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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Jan 18. 2022

[작가 인터뷰] 모두를 껴안을 필요는 없어. 달밑<하>

글을 통해서 더 나은 나를 추구하고 싶어요.

Q1. 에세이 포화 시장에서 첫 출간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셨습니다. 온라인상의 독자가 책을 사 보는 독자가 되는 것은 작가님의 글을 정말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글의 어떤 부분이 독자의 마음에 가닿은 것 같으신가요? 또 독자의 마음에 닿기 위해 작가님은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 글을 쓰시나요? 


A1. 좋은 성적이라고 받아들여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오랜 시간 출간을 미뤄 오다가 나온 첫 책이라서 구매해 주신 거 같아요. 말씀하셨듯이 온라인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글을 읽는 것과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구매하는 건 정말 차이인데 질문을 받고 보니 독자 입장에서 제 글을 돌아보게 됩니다.


평소 독자 분들이 제 글의 장점으로 자주 말씀해 주신 건 ‘담담하고 담백한 문체’였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제가 평소 지향하는 문체를 알아봐 주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매우 격양된 상태라면 그 흥분한 감정에 가려서 정작 대화 내용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잖아요. 글도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차분한 문체로 제 얘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독자 분도 마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Q2. 처음 작가님의 글을 보았을 때, 시니컬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글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니 이렇게 여리고 따듯하고 정 많은 작가님은 처음이다! 생각했습니다. 달밑이란 단어가 참 어울리는 작가님 글의 따듯함과 섬세함은, 본디 타고나신 것이겠죠? 아무래도 성향이 글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으신가요?


A2. 제 첫인상이 다가가기 쉬운 타입은 분명 아닐 거예요. 표정이 풍부하지 않기도 하고 처음부터 밝게 상냥한 것도 아니라서요. 아마 낯을 가리고 방어적인 성향 때문일 거예요. 물론 그 안에는 따뜻하고 자상한 면도 많이 있지만 상대방이 내게 좋은 사람인지, 나를 열어서 보여줘도 될지 피아식별 하는 기간이 조금 필요한 거죠. 


좋은 사람에게는 저도 참 잘해주고 싶어서 나름 실행에 옮기며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 무례하게 말을 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열게 된 이에게는 한마디를 하더라도 더 예쁘게 말하려 하고요. 저를 여러 번 볼수록 더 따뜻하게 느꼈다면 아마 질문자 분이 좋은 사람이라서 제가 잘하려고 했기 때문일 거예요. 


Q3. 혹시 조금 다른 분위기의 글을 써 보고 싶어서 시도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작가님에게도 타인의 글에서 엿보이는 장점을 부러워하고, 흉내도 내 보고, 또 자신의 것을 알아차리고 더 아껴 주게 되는 그런 과정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3. 글을 쓰는 행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주로 쓰던 방식을 벗어난 시도를 해 봤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괜히 어색해서 이내 어울리지 않는 옷임을 깨닫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타인의 글에서 엿보이는 장점을 부러워한들 내가 복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글이라는 건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녹아 있는 거라서 똑같은 삶을 살지 않았다면 내가 따라 쓰는 순간 애초 기대했던 글과 다른 향이 날 것입니다. 


저 역시 제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다 쓰고서 여러 번 수정을 거친 글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왜 저렇게 썼나 싶기도 하죠.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내 글은 별로인 듯 보이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럴수록 나라서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자신만의 일관된 문체에 이르기까지 자주 써 봐야 할 거예요.


Q4. SNS에 작가님께서 문장을 친필로 써서 올려 주시는데, 그 때문에 문장의 감성과 의미가 독자 분들께 더욱 와닿는 것 같아요. 글씨체가 단정하고 예뻐서 따라하고 싶던데 잘 안 되더라고요. 글씨를 잘 쓰게 되신 특별한 계기나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A4. 저는 어렸을 때 참 악필이었습니다. 필체는 삐뚤거렸고 연필이나 펜을 너무 강하게 쥐어서 얼마 쓰지 못하고 금방 지치기도 했거든요. 사실 저를 제외하고 부모님과 누나는 정말 글씨를 잘 썼어요. 부모님은 제가 막내라서 그런지 글씨를 어떻게 쓰든 우선은 놔두신 거 같아요. 중학교 3학년 어느 날 아버지가 보기에도 제 글씨가 너무 아니다 싶었나 봐요. 펜을 잡는 법부터 다시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습니다.


새로 배운 방식으로 글씨를 쓰다 보니 이전보다 예쁘게 쓸 수 있어서 행복했고, 더 나은 글씨를 쓰고 싶어서 많이 써 온 결과 지금 글씨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주 잘 쓰는 글씨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분위기를 전달하기에는 나쁘지 않아서 만족합니다. 


Q5. 작가님을 계속 ‘쓰게’ 만드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계속 글을 쓰게 만드는 동력은 제가 ‘여전히 길을 자주 잃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제 글의 기본적인 성격이 자기 성찰이라면, 앞으로도 꾸준히 반성할 점이 있다는 건 끊임 없이 성찰의 땔감이 제공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글을 통해서 더 나은 나를 추구하고 싶어요. 물론 사람은 변하기 어려워서 글만 쓴다고 쉽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자꾸 쓰고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이전보다 나은 길로 가고 있지 않을까요? 


Q6. 약 5년 후에도 글을 쓰고 계신다면, 그때는 어떤 시선을 갖고,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지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신지요?


A6. 냉소적이지 않고 긍정과 존중이 밑바탕에 깔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타인이 노력으로 쌓은 결과를 깎아 내리며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잖아요. 그런 사람,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와 다르지 않은 질문일 거예요.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감정의 흐름이 분노와 비난으로 귀결되기보다 일리있는 긍정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냉정하게 정리하고 비워 내는 저를 그려 봅니다. 그럴 수 있다면 아마 그날의 저를 닮은 글을 쓰고 있을 거예요.



Q7. 마지막으로 진짜 작가님과 글이라는 매개로 동행하고 있는 독자 분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




A7. 안녕하세요. 종종 드리는 말이지만 부족한 글 공감해 주시고 아껴 주셔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읽어 주시지 않았다면 그냥 혼자 글을 끄적이는 사람으로 남았을 테니까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많은 분을 직접 뵙고 고마운 마음을 직접 전하고 싶습니다. 최고의 글은 아닐지라도 저만의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될게요. 그날들을 함께하며 지켜봐 주세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펜을 놓으며...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감정의 흐름이 분노와 비난으로 귀결되기보다

일리 있는 긍정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냉정하게 정리하고 비워 내는 저를 그려 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냉정함은 더 완벽한 포용이 된다. ‘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님’을 분명히 받아들이고, 그 받아들임에서 자라난 여유를 통해 일리 있는 긍정으로 나아가 더 넓은 품을 지닌 사람이 되는 일이니까.


따듯한 작가 달밑의 신간, <모두를 이해하지 않아도 다 껴안을 필요도>와 함께, 끌어안지 못한 것에 고통스러운 당신의 하루도 조금은 편안해 지길. 작은 냉정함으로 품 바깥의 것을 밀어내고, 품 안의 것을 더 따듯하게 살피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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