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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Jan 17. 2022

[작가 인터뷰] 모두를 껴안을 필요는 없어. 달밑<상>

포기하고 손 놓았다면 그럴 이유가 있었을 거야.

언제나 모두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당신에게, 적당히 놓아주고 적당히 흘려보내는 방법을 알려 줄 다섯 번째 작가, 달밑.

 



Q1. 고대하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오랫동안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던 글이 책이 되어 손에 잡히었을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1. 출간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도 가끔씩 신기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서점에 자주 가는데 출간 전에는 많은 책을 둘러보면서 제 책이 비치되어 있는 상상을 하곤 했었거든요. 언젠가는 출간을 해야겠다는 희미한 의지만 품고 지내다가 실제 책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니까 상상 이상으로 가슴이 뭉클했어요. 사실 아직도 실감 중입니다.



Q2. 오래 기다려  작가라는 헤드 카피가 쓰일 정도로 많은 독자를 오래 기다리게 하신  같습니다. SNS 통해 두터운 독자층이 생긴 이후에도 출간을 길게 망설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있을까요또 출간을 결심한 계기는 있으신가요?


A2. ‘기다려 온 작가’라는 말은 많이 감사하고 조금은 쑥스럽습니다. 어쩌면 제가 가장 제 책을 기다렸을 텐데요. 자신의 글로 가득 채운 책을 낸다는 건 살면서 겪기 쉽지 않은 소중한 경험이잖아요. 제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단순히 출간 제의가 오거나 사람들에게 등 떠밀려 결정하고 싶지 않아서 흔쾌히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출간을 결심하게 되는 시기는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제는 책을 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이전과 다르게 마음이 기우는 시점이 있더라고요. 어떤 대단한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은 이전부터 발생했던 출간에 대한 욕구들이 조금씩 모여서 두려움이나 걱정의 양을 앞선 때였던 거 같아요. 그 이후에는 속도가 붙어서 출간 계약으로 옮기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Q3. 책을 작업하시며 가장 신경 쓰신 부분혹은 만족스러우신 부분이 있다면독자들이 눈여겨보면 좋을 부분에 대해슬쩍 알려 주세요.


A3. 내용 면에서는 책에 실은 주제들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이별을 다룬 주제로만 책을 채우면 이별과 무관한 분들은 책을 가까이하기 어렵잖아요.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골고루 책 안에 넣어 보려고 애썼습니다. 독자께서 비슷한 감정이 들었을 때 책에 담긴 문구를 꺼내 보면서 위안이 되길 바라면서요. 


형식적인 면에서는 가독성을 가장 신경 썼습니다. 읽어 내려가면서 막히는 부분이 있는지, 더 쉽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데 너무 멀리 돌아가는 방식으로 쓴 건 아닌지 검토하는 거죠. 평소 글을 쓸 때도 최우선으로 하는 점이라서 어려운 단어나 표현은 사용을 자제하려 합니다. 사람이 겪는 감정이라는 게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걸림돌 없이 읽히는 글로 비슷한 울림을 나눠 가진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바람으로 출간 작업을 했습니다. 


Q4.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알려주세요!


네가 무언가에 끌렸다면 그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일 거고 포기하고  놓았다면 돌아설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야.


A4. 제 좌우명과 같은 문장이기도 하고 제가 쓰는 글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관이 문장 안에 녹아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결정을 내리고 때로는 삶을 좌우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저 문장은 어떤 선택에 갖다 붙여도 나를 응원하고 토닥여 줘서 유독 마음이 가요. 지금 다시 선택하라면 고르지 않았을 선택지일지라도 당시 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지지해 주는 것이죠, 지나간 일에 대해서 과하게 후회하거나 미련이 많을 때에도 보다 담담하게 정리하도록 돕는 문구라서 자신의 결정에 불신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Q5.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저의 추측인지 모르겠습니다만진심을 다한 사람이라는 말이 떠올라요사람에게도 일에도 진심과 최선을 다해 봐서  노력에서 돌아오는 단맛과 쓴맛도 너무  아는 작가님이라고 느껴집니다그래서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껴안을 필요도>라는 제목의 책을 쓰시기까지지난한 과정이 있으셨을  같습니다.


A5. 지난 상실을 돌아봤을 때 당시에 왜 좀 더 여유롭게 상대방을 대하지 못했는지 후회가 자주 따라왔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모든 걸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다 보니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본질적인 부분의 이해만 원활하다면 다른 면들은 차이가 있어도 다름을 인정하면서 유하게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거죠.


그리고 자신의 그릇을 과대평가하거나 착한 사람 병에 걸려서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까지 껴안아 보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다 껴안지도 못했을뿐더러 저를 더 힘들게 만든 경험도 있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더 이해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것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내려두니까 마음도 가벼워졌고 집중해야 하는 대상에는 더 마음을 쓸 수 있었습니다. 



Q6. 변화를 바란다면 당장 작은 목표라도 정하고 노력해야 합니다현명한 포기는 다가올 성공을  빨리 맞이하게 도와줍니다’.  문장을 보고 있으면 조금 부끄럽습니다 아직 끈질긴 노력도현명한 포기도   적이 없는  같거든요작가님에게 있어 가장 값진 목표와 가장 현명한 포기는 무엇이었나요?



A6. 너무 겸손한 말씀이시지 않나 싶네요. 예전 저는 먼 미래에 큰 꿈을 잡아 두는 게 좋아 보였는데 몇 년 전부터는 당장 앞에 있는 목표들을 달성하는 게 가장 값지다고 관점을 바꿨어요. 눈앞에 있는 목표들이라고 결코 가벼운 게 아니잖아요. 저는 작년부터 박사 과정에 진학했는데 당장 닥친 학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목표가 될 수 있고, 책은 출간했지만 꾸준한 글쓰기도 계속되어야 하겠죠. 종종 운동을 하는 것도 작은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서운함을 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도 싶습니다. 적고 보니 욕심쟁이 같기도 하네요. 이렇게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다 보면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가장 현명한 포기는 취미로만 글을 쓰기로 못 박아뒀던 마음을 해방시킨 결정이었습니다. 순수한 취미로서의 글쓰기를 포기한 거죠.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당시 제게 글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유희이자 자기반성의 운동장이었고 현실 도피처이기도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요. 그러는 동안 운이 좋게도 많은 분이 제 글을 읽어 주셔서 팔로워도 몇만 단위로 늘어나고 출간에 대한 문의도 늘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물음을 던졌습니다. 이 정도 글로 작가라고 나를 소개해도 되는 걸까, 이런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면 나는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여러 번 물었지만 자신이 없었고 답변 끝에는 글쓰기는 그저 취미로만 남겨 두는 걸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관에서 ‘스타 이즈 본’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톱스타 역할로 출연한 브래들리 쿠퍼는 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노래 잠재력에 비해 초라한 바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자고 설득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사가 저를 움직였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에요.”라는 짧은 문장이었는데 저를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어요. 그동안 많은 분이 제 글에 공감을 표했는데 정작 저는 취미라는 틀에 글들을 가두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얻은 깨달음과 현명한 포기가 이렇게 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Q7. 과거의  좋은 결과에 대해 꼼꼼하게 반성하는 글이 많다고 느꼈습니다평소 과거를 많이 곱씹는 편이신가요아니면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신가요그런 반성의 마음이 현재의 자신을 짓누른 적은 없으신가요?


A7. 말씀하셨듯이 과거를 많이 돌아보는 편이고 제 글도 과거 어떤 시점의 기억에서 데려온 것들이 많죠. 어떤 반성은 글로 풀어내고 자꾸 곱씹어도 쉽게 녹지 않더라고요. 오늘날의 내가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서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을 때 그제야 반성은 조금씩 부피가 줄었습니다.


그런 반성들이 여러 개가 쌓이다 보면 나를 짓누르기 쉬운데, 과거에 머물지 않게끔 경계하려 해요. 반성은 자신을 주눅 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돕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는 과거를 자주 곱씹는 것과 현재에 집중하는 건 공존할 수 있는 성질이라고 생각해요.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을 사는 데 재료로 사용하겠습니다.



Q8. 작가님의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하나 꼽으라면 저는 동행 말할 거예요나는 종종 나란히 놓인  개의 좌석  쪽에 앉는 꿈을 꾼다과거를 거울삼아 옆에 앉을 사람에게 좋은 동행인이 되어  여행 끝에 같은 지점에서 내릴 것이다.’ 동행인 입장에선 감동스러울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하지만 동행에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미래의 동행인에게 최소한의 요구 사항에 관해  짚어 주신다면?


A8. 바라는 게 있다면 배려겠죠. 옆 좌석 사람의 다리가 내 쪽까지 침범해서 불편을 주거나 여정에 방해가 될 만큼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면 나란히 앉은 이에 대한 배려가 아닐 것입니다. 삶의 긴 시간을 가까이에서 함께한다는 건 그만큼 일상 곳곳에서 상대방을 의식하며 지내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두 사람 사이에서 배려는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미리 생각하고 자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이기심을 줄이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질수록 덜 어려워질 거예요. 


자주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고 무심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 역시 글에 적은 것처럼 배려하는 마음가짐으로 좋은 동행인이 되고 싶습니다. 



-다음 인터뷰는 내일 18:00에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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