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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Jun 03. 2022

건강한 삶은 금주로부터

사랑니로 얻은 교훈

작성일 기준 금주 18일 차. 19일에 기록이 깨졌기 때문에 현재까지 최고 기록은 18일이다. 이렇게 말하면 알콜 중독자 같지만, 나는 혼술은 절대 하지 않아 중독과는 거리가 멀다. 술을 좋아하는 것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건 다르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술자리를 가지던 내가 금주를 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사랑니 때문이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사랑니. 사랑니는 통증이 오기 전까지 빼지 않는 게 국룰이다. 염증이 생겼다는 뜻이다.


사랑니 악의 굴레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염증이 없이 사랑니만 자란 상태. 2단계 염증이 생겨 밥도 잘 못 먹는 상태. 3단계 발치. 4단계 고통. 그런데 문제는 염증이 있으면 마취가 불가능해, 2단계에서 소염제를 먹으며 버텨야 된다는 점이다. 금주는 2주 치의 염증 약과 함께 시작되었다. 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쓰고 싶다면 약과 술을 함께 복용하는 건 절대 금지다.


18일의 금주를 통해 얻은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긴 수면 시간과 취미 생활을 즐길 시간. 시간을 써도 써도 시간이 남는다. 절약되는 술 값, 체력, 괴로움, 우울함, 슬픔.. 술을 안 먹는다고 해서 친구를 만나지 않은 건 아니다. 만나면 술을 먹던 사람들에게서 술병을 뺏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대체 사람들은 뭘 하고 노는 걸까? 


하이네캔 무알콜 > 카스 무알콜

카페 가고, 밥 먹고, 카페를 한 번 더 가도 9시를 겨우 넘길 뿐이다. 밤은 이제 시작인데! 카페를 두 번이나 가서, 카페인이 충전돼 잠도 안 오는데! 그래서 참다 참다 무알콜 맥주를 구매해보았다. 팔자에도 없는 무알콜 맥주를 먹은 김에, 무알콜 맥주 맛 설명을 첨언하겠다. 카스와 하이네캔 두 가지를 먹어본 결과. 둘 다 맛없다. 첫맛은 맥주의 맛이 나긴 하는데 끝 맛이 묘하게 상큼? 시큼? 하여 기분이 이상했다. 


평일에는 일을 하며 보내고, 놀 수 있는 건 주말 이틀뿐이다. 그렇다면 금요일에는 최대한 늦게 자는 게 이득이다. 한 밤 중에 광란의 다꾸(이전 글 참조)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찾아낸 술 없이 새벽까지 노는 방법은 첫째, 친구들은 술 먹을 때 혼자 맛없는 무알콜 맥주 먹기. 둘째, 같이 금주하며 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친구와 수다를 떨며 두 시간 동안 분노의 산책을 하고 나니 18000보가 찍혀있었다. 어쩌다 건강해져 버렸다. 


사랑니 발치 후, 3일 치 약을 털자마자 술 약속을 잡았다. 덧날 수도 있지만.. 상여자는 그런 사사로운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발치 4일 차에 술 마신 후기라고 말할 거리도 없이 아주 괜찮았다. 염증도 노력이 가상해 눈치껏 안 생겨 준 듯하다. 힘든 금주 기간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늦은 시간에 할 일만 찾는다면 끊는 것도 쉬울 것 같다. 일단 다음 사랑니가 튀어나올 때까지 술자리는 계속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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