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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Jan 10. 2022

[작가 인터뷰]
사랑스러운 행복 요정, 바리수-02

그럼에도 책을 만듭니다 04

인터뷰 2화입니다! 1화를 먼저 보시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D





Q1. 

전 인터뷰에서 말하였듯, 부크럼과의 책 작업이 끝난 무더운 여름, 양양으로 훌쩍 떠나셨지요. 예정된 일정보다 더 하염없이 머물고 오셨고요. 그리고 얼마 전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님 양양에 갔다 오신 후 좀 더 씩씩해지신 것 같아요!"라는 댓글을 봤어요. 양양에서의 일상 어떠셨는지 조금만 들려주세요. 새로운 환경이 작가님에게 또 다른 영향을 미친 것 같으신가요?


A1.

일단 양양에서의 일상은 단순했지만 다채로웠어요. 비수기라서 스텝이 저 포함 3~4명이 전부였고, 손님들도 주말에만 주로 있고 평일은 청소한 후에 자유시간이었거든요. 항상 스텝 친구들이랑 청소를 빠르게 끝낸 후에 놀 궁리를 했어요. 오늘은 어디 갈까? 오늘 뭐 할까? 오늘 서핑할래? 이러면서요. 그때 스텝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이렇게 매일을 기대하게 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고요. 저희 다 현생에 지친 사람들이었거든요. 힐링 그 자체였어요. 다 같이 살도 쪘고요ㅎㅎ.


양양에서의 생활은 제 인생에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동안 가지고 있고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들이 양양 살이로 변하기도 했거든요. 사람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 모양새가 바뀌는 것 같아요. 양양에 가니까 저도 그에 맞춰서 많이 바뀌더라고요. 특히 '사람'에 대한 것들이 많이 변했어요. 양양에 처음 갔을 때, 너무 힘든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정말 지친 상태였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벽을 치면서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어요. 완전 폐쇄적인 인간이었죠. '나는 서핑만 실컷 하고 갈 거야.' 이런 생각이었어요. 진짜 이기적이었죠?


근데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이 정말 좋았어요. 스텝 친구들도 좋았고, 손님들도 다 너무 에너지 넘치고 새롭고 게다가 친절해요. 처음에는 정을 주지 말아야지! 하고 엄청 다짐했어요. 부질없으니까요. 그런데 정이라는 게 제가 조절해서 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같이 있는 시간 속에서 정을 주고받고 있더라고요. 성인이 되어서 관계라는 게 왠지 이해타산적이라고 느꼈던 적이 많아요. 그래서 이렇게나 폐쇄적인 사람이 되었던 거겠죠. 그런데 나까지 그런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걸 양양에서 깨달았어요. 이해타산적인 사람이 있으면, 그에 비해 진심인 사람도 있는 법이에요. 전자가 세상 사는 것에 조금 더 효율적이더라도 저는 애정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살게 해 준다고 믿어요. 양양에서 잃어버렸던 애정을 찾아왔어요. 아마도 그곳에서 받았던 마음들 덕분이겠죠. 그 애정이 지금 내 안에 가득 담겨서 이렇게 힘을 낼 수 있는 거예요.


Q2. 

요즘 작가님이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되뇌는 말이 있다면?


A2.

정말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말들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을 많이 해요. 특히 '해보자고~ 가보자고~' 이걸 엄청 좋아해요. 왠지 말하기만 해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가진 건 별거 없지만 깡으로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자! 도 많이 하고요.


그리고 진짜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할 때는 '어쩌겠어'라는 말을 하곤 해요. '어쩌겠어(해야지).' 이렇게요. 하기 싫은데 어쩌겠어. 해야지. 결론적으로는 늘 뭔가를 행하기 위해서 하는 말들이네요. 이외에도 '나 자신 너무 고생했다.', '대단해.', '푹 쉬자.' 등등 그냥 진짜 셀프 응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안 좋은 생각이 들면 갑자기 태세 전환해서 '아니야! 나 잘하고 있어!' 이렇게 응원해 줘요. 마음은 겁이 많지만, 또 단순하기도 해서 계속 괜찮다고 말해 주면 그런가? 하고 속아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정말로 괜찮을 수도 있고 안 괜찮을 수도 있죠.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작은 희망이 있어야 뭔가를 하기라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죠. 괜찮을 거야. 괜찮아. 침착해. 잘하고 있어. 


Q3. 

그림으로는 너무나 몽글몽글하고 사랑스러운 바리수가 무기력하거나 염세 끝판왕일 때의 모습은 어떤지, 사실 상상이 잘 안 갑니다. 작가님은 몹시 거칠게 묘사하시지만 사실 보는 입장에서 몹시 귀여울 따름…! 주로 어떤 상황에 그런 상태로 고꾸라지고, 또 그럴 때 어떤 생각, 어떤 말 많이 하시는지요? (욕은 삐 처리해 드립니다.)

 

A3

항상 긍정적인 이야기를 그리지만 사실 저는 겁도 많고 불안감도 자주 느껴요. 이런 마음들을 조금 가라앉히기 위해서 더 밝은 이야기를 그리지 않나 싶어요. 자신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요.

최근에 가장 염세적이었던 순간은 양양으로 떠나기 직전이 아니었나 싶어요. 출간이라는 아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이별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또 다른 일이 생겼거든요. 와, 그때는 진짜로 미칠 것 같았어요. 너무하다 인생 이 개새끼야… ㅅㅄㅂ. 이러면서 그냥 속으로 엄청 욕했어요.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하죠.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순탄치 못할까… 왜 나만 이러지…. 언제 이 상황이 끝날까? 이런 생각이요. 그래서 당시에 BTS의 Life goes on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하면서 존버 했던 것 같아요. 존버 했더니 이제야 조금 괜찮아요.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어요.


Q4.

최근 작가님을 자주 웃게 하는 ‘습관과 같은 행복’은 무엇인가요?


A4.

웃게는 아니지만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일은 '씻기'예요. 요즘 씻는 게 왜 이렇게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씻으면 일단 개운하기도 한데 나를 챙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씻을 때 대충하는 것이 없답니다. 머리도 구석구석, 몸도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어요. 그러면서 혼자 '오늘도 고생 많았다~ 고마워 내 자신~.' 하고 생각해요. 웃기죠? 근데 진짜 이렇게 해요.


그다음에 스킨로션도 엄청 정성껏 발라요. 얼굴에도 챱챱, 몸에도 챱챱. 그래서인지 요즘 피부 상태가 최상이랍니다. 그리고 거울 보면서 웃어요. 씨-익.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요.


Q5. 

작가님의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늘 미소 지으면서 봤어요. 특히 복닥거리는 자매 남매의 이야기, 또 부모님에게 정말 좋은 것을 물려받았다고 하실 때요. 작가님의 책을 자매 남매분들도 보셨는지, 어떤 피드백 혹은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부모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좀 듣고 싶고요.


A5.

사실 많은 피드백은 받지 못했답니다. 대단하다~ 멋지다~ 정도? 

생각해 보면 서로에 대한 애정 표현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약간 츤데레 같은 느낌이에요.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친구선물로 내 책을 준다던가, 서점에 가서 내 책을 찾아본다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응원해 주더라고요. 예전에는 그게 참 서운했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다들 응원하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아요.


또 부모님의 사랑에 관해선, ‘조용한 사랑’이라고 주제를 정하고 말씀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엄마의 이야기예요. 엄마는 카카오스토리를 하시거든요. 저도 아주 예전에 잠시 카카오 스토리를 시작했던 적이 있어서 계정은 있는 상태예요. 근데 카카오 스토리는 생일마다 자동으로 생일 게시물이 올라가잖아요. 저는 몰랐는데 엄마가 한동안 늘 그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계셨더라고요. 그걸 발견했을 때 얼마나 감동이었던지. 숨어 있던 사랑을 느낀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아빠의 이야기를 하자면 아빠는 꽤 감성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하늘에 별이 반짝일 때 불러내서 그 별을 보게 하기도 하고, 눈이 오면 눈 위에다 꼭 무언가를 쓰시더라고요. 근데 또 애정표현을 많이 하진 않으시거든요. 이건 그림으로도 그렸는데, 어느 날 아빠 방에서 뭔가를 찾다가 아빠의 편지함을 발견했어요. 그 안의 편지는 대부분 저희 남매가 쓴 거였는데 셋째 언니 편지가 있더라고요. 뒤에 뭔가가 적혀있길래 봤더니 아빠가 편지 봉투에 답장을 손수 적어 두신 거예요. 그걸 언니한테 전하진 않고 혼자서 답장을 적어 두셨어요. 왜 전하지 않으셨는지 모르지만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저희 부모님 역시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분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 계신답니다. 


 

Q6. 

작가님과 함께 하는 기간, 특유의 긍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가 책에 담뿍 느껴져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씩씩해진(!) 작가님의 오늘날도 너무 응원해요. 앞으로 작가님은 또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A6.

올해의 계획은 '프리랜서로 살아남기'예요. 그러기 위해서 계획도 거창하게 많이 짰어요. 진짜 프리랜서 작가로서 살아남고 싶거든요. 해야 할 일은 무척 많은데, 일단 이모티콘도 하고 싶고 온라인 강의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닿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늘 새로운 것, 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그냥 질렀던 것 같은데 이제 20대 후반 끝자락에 있으니 겁이 많아지는 걸 느껴요. 그래도 여전히 그 호기심과 모험심을 잃지 않고 기꺼이 새로운 곳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태 그렸던 이야기들을 단순히 이야기로 남기지 않고 정말 그렇게 행동하며 살 거예요.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해 보려고요!


Q7. 

작가님에게 그리고 쓰는 일이란 무엇인가요?


A7.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딱 이 느낌이에요. 그리고 쓰는 일이 저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리고 쓰지 않는 삶은 상상을 할 수가 없어요. 이걸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뭐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해요.


여전히 그리고 쓰는 일은 저에게 즐거움이에요. 자주 불안하기도 하지만요. 무언가를 계속해서 창작하고 하루하루 산다는 건 진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Q8. 

마지막으로 독자님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바리수 임수진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를 읽으셨는지 궁금해요. 치열하게 살다가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까요? 예측할 수 없지만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이야기였기를 바라요.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제가 지금 바리수 작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독자님들이 저의 동력이랍니다. 프롤로그에서 말했다시피 저의 설익은 생각들을 너른 마음으로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릴게요. 오래오래 지켜봐 주세요. (제발~)



*


“여전히 그 호기심과 모험심을 잃지 않고 기꺼이 새로운 곳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태 그렸던 이야기들을 단순히 이야기로 남기지 않고 정말 그렇게 행동하며 살 거예요.”


주어진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꾸준히 해내다 보면 거친 파도는 당신을 지나가 있고, 다음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을 힘이 생길 거예요. 이제는 파도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 작가, 바리수와 함께 우리 언제나 새로운 곳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 봐요. 


바리수 작가의 응원이 담긴 도서, 

<가끔은 그저 흘러가도 돼>가 그 첫 발을 떼게 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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