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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Apr 12. 2022

[작가의 언어]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최형준(하)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일을 하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다고 실감해요.



어떤 사람들한테 사랑이란 그렇게 아주 사소하고 쓸데없는 데서 시작되는거야.
그런 게 없으면 시작되지 않아.

-무라카미 하루키


사랑을 쓰는 작가, 최형준의 두번째 언어를 만나보자. 



Q5. 수록작 ‘SSEOUL SPEED’ 서두르지 않는 삶을 사랑하면서 자기 고유의 속도감을 찾아 가자는 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작가님은 그 새로운 시류에 함께할 동료를 늘려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으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5.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것이 실수나 착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감각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일상적인 의식이 선행되어야 해요. 가능한 좋은 걸 보고, 듣고, 느끼려는 노력이에요. 그런 뒤에는 그 모든 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식을 차츰 익혀 나가는 거죠. 그러한 일련의 과정 자체가 ‘자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는 바는 그렇다는 얘기인데, 모쪼록 개개인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개개인의 방식이라는 걸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얘기의 요점이죠.                 

Q6. 무용을 전공하셨고사진을 찍으시고이 외에도 여러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해 오시다가 글을 쓰게 되셨는데, ‘작가라는 일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6. 무용수로서의 삶과는 달리,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은 내게 숨통이 트이는 일이에요. 자신의 가치와 기능을 스스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그것을 증명하는 일은 혼자서 해낼 수 없지만, 제시하기까지는 오로지 혼자만의 몫이죠. 나는 나름대로 무용수로서 유능한 자질 몇 가지를 가졌었지만, 단 한 번도 글을 쓴다거나 사진을 찍는다거나 할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춤을 춰 본 적 없어요. 뭐랄까, 내가 어느 날 사라진다 해도 연습실의 빈자리는 다른 무용수로 채워지는 거예요. 공연은 별다른 차질 없이 막을 올리고, 관객은 나의 부재를 인식조차 하지 않죠. 나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일을 하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다고 실감해요. 지금 하는 것처럼 잘 해내리란 자신도 없고요.  다들 마음 한편으로는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런 식의 실감이 무척 크거든요. 


아직까지는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를 ‘업무’라거나 ‘직무’ 같은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마음이 내켜 하는 일이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아닌 거예요. 이런 태도가 바람직한지 어떤지 나로서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제게는 그런 식의 태세를 지켜내는 일이 무척 중요해요. 글이 정 써지지 않을 땐 사진을 찍고, 사진을 전혀 찍지 못할 땐 글을 쓰면 된다. 어차피 두 가지 모두 좋아 죽는 일이다. 요컨대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Q7. 작가님에게 예술적 영감을 가장 많이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어떤 감정이나 공간물건혹은 존재나 어느 순간 등등……     


A7. 일상 속의 사사로운 디테일이랄까요. 보려고 하면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들으려고 하면 들리는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그냥 지나쳐 보내지 않는 거예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에서 배운 내용이 있어요. 관찰한 바에 대한 결론 같은 건 최대한 유보해서 뒤로 미뤄두는 대신, 현상 그대로를 최대한 머릿속에 생생하게 담아 두어야 한다고. 그런 일은 좀처럼 마음먹는 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만, 이따금 마음을 다잡곤 해요. 최대한 머릿속에 생생하게 담아 둔다. 그런 식으로 소장해 두는 기억이 적절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레 작업에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글이든, 사진이든, 춤이든, 무엇이 됐든 말이에요.        


Q8. 요즘은 집필 외에 어떤 예술 활동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계획 중인 프로젝트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A8.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낭독회가 있어요. 4월 16, 17일 이틀간 진행할 예정이에요. 제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많은 걸 보답하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날, 그때, 세계에서 가장 발칙하고 낭만적인 공간에서, 저는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있겠죠. 


 이외에는 다음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고, 또 소설 쓰는 일도 쉬지 않고 있어요. 세 번째 책은 소설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9. 마지막으로작가님의 책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읽게 될 독자 분들에게 다정한 인사 부탁드릴게요.     


우리 사이가 꽤 아득한 것만 같아도요, 이렇게 한 시절을 함께하고 있는 이상 결국 우린 친구가 아닐까요? 모쪼록 10년이고, 20년이고 오래 친구 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시는 한 저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여러 곳에서 만나 뵙기를 바라요.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오래오래 떠들어 줄게요. 글로 읽으려면 느껴지지 않겠지만, 저 지금 싱글벙글 웃고 있습니다. 진짜 친구 새로 사귈 때처럼. 사랑, 사랑하는 사이에 내외할 것도 없는데, 어쩐지 쑥스럽네요. 


아무쪼록 여러분 모두의 하트가 두둥실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하트)    


      




가끔은 그저 입안에서 굴리기만 해도 그 단어의 감정이 그려지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단어가 바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이 참 힘들었던 당신, 그러나 우리 사랑으로 내일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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