새로운 대처법을 갖기 위해서, 나다움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초심자의 태도로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어제와 내일의 나는 달라질 수 있다. 그 시절의 자기 결정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느끼는 모순마저 합리화하는 태도가 필요하죠.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세상이니, 그에 맞게 살아가야 합니다.



    Q. 그 답변에서는 어제의 나로부터 오늘의 나를 잘 지켜내는 것도 몹시 중요한 일처럼 느껴져요. 그렇게 매일 초심자의 자세로, 세상과 잘 타협하고, 나를 지키고, 꼬이지 않으며, 이유 없이 날 싫어하는 사람에게 적재적소 일격을 날리며 튼튼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선 하루하루를 몹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멘탈을 관리하기 위한 생활 루틴이 따로 있으신가요?


튼튼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기 할 일에 빠져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득하게 대화를 나눌 친구 몇 명이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계획표를 살피고, 퇴근할 때까지 계획에 따라 움직이죠. 일과가 끝나면 운동을 하거나 자기 전에 친구와 통화를 나누면서 잡생각이 들어갈 틈을 안 만들면 됩니다.


적재적소에 일격을 날릴 상황은 별로 없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누구에게 피해를 주면 다시 돌아오거든요. 그럴 바에 인생에 집중하는 게 경제적이죠. 멘탈은 열심히 살아갈 때 자연스럽게 관리됩니다. 계획과 실천, 그리고 나 자신을 일체화시키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Q. 그렇다면 누군가 선 넘을 때, 내향적 독자님들이 써먹을 수 있는 회심의 방편을 하나 알려주세요.


“아유, 개가 우렁차게도 짖네!” 혹은 “얼마나 생각이 없으면 저 나이 먹고 저러고 다닐까?” 속으로 생각해 주면 됩니다. 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표출했을 때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는데 개처럼 짖어대면 더 이상 사람 취급해 줄 필요 없죠. 인간관계 아웃이라 생각하고 할 일에 집중하세요. 우울해지지 말고요. 개가 짖는다고 우울해지거나 별다른 생각 갖지 않잖아요?



    Q. 작가님, 책 속에서 가장 아끼는 문장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


“진짜 ‘으른’의 만남이란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 것. 반드시 걸러야 할 사람의 유형이 보이는 것.”


제 MBTI 성향이 ISTJ 에요. 그래서 무슨 일이든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편인데, 인간관계처럼 효율이 떨어지는 분야는 또 없더라고요. 가까운 사람과도 언젠가 멀어지고, 불특정한 변수에 의해 또 가까워지고… 잘되면 한도 끝도 없이 잘되지만, 안 풀리면 끝도 없이 안 풀리는 게 인간관계더라고요.


그래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날뛰는 것에 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습니다.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을 놓아 버릴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편입니다) “나는 나대로 살 테니 댁은 댁대로 사세요. 내 장단에 맞추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좋습니다. 떠나가도 좋고요.” 뭐 이런 주의입니다.


그래서 저 문장이 제 인생철학 같아 좋네요.



    Q. 마지막으로 아직도 관계 정리 못하고 책만 파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무례한 관계는 하루빨리 끊어 내고, 애증의 관계는 진심을 쏟아 낸 뒤 마음 정리하길 바랍니다.

모두들 관계 미니멀리즘 하시길!






“인간관계처럼 효율이 떨어지는 분야는 또 없더라고요. 잘되면 한도 끝도 없이 잘되지만, 안 풀리면 끝도 없이 안 풀리는 게 인간관계더라고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날뛰는 것에 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습니다.”


N포 세대라는 말이 있다. 경제적, 환경적 압박으로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청년 세대를 의미하는데, 그 N에는 꿈, 연애, 결혼, 출산, ‘관계’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평 작가와의 대화를 곱씹어 보면, 더 이상 관계는 포기의 영역에 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는 관계에 있어, 더 이상 포기하지 말고 선택하길.

 

부크럼 독자 여러분도 <관계를 정리하는 중입니다>를 통해 관계의 주도권을 잡고, 남보다 나에게 집중하며 살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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