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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Jan 03. 2022

[작가 인터뷰]
사랑스러운 행복 요정, 바리수

그럼에도 책을 만듭니다 04


“때때로 웃고 때때로 울겠지만 모두 같은 하루인걸. 그 흐름 위를 멋지게 타게 되는 날도 올 거야."


5만 팔로워에게 사랑받은 작가 바리수,

그가 찾아 나선 행복의 비법들!


사랑스러운 그림과 다정한 내용들로 독자에게 늘 따듯한 힐링을 선사하는 작가, 바리수. 그의 만화가 한 권의 에세이로 완성되었다.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는 세상의 모든 유일무이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따듯한 편지이다.



너울지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당신에게 ‘파도를 타는 법’을 알려줄 네 번째 작가, 바리수와의 대화를 통해 드높은 파고에 맞설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배워 보자.



    Q. 책의 제목은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이지만, 사실 잘 살펴보면 작가님은 은근히 맹렬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하루 실천하는 삶을 살고 계시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자신의 몫을 열심히 부지런히 다부지게 해내는 분이라고요. 그렇게 노력하는 부분이 많으시기에 또 "가끔은 흘러가도 돼"라고 스스로 다독이시는 것 같고요. 

작가님의 DNA에 부지런함과 맹렬함이 탑재되어 있으신 건지, 아니면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이 노력하며 꾸준함의 근육을 발달 시켜 오신 건지요?


저도 책 제목은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라고 정했지만 스스로는 결코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그래도 과하게 힘을 주고 있거나 애쓰고 있을 때 ‘왜 굳이 이렇게 하는 거야?’,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 힘 조금 빼도 돼’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해요.DNA에 탑재된 것이라면 부모님께서 정말 부지런하시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도 있어요. 예전에는 감정에 자주 휩쓸리고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면, 요즘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 생각들에 빠져서 쭈구리처럼 하고 있을래?’ 하면서 일단 굳은 얼굴에 미소를 장착하고 행동하는 쪽을 선택해요. 아무래도 행동을 통해서 많은 기회를 만나게 된 경험들이 여럿 쌓이면서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적당한 생각은 나를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해 주지만 고여서 상한 생각은 나를 안 좋은 쪽으로 끌고 가더라고요.



    Q. '자연스러운 일이었어. 자연스러운 일에 괴로워하지 않을래.', '남들과 다른 점을 단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점이 나를 더 특별하게 한다'. 

책 곳곳의 문장에서 느낀 것은, 작가님은 자신의 부족함에 아주 괴롭고 노력하신 분 같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신 분 같았어요. 그림에서는 그 과정이 단 몇 컷에 걸쳐 간단하게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스스로 모순적이라고 느껴질 때, 남들보다 가진 것이 터무니없이 부족할 때가 가장 괴로웠어요. 항상 다른 사람들의 것이 더 좋아 보였고 제가 가진 건 별 볼 일 없어 보이더라고요. 사실 요즘도 그런 감정들이 종종 떠올라요. 그래도 이제는 그 생각들에 휩쓸리지 않고 흘려보내는 편이지만요.

감정들이 일어났을 때 저는 그 감정들이 왜 생긴 건지 살펴보는 걸 좋아해요. 어떤 생각들이 이런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지, 내가 이 생각들을 계속할 때 내 심리적인 상태는 어떻게 변하는지요. 누군가와 비교하고 자신을 작게 느낄 때마다 저는 우울감을 상당히 많이 느껴요. 그 우울감이 갑자기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함께 데리고 오고요. 그렇게 되면 갑자기 맑았던 하루에도 뜬금없이 폭풍우가 불게 되는 거예요. 한 번 생각에 잘못 빠지기 시작하니까요. 그런 과정을 깨달은 이후에는 이제 나 자신을 폭풍우 속에 밀어 넣기가 싫고, 굳이 안 좋은 생각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어요. 



    Q. ‘바리수의 실체’에도 안 좋은 생각으로만 가득하던 시절의 작가님 이야기가 짧게 등장합니다. 사실 지금으로선 작가님이 말씀하신 그 어두운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아요. 우울한 시기를 지나기까지 근 4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셨다고요. 그 시기,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이 작가님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나요?


아주 큰 힘이 되었어요.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알게 되는 계기였어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구나 싶어요. 일단 그림 그리는 것도 재밌었는데 그리면서 스스로가 더 나아지는 게 느껴지니까 그게 참 좋았어요. 그리고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면 동기부여가 덜 되었겠지만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를 통해서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여태 그릴 수 있었어요.가끔씩 제가 그리는 그림이 정말 별로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땐 진짜 머릿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각들만 떠올라서 아무것도 못 그리게 되거든요. 그러다가도 독자님들께서 보내주신 메시지를 받으면 또 치유가 되어요. 처음에는 그림이 버팀목이었지만 지금은 독자님들의 애정이 버팀목이에요. 



    Q. 가끔 작가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감정의 변화에 동화되는 기분입니다. 함께 파도에 휩쓸리고, 맑아지고, 편안해지고 행복해져요. 추상적인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정말 능하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구상과 연출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주로 얻으시나요?


사실 따로 구상은 안 하고 갑자기 떠올라서 그리는 편이에요. 그런 스토리들이 딱! 떠오를 때 서둘러서 메모장을 켜서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이나 중요한 키워드 정도를 적어 둬요. 이렇게 한 번에 모든 내용이 다 떠오를 때가 있다면, 애매하게 스토리가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건 그냥 아직 덜 익은 이야기라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생각날 때를 기대하며 놔두곤 해요. 내 안에 있다가 또 언젠가 내 안에서 온전해지면 다시금 떠오를 거라고 믿으면서요.

연출적인 아이디어는 아무래도 제가 보고 듣는 것들을 통해서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글이나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항상 그 안의 뜻을 혼자 생각해 보곤 하는데 그런 습관이 아무래도 그림에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혹시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킬링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독자님들에게 이걸 눈여겨 봐주었으면 좋겠다, 어필할 수 있을 만한 부분이요!


바로 떠오른 건 페이지 수에 그려진 바리수 실루엣이에요. 아주 귀여운 포인트예요. 이것 말고도 중간중간에 간지로 작업한 짧은 이야기들도 쉬어가듯 보기에 딱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 그림과 이야기에는 마음을 밝게 해 주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가.그.흘을 읽으면서 변해가는 마음의 색을 관찰해 보세요.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내일은 조금 더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Q. ‘할 수 있는 만큼만, 차근차근 매일매일’. 이 말이 작가님의 성실함 꿀팁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야말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실천하기 어려워하시는 독자분들에게 노하우를 좀 전수해 주세요!


매일의 하루를 아주 새것으로 받아들여요. 매일매일 새로운 하얀 도화지를 만나는 것처럼 하루를 맞이해요. 예전에는 ‘뭐 내일도 모레도 비슷하게 흘러가겠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하루는 늘 새롭고 이 하루는 내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걸 알았어요.

그 생각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까 매일 루틴이 생기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 무조건 바로 카페에 가서 3~4시간 작업을 해요. 작업이 없는 날에도 그냥 가서 무언가를 하려고 해요. 신기하게도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활동이 새로운 영감을 주거나 언젠가 꼭 필요한 일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지금과 미래가 연결된다는 걸 느낀 이후로 작게라도 무언가를 하려고 해요.


조금씩 운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무리하지 말고 우리 같이해 볼까요?



    Q.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만화 중 한 편을 꼽으라면 ‘어떤 날의 나여도 괜찮아’인 것 같습니다. 유난히 파도를 탈 줄 알아야 한다고, 파도의 흐름 위를 멋지게 타는 날도 올 것이라고 자주 말하던 작가님, 진짜 파도 타러 떠나셨더군요! 바다에서 파도 타는 법을 배우면서 또 어떤 새 마음을 많이 품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린대로 이루어졌나 봐요. 자주 파도에 대해서 그리다 보니까 정말 파도를 타게 되었어요…J

파도를 타면서 굳이 뭔가를 생각해야지, 떠올려야지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그냥 바다에 들어가서 파도를 탈 때마다 생기는 일들이 꼭 인생 같더라고요. 참 신기하게도 파도에 휩쓸리고 다시 도전하고 다시 빠지고 하는 일들 속에서 단단한 마음을 배워 온 것 같아요.

특히 한번은 지인분께서 파도에 계속 휩쓸리는 저를 보고 해 주셨던 말이 있었거든요. 파도가 민다고 그대로 휩쓸려서 같이 빠지지 말고 집중해서 그 파도를 네가 잡으라는 말이었어요. 그러면 이제 내가 그 파도를 타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요. 그전까지는 '아, 파도가 미네? 빠지겠다. ㅠㅠ' 하면서 파도를 탓했어요. 파도가 세니까 내가 잡을 수가 없지! 내가 못 잡는 게 아니라 파도가 센 거야! 하면서요. 그런데 그 한마디에 다시 정신 차리고 파도를 잡으려고 하니까 잡히는 거예요.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살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하는 순간들이요. 그럴 때 자주 인생을 원망하고 탓했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해요. 같은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듯이 많은 순간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어졌어요. 이왕이면 나에게 좋은 쪽으로 끌고 가고 싶어요.



    Q. 작가님 글에는 유난히 작가님의 주변인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나요. 그들에게 얻는 사랑이 작가님의 큰 에너지원이 되어 주는 것 같고요. 작가님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든든한 분들에게 한마디 전해 주세요!


자주 쭈굴거리고 자신을 별 거 아니라고 느낄 때마다 멋지다고 대단하다고 해줘서 고맙습니다. 항상 곁에서 이야기도 나눠 주고 좋은 기운을 가득 줘서 그 힘으로 그리고 쓸 수 있는 거예요. 마음속에 나쁜 마음만 가득 찼을 때 다시금 내가 더 좋은 마음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너무 고맙습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서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꼭 닮고 싶어져요. 앞으로도 오래 곁에 있어 주세요.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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