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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Apr 11. 2022

[작가의 언어]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최형준 작가

나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낭만, 낭만 하다 보면 사랑, 사랑 같은 말쯤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던 작가, 

낭만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진 젊은 작가 최형준의 언어를 만나보자. 



Q1. 작가님안녕하세요. 2020년에 첫 책 <우울보다는 낭만이기를>을 출간하시고 이번에 두 번째 책,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로 독자 분들을 만나게 되셨어요사랑과 잘 어울리는 봄에 작가님의 신간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무척 설렙니다첫 책 출간 이후로 어떻게 지내셨나요     


안녕하세요.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게, 어느덧 봄이죠. 또 한 번 “녹색이 돌아왔다!” 하고 외쳐야 할 무렵이에요. <우울보다 낭만이기를> 출간 이후 어느새 해가 두 번이나 바뀌었어요.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시간이라는 게 정말 황당하리만큼 빨라요. 붙잡고서 늘어져 보려 해도 도무지 봐주지를 않죠. 글쎄 뭐랄까, 이런 얘기를 내 입으로 하는 건 우습지만요, 그동안 나름대로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어요. 코로나 탓에 마음껏 돌아다닐 상황은 쭉 아니었잖아요. 좋으나 싫으나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았죠. 예컨대 시행착오 같은 걸 마음껏 겪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모두가 어느 정도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으니 말이에요. 그 틈에 이렇게 두 번째 책을 완성했죠. 나름대로 성실하게 처신했구나, 싶어요.          

       

Q2. 제목만 봐도 작가님의 책에서는 짙은 감성이 느껴져요작가님만의 감성을 좋아하는 팬들도 아주 많죠첫 책의 키워드를 낭만이라고 한다면두 번째 책의 키워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더불어작가님 본인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를 고르실 지도 궁금합니다.     


키워드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사랑’이 맞아요. 이번 작품의 제목은 사랑을 수식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었어요. 세상에는 사랑을 수식하는 말이 이미 까무러칠 정도로 많잖아요. 그중에 무엇이라도 가능했죠. 하지만 마지막까지 가장 입체적인 제목을 지으려고 애썼어요. 나는 이 책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기능을 하기를 바라고 있거든요. 바람 빠져 납작해진 하트에 숨을 불어넣는 거예요. 글과 이야기로 사랑의 입체를 만드는 거죠. 저는 그런 식의 일을 좋아해요. 추상적인 방법으로 기능하는 일이요. 자칫 무익한 일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는 문득 자신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하나둘씩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그 작은 변화라는 걸 소중히 여기는 분들께서 저를 정말 좋아해 주세요. 


 <우울보다 낭만이기를>의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써두었어요. ‘낭만, 낭만 하다 보면 사랑, 사랑 같은 말쯤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모쪼록 2년 전에 적었던 수많은 문장 중에 하나니까, 실은 잊어버리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차기작의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에필로그를 적는데, 그때 생각이 난 거죠. 그래, 내가 그런 얘기를 했었지, 하고. 정말 적은 대로 이뤘잖아? 하고 말이에요. 거창하게 말할 것까지는 없지만, <우울보다 낭만이기를>과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는 그런 식으로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에요. 그리고 그 세계관은 ‘탐미’를 통해서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은 아름다움을 알고자 하는 결의가 식지를 않아서요. 그러니 오늘의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으려면, 그건 ‘탐미’가 아니면 안 돼요.                         


Q3. 이번 책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글은 무엇인가요그 글을 쓰시게 된 배경도 듣고 싶습니다.


 어느 걸 골라도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걸요. 딱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첫 번째 챕터에 수록된 <템포의 단상>.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알 수 없어진 생애의 속도감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 지난해에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쓰려고 하면 어떻게든 쓸 수 있었겠지만, 덮어놓고 한동안은 글을 쓰지 않기로 했었죠. 그 대신 나에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게 뭘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낸 뒤 가장 처음 쓴 글이 <템포의 단상>이에요. 본인이 써놓고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며 굉장한 격려를 받았어요. 그래, 앞으로도 이런 얘기를 해 나가는 거야, 하고 다짐했죠.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쓴 글이기도 하고, 모쪼록 많은 분이 필요로 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4.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메일링 서비스 ‘gudwns97 잡문집도 굉장히 사랑받고 있죠많은 구독자 분들이 책 출간을 기다려 오신 만큼야심차게 준비를 하셨을 거 같습니다책에 실은 글과 기존에 쓰셨던 글에 차별점을 두셨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2018년에 처음 시작한 잡문집도 어느새 열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어요. 네 번째 시즌까지는 신청자 명단과 주소 목록을 수기로 작성했었죠. 동료 작가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했어요. 컴퓨터는 두었다가 어디에 쓰냐면서요. 그럼에도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수고를 들이는 쪽이 구독자 여러분께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한데, 손으로 하는 일에는 실수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어느 시점부터는 다른 일에 신경을 쏟을 바에 원고를 한 번 더 고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쪼록 더 나은 방식으로, 더 나은 경험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왔고, 적어도 제 생각에는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에요. 


잡문집 구독자분들에게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거든요. 반듯한 책 한 권이 아니더라도 제 글을 읽기 위해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구독자분들이 출간된 책을 읽었을 때, 이미 읽었던 글을 다시 읽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주의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가능한 원고가 중복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만약 중복된다면 최대한 수정하는 거예요. 얘기의 순서를 재배치한다거나, 표현을 수정한다거나, 서론이나 결론을 보강하는 식으로요. 얘기의 본질은 유지하되 인상을 달리하는 건 무척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렇게 같은 얘기를 두 번 듣는다는 인상을 최소화하는 거죠.  

그리고 뭐랄까, 잡문집을 연재할 때는 원고의 교정 교열도 저 자신이 맡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날것에 가까운 글을 짓게 돼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욕설이나 비문도 얼마든지 적을 수 있는 거예요. 보다 내밀하고 쓸데없는 얘기도 서슴없이 늘어놓을 수 있는 거죠.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가능한 개인적으로 떠들어댈 때, 구독자분들도 친밀감 같은 걸 느끼시는 것 같아요. 반면 책에서는 보다 정돈되고 다듬어진 글을 읽어볼 수 있죠.


폭설이 내리는 날에 가장 여름다운 글을 골라 보낸다거나, 하는 식의 발칙한 기획을 구상하는 일은 제게도 무척 재미난 일이에요.    



Q5. 수록작 ‘SSEOUL SPEED’ 서두르지 않는 삶을 사랑하면서 자기 고유의 속도감을 찾아 가자는 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작가님은 그 새로운 시류에 함께할 동료를 늘려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으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것이 실수나 착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Read more



최형준 작가의 인터뷰 2편을 내일, 4월 12일 화요일 18:00시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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